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 논의
“의료는 경계 없는 디지털 헬스케어로 이동”

지난 17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의 다양한 의료계 대응’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7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의 다양한 의료계 대응’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술실에서 10시간 동안 환자를 수술하고 나온 흉부외과 전문의 A씨는 쉬지 못하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수술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A씨가 그나마 잠시 쉴 수 있었던 건 전자의무기록을 다 끝낸 2시간 뒤였다.

하지만 수술실에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술 과정을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실시간으로 문서로 작성된다. 인공지능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변화시킨 의료 현장의 모습이다.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김광준 교수는 지난 17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진행한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의 다양한 의료계 대응’ 세션에서 의료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져온 변화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현장의 업무 효율화를 가져와 의료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어려운 수술이나 응급 수술을 하는 의료인이 점점 줄고 있다. 머지않아 수술하는 의사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이들이 해야 되는 일도 너무 많다. 수술이 끝나면 의무기록도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솔루션을 이용하면 자동으로 EMR에 기록해준다. 뷰노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수술실뿐만 아니라 영상의학과나 병리 판독에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환자 생체징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알려주는 시스템, 환자의 사망 가능성, 패혈증이나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의사에게 알려주는 시스템 등이 이미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같은 변화는 환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료진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했다면 이제는 환자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모든 것이 환자 중심으로 바뀌고 그 과정에서 의료의 중심이 의사에서 환자로 이동하는 게 최근 트렌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면 데이터의 주인과 활용법도 바뀌게 된다”며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들이 정착하면 환자의 일상생활과 의료행위에 대한 데이터가 모이면서 의학은 데이터 사이언스로 패러다임 바뀐다”고 했다.

이런 변화들이 ‘보건의료 철의 삼각(Iron Triangle of Healthcare)’을 깨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보건의료 철의 삼각은 의료 접근성과 질, 비용 간 균형을 의미한다. 의료비가 낮아지면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의료서비스 수준은 낮아진다.

김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서비스를 효율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보건의료 철의 삼각을 깰 것”이라며 “의료는 점점 경계가 없는 디지털 헬스케어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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