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병원, 지방 대학병원 최초로 ISO14155 인증 획득
모지훈 센터장 “수도권 대학병원과 차별화 위한 특화전략”

단국대병원이 의료기기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들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단국대병원이 선택한 분야는 의료기기다.

단국대병원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는 지난 4월 국제의료기기 임상시험 인증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14155'를 획득했다. 고려대의료원, 중앙대병원에 이어 국내 대학병원 중 세 번째이며, 지방 대학병원 중에서는 최초다.

지방 대학병원 중 최초로 인증을 획득한 만큼, 수도권 대학병원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레이저·광 의료기기에 특화된 임상시험센터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단국대병원의 계획이다. 단국대병원은 충남 천안에 있다.

단국대병원은 그동안 레이저·광 의료기기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지난 2001년 설립한 의학레이저센터는 2020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로 선정돼 '혁신광의료기기실증센터'라는 이름으로 융복합 광학기술을 응용한 스마트 진단치료기기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단국대병원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모지훈 센터장(이비인후과)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에 지방 대학병원이 ISO14155 인증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면서도 “단국대병원이 레이저·광 의료기기에 특화된 만큼,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도 이 분야 위주로 운영해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단국대병원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모지훈 센터장
단국대병원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모지훈 센터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ISO14155 인증 의미와 센터 운영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 단국대병원이 국내 의료기기를 해외에 수출할 때 필요한 국제의료기기 임상시험 인증을 획득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동안 단국대병원은 레이저·광 의료기기에 중점을 두고 연구 사업을 진행해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 분야에 특화해온 것이다. 아무래도 지방 대학병원에서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기에 특성화된 분야를 육성해왔다.

현재 단국대병원은 진흥원의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 요구사항 중 하나가 국제인증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의료기기 인증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단국대병원의 목적 중 하나였기에 시작하게 됐다.

지난 2020년부터 인증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2021년 7월 1차, 12월 2차 심사를 거쳐 올해 4월 공식적으로 국제의료기기 임상시험 인증인 ISO14155 인증을 받았다.

- ISO14155 인증 획득, 어떤 의미인가.

의료기기를 수출하려는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려면, 그 나라 규정에 따라 임상시험을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국제임상시험을 할 때 따라야 하는 규격을 단국대병원에서도 충족할 수 있다는 확인을 받은 것이다.

- ISO14155 인증을 받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쳤는가.

일단 인증기관에 인증을 받겠다고 신청해야 한다. 당시 ISO14155 인증기관인 NB(Notified Body) 중 국내에 지사가 있는 유일한 곳이 ‘TÜV SÜD’였기 때문에 이곳에 신청했다. 이후 2단계를 거치는데, 첫 번째 심사에선 주로 인증에 필요한 서류가 구비돼 있는지를 살펴보고, 두 번째에선 인증기관에서 실사를 온다.

심사에 들어가기 전 ‘표준작업지침(Standard Operation Procedure, SOP)’을 41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웹상에서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도록 구현해야 하고, 의사나 직원 등에게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 이 외에도 보관실 등 기본적인 시설 기준도 갖춰야 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심사가 진행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1차 심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2차 심사에서는 2명이 직접 실사를 왔다.

- 국제기준 인증 획득이 왜 중요한가.

전반적으로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이 강화되는 것이 트렌드다. 지난 2017년 유럽 의료기기 관리 제도가 지침(Medical Device Directive, MDD)에서 규정(Medical Device Regulation, MDR)으로 개정됐다. 이미 신규 의료기기에는 적용됐으며, 오는 2024년부터는 기존에 인증받은 의료기기들도 MDR 적용을 받는다.

MDD와 MDR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기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예전에는 인증을 한번 받으면 몇 년 동안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보고서를 매년 제출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선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여러 모로 귀찮아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강화된 기준에 맞춰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수십억원이나 소요될 수 있다.

(왼쪽부터)단국대병원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내 사용적합성 실험실과 의료기기 보관실 모습.
(왼쪽부터)단국대병원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내 사용적합성 실험실과 의료기기 보관실 모습.

-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단국대병원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인가.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보통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에 나서기 때문에, 임상시험 비용과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제품을 빠르게 판매해야 하는데, 국내 임상시험으로 국제 인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단국대병원 임상시험센터의 역사가 꽤 길고, 레이저·광 의료기기 쪽으로 잘 알려져 있어 다양한 회사와 접촉을 하고 있다.

- 의료기기 산업이 성장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신속항원검사 진단키트 등 특별한 케이스로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성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사람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규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안전성과 관련된 부분은 함부로 풀어줄 수 없다. 그 외 다른 불필한 규제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에서 고민해 봐야 한다.

혁신을 중요시하면 안정성과 관련된 규제도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는 ‘최신의 것’보단 사람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 단국대병원에서 10여년 동안 의료기기를 연구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의료기기는 ‘중개연구(translation research)’에 속하는데, 기초연구와 임상연구 사이에 중간적인 분야다. 연구 결과에 따라 사업화도 될 수 있고, 가시적인 성과도 빨리 볼 수 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계속 연구하고 있다.

- 앞으로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의 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단국대병원이 레이저·광 의료기기에 특화된 만큼,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를 레이저·광 의료기기 위주로 운영할 것이다.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말고도 의료기기사용적합성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용적합성도 의료기기 인증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두 센터 모두 궤도에 올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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