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1라디오 ‘KBS 열린토론’에서 간호법 놓고 열띤 토론
간호사 업무 범위, 지역사회 돌봄 등 논쟁…입장 차이만 확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앞둔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마주 앉았지만 간호사의 업무 범위, 지역사회 돌봄 문제 등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25일 KBS 제1라디오 ‘KBS 열린토론’에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 간협 김원일 정책자문위원이 참석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혔다.

간호법의 가장 큰 쟁점으로 꼽혔던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 의협은 논의 과정에서 민감한 부분이 정리됐다면서도, 지역사회 관련 규정이 남아있는 것에 문제를 지적했다. 당초 간호법 제1조 목적에서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었지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의료기관 부분만 삭제됐다.

우봉식 소장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논의 과정에서 의료기관 안에서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법 초안에는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원래 법이 담고 있는 본래의 뜻은 초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국민 건강에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제지할 관련 규율이 없다”고 우려했다.

간협은 간호법 상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법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훈화 정책위원은 “의료법상 의사의 진료 보조는 간호사가 하며, 간호사의 보조는 간호조무사가 하고 있다. 우 소장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지역사회에서 이 체계가 와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간호법의 간호사 업무 범위는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현행 의료법이 문제라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왼쪽부터)대한간호협회 김원일 정책자문위원,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사진캡처: KBS1라디오 화면 캡쳐) 
(왼쪽부터)대한간호협회 김원일 정책자문위원,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사진캡처: KBS1라디오 화면 캡쳐)

"지역사회 돌봄 수요 인정하지만 간호법이 유일한 대안 아냐"

간호법을 통해 지역사회 돌봄 수요에 대처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각 직역들은 입장 차를 보였다.

의협은 지역사회 돌봄 수요 증가에 공감하지만, 간호법이 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우 소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간호사를 중심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일본도 과거에는 복지 중심의 돌봄 정책을 펼쳤지만, 지난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돌봄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간호사들은 간호법을 통해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자고 하는데, 돌봄의 수요가 증가하면 돌봄과 관련된 법을 만들어야지, 간호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간무협은 간호법으로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의 생존권이 박탈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곽지연 회장은 “현재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은 의료촉탁의의 지도 아래 진료 보조 업무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간호법은 장기요양기관에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장기요양기관에서 간호사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조무사들은 불법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간협은 기존 지역사회 돌봄에 종사하는 간호 인력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간호사는 법적으로 재가노인복지시설 등 지역사회의 요양시설의 시설장이 될 수 있다. 업무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 이미 지역에서 일하는 간호 인력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의 장기요양시설의 경우 간호인력 배치 기준에서 의료법을 준수하고 있다. 간호조무사와 간호사의 업무도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왔다. 곽 회장의 논리대로라면 현행 의료법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있어 간호법 입법 낭비""전공의특별법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력의 처우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 소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 모든 직역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처우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 낭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원일 정책자문위원은 전공의특별법을 예로 들며 전공의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이 따로 제정된 만큼, 3교대 근무 등 간호 인력의 특성을 반영한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지난 2015년 신설된 전공의특별법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며 “전공의는 수련과 동시에 근무를 한다는 특수성이 있다. 간호법도 3교대 근무를 한다는 간호사 특성을 일반화하기 어려워 만든 것이다. 다른 법이 있으니 거기로 다 편입시키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우 소장은 전공의특별법은 수련과 교육 과정에 관한 법이지 처우 개선만 다루는 것이 아니므로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