삼성서울병원, AI기반 욕창 단계 예측 솔루션 시스템 ‘스키넥스’
7만 여장에서 옥과 석 가려 9000여장으로…정확도 88% 이상
심소연 간호사 “간호사들 일 하나라도 더 줄여주고 싶어”

삼성서울병원이 욕창 환자 관리를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주)파인헬스케어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AI기반 욕창 단계 예측 솔루션 시스템인 ‘스키넥스’(Skinex, Skin Explainable AI)가 그것이다.

스키넥스는 카메라로 욕창 부위를 촬영하면 현재 욕창단계(▲1~4단계 ▲미분류 ▲심부조직손상)를 실시간으로 예측할 수 있고, 피부상태에 대한 항목을 입력하면 치료 방향에 맞는 드레싱 제제를 추천해주는 솔루션이다.

스키넥스는 간호사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심소연·김민경·송미라 간호사가 환자 인수인계를 활용하기 위해 병원정보시스템(EMR)에 저장했던 수만장의 욕창 사진을 활용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후 건강의학본부 강미라 교수의 강력한 추진력이 기폭제가 되면서 스키넥스로 구체화된 것이다.

환자의 욕창 관리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실시하는 실태조사나 적정성 평가 항목에도 포함될 만큼 중요한 지표지만 욕창을 관리하는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스키넥스의 현장 도입으로 욕창 단계 평가 오류를 줄여 정확성을 제고하고 적절한 드레싱 재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장 간호사들의 반응도 뜨겁다. 특히 신규 간호사들의 업무 정확도를 향상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스키넥스 개발에 참여한 심소연 간호사를 만나 개발배경과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심 간호사는 제품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빅데이터의 ‘옥과 석’을 가리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간호사에 따르면 스키넥스에는 BPOC(Barcode point of care)를 통해 수집된 욕창 이미지 1만건이 사용됐는데, 1만건으로 줄이기 전 검수에 사용된 사진만 7만장에 달했다. 10년 이상 경력 간호사 3명이 라벨링해 개발했다.

삼성서울병원 간호본부 심소연 간호사
삼성서울병원 간호본부 심소연 간호사

- 스키넥스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간호사들이 인수인계 용도로 찍어 놓은 환자들의 욕창 사진이 EMR에 저장돼 있었다. 환자 상태에 대해 간호사들이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그 때마다 환자의 상처를 열어보기 어려우니 환자의 동의를 구해 사진을 찍고 상태에 대해 기록한 자료를 EMR에 올려놓고 있다. 수십 만장의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다 남다른 추진력을 가진 강미라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구체화 됐다.

- 환자의 욕창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욕창관리는 의료기관 인증 조사에서도 질 지표로 관리되는 항목이다. 병원에서도 욕창 발생 보고율에 대해 관리하도록 돼 있다. 환자 안전 지표 중 간호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항목도 욕창이다. 또 욕창이 발생하게 되면 치료가 늦어지기도 하고 환자 재원일수가 길어질 수도 있어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항목이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굉장히 많은 일을 동시에 해야 하고,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욕창 단계 평가가 사실상 어렵기도 하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단계 판정’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스키넥스' 활용 화면(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스키넥스' 활용 화면(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 솔루션 개발 단계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4~5개월 사이 완성해야 했기 때문에 마감 시간 내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프로그램에 최종 포함된 사진 모델만 9,089장이 들어갔는데 처음 받은 건 7만 장이었다. 그 안에서 추리고, 추려서 1만 장으로 압축해 모델링 했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9,000여장으로 줄이는 작업이 정말 어려웠다. 간호 업무 이외의 시간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평일, 주말, 낮, 밤 할 것 없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또 간호사들의 반응도 부담이었다. 누군가의 업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 바쁜 간호사들의 일을 하나라도 줄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실제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이다.

- 스키넥스를 사용한 간호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신입 간호사들은 사진을 찍어 드레싱 재료까지 추천을 해주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평이 가장 좋다. 또 욕창 단계가 굉장히 모호할 때도 있는데 그 때도 사진을 찍어 답을 얻을 수 있어 도움 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환경이 어둡거나 빛이 부족할 경우 욕창 단계가 정확하게 평가되기 어려운 것 같아 그런 부분에 조금 보완이 필요한 것 같아 의견을 계속 받고 있다. 또 사진으로 상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호사가 삼출물 등 4개 항목을 추가로 입력하도록 했다.

- 솔루션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데이터 클렌징 과정이 어려웠다. 사진이 수 만 장이 쌓여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쓸 수 없고 분류를 해야 한다. 처음 받은 사진은 7만장이었다. 그 안에서 추리고, 추려서 1만 장으로 추려 모델을 만들었다. 거기서 정확도가 조금 부족하다 싶어 9,000장으로 줄였다. 솔루션 업데이트를 위해 추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 2~3만장에서 시작해 600개로 줄이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 안에서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옥과 석을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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