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미접종과 열악한 의료환경…대규모 확산 피해 우려
가천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코로나19 백신 지원 가장 시급”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오미크론 본격화, 인명피해 클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을 봉쇄하고 ‘제로 코비드’(Zero Covid) 정책을 펴 온 북한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 상황이 커지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에 인도적 차원의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돼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가 35만명이 발생했으며, 13일 기준 북한 주민 18만7,800명이 격리와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사망자는 6명이다.

북한은 지난 2019년 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인정하고, 국가방역체계를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 내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이뤄지지 않았고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감안할 때 코로나19 변이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오미크론 확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 북한이 향후 새로운 변이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북한에 가장 시급하게 코로나19 백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지난 13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북한에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지난 13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북한에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지난 13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오미크론 시대에 제로 코비드는 불가능하다”며 “중국에서 포기를 하게 됐을 때 감염 가능성 있는 10억명 인구 가운데 대규모 유행이 생기게 되면 변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북한은 중국의 축소판이고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이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떨어진 이유가 백신접종, 감염으로 인한 면역 획득, 치료제, 중환자 치료 기술의 향상 등 4가지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에는 이 4가지가 모두 없다”며 “결국 오미크론을 생으로 막아내야 되는 상황인 거다. 인명 피해가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북한에 가장 시급한 게 인도적 백신 지원이다. 북한의 오미크론 유행을 통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 가능한 백신으로는 유통이나 보관에서 자유로운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나 2~8도에서 냉장보관이 가능한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이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같은 경우 이미 시장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추세이기 때문에 합성항원 백신으로 전달 가능하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에 우리 구매물량이 꽤 있고 (국내에서) 지금 유행에 쓰기는 어려우니 그 물량을 잘 지원해 주는 형태로 협의된다면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코로나19 백신접종이나 집단면역이 이뤄지지 않은 북한에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12일 ‘코로나19 Q&A 라이브’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 주민들은 백신을 안 맞았고 코로나19가 유행한 적도 없어서 면역이 낮고 영양상태도 좋지 않다”며 “의료 시스템이나 공중보건 시스템도 형편없다. 북한에 오미크론이 본격적으로 유행한다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남는 백신을 북한에 제공해서 북한 주민들이 백신을 맞고 코로나19 유행의 피해가 적었으면 좋겠다”며 “백신만 줄 것이 아니라 냉동고나 콜드체인 시스템까지 감안해서 백신접종 사업을 지원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정체된 상황에서 폐기되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는 백신을 해외에 공여하는 방안을 추진해 온 바 있다.

강인선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북한에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유통기한 만료 등으로 국내에서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은 누적 37만9,311바이알이다. 코로나19 백신 한 바이알을 여러 회분으로 나눠 접종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지난 3월 22일까지 누적 폐기량은 233만회분이 넘는다.

지난 12일 0시 기준 국내 백신 잔여량은 1,477만4,000회분이다. 백신별로는 화이자 770만2,000회분, 모더나 332만6,000회분, 얀센 198만6,000회분, 노바백스 157만9,000회분, 소아용 화이자 18만2,000회분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