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결과 공표제도 등 인증 참여 의료기관 부담 늘어
중소병원, 체급 차이 큰 대형병원과 ‘동일한 기준’ 부담
“추가업무 아닌 일상 업무 되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

4주기 의료기관인증을 앞두고 의료기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3주기 대비 인증기준은 520개 항목에서 512개 항목으로 줄었지만, 대리수술 논란이나 의료기관 내 폭력 방지 등 환자안전 관련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인증기준이 포함되면서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한 목적으로 공개되는 인증결과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준행 QI실장(소화기내과)은 16일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2022년도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학술대회’에서 “대리수술 여파로 법이 개정되면서 수술장 출입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반영이 돼 과거에는 수술장에 들어오는 상황만 체크를 했다면 이제는 나가는 것까지 체크를 하게 됐다"며 "지난 2월부터 IC 카드를 태그 해야만 문이 열리도록 시행해 봤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초반에는 IC 카드를 갖고 오지 않아 나가지 못하니 항의하거나 발로 문을 차는 사람도 있었다”며 “아직도 한 사람이 카드를 찍으면 2명이 나가는 경우도 있어 지속적으로 계도 중이나 여전히 (카드 사용률) 100%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규정과 내부 문화가 적절히 어우러져야 환자안전과 질 향상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앙대병원 고객혁신팀 서보영 팀장도 “수술장 안전관리나 통행관리 등 어느 수준까지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청결 이동복도나 비청결 이동 복도 등으로 분리해야 한다면 우리 병원도 수술실 전체를 공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4주기 인증평가에 필수 조사항목이 포함된 12개 기준에 대한 평가결과가 공개되면서 이에 따른 의료기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평가결과가 목표 충족률에 따라 ▲완전히 달성 ▲초과 달성 ▲달성 ▲추가노력 필요 등 4가지로 표시되는데, 이 같은 의료기관 인증 결과 공표제도가 ‘줄 세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실장은 “4주기 인증평가에서 가장 큰 변화로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는 게 바로 인증결과 공개”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는 등급화, 서열화를 하지 않는다는 목적으로 여러 장치를 만들어놨고 질 향상을 위한 발전적인 방향으로 제시될 거라고 이야기 하지만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중소병원들 “인증, 추가 업무 아닌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어야”

중소병원들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증 준비를 위한 비용 부담도 인증 참여를 망설이게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추가업무가 늘다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 이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증이 추가 업무가 아닌 일상적인 업무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부서별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천세종병원 최세라 QI팀장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은 인적, 물적 자원 뿐 아니라 업무환경 차이도 크다. 하지만 인증 조사항목 수나 수준은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조사항목 등급이 상향되고 기준이 고도화 돼 4주기 인증을 앞둔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큰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인증을 통해 의료 질과 안전 체계가 향상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이 때 마련된 체계와 절차가 완벽히 정착되고 지속되기 어렵다”며 “중소병원의 환자안전과 질 향상을 위해 실제 이행 가능한 절차와 체계가 마련되고 또 지속할 수 있는 조사항목 선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QPS팀 이덕주 팀장은 “종합병원의 인증참여율은 61.8% 정도다. 중소병원의 인증에 참여가 어려운 이유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인증 기준 중 병원을 새로 짓거나 시설을 추가해야 하는 등 어려운 기준이 많다”며 “직원 채용도 어려워 업무부담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어 참여를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인증 때뿐만 아니라 평소 시스템에 안착시켜 일상 업무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같이 개선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상시적으로 규정관리가 필요하다. 전산프로그램에 규정을 언제든 열어볼 수 있도록 올려놓고, 그 내용으로 교육을 하는 등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팀장은 “중소병원의 인증참여를 위해서는 각 병원 특성에 맞게 컨설팅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하고 질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들이 타 업무를 병행하지 않도록 각 병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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