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강도태 이사장·6개 의약단체장, 수가협상 상견례
의협 이필수 회장 “건보 수가구조 개편 방안 연구 결과 기대”
병협 윤동섭 회장 “병원 전체 코로나 전담으로 내놓은 곳 많아”

내년 살림살이를 결정 짓는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협상의 막이 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도태 이사장과 6명의 의약단체장들은 4일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간담회’를 갖고 수가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쟁탈전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조산협회 등 6개 의약단체장들은 수가협상에 앞서 2년 넘게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수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공단에서 발주하며 진행 중인 건강보험 수가구조 개편 방안 연구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현행 요양급여비용 계약은 매년 재정운영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추가소요재정) 위에서 결정된다”며 “이 때문에 요양급여비 계약은 공급자들이 분배받는 형식적인 협상으로 변질돼 공급자뿐만 아니라 가입자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고 꼬집었다.

이어 “요양급여비 계약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건강보험 수가구조 개편 방안 연구를 통해 요양급여비 계약이 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협의를 부탁한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의료인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며 정부 방역정책에 적극 협조해왔다”면서 “의료비에 대한 합리적인 요양급여비 책정이야말로 국민 건강의 향상으로 귀결됨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일 병협 회장으로 취임해 첫 수가협상에 나선 윤동섭 회장은 코로나19로 병원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합리적인 보상책 마련을 요구했다.

윤 회장은 “병원계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순응하고 국민 건강 회복을 위해서 의료기관 전체를 전담병원으로 내놓은 곳도 많다”며 “2021년도 병원급 의료기관의 행위진료비 증가분의 43% 이상은 코로나19 대응으로 발생한 진료비다. 이것은 단순히 병원의 진료비 증가가 아니라 병원이 방역대응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일한 의료행위임에도 동등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에 많은 병원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병원계의 노력이 올해 협상에서는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협 박태근 회장은 최저임금 상승, 인건비 증가, 감염 방지 비용 증가 등으로 개원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치과계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발맞춰 협조하다 보니 보험급여 진료비가 타 유형보다 많이 증가해 실질적인 수가 인상에 불이익을 받아왔다”며 “이번 협상이 회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좋은 선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약국 조제수가 개선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약국은 코로나19 관련 호흡기 치료 약제 수요 증가로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환자에게 적시에 의약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약국마다 의약품 확보에 총력을 다했다”며 “일상회복이 가까워졌음을 느끼지만 약국의 상황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 회장은 “현재 약국 수는 2018년에 비해 7.7% 늘어 2만3,000여개가 넘고 있다. 행위료는 4년 전 수준인데 기관수만 계속 늘어 개별 약국 조제수입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조제료 수입은 오로지 환산지수와 처방약 증가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외래처방 환자 수도 감소하고 장기처방까지 늘면서 약국 행위료 점유율은 점점 축소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못지않게 약국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면밀히 검토해 약국 조제수가 개선이 약국 경영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이번 수가협상이 가입자에게는 보장성 강화 추진과 안정적 재정 운영을, 공급자에게는 보건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한 적정수가 보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공단 강도태 이사장은 “작년 수가계약을 마치고 가입자, 공급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도발전협의체를 중심으로 수가제도 개선을 논의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최근 보건의료 환경을 반영한 SGR모형 개선으로 환산지수를 산출해 2023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협상을 추진하게 됐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진료비 관리 측면에서 환산지수, 상대가치점수, 종별가산을 연계한 중장기 수가구조 개편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장은 “공단은 (가입자와 공급자) 양면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협조로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공단은 이번 상견례를 시작으로 오는 11일부터 31일까지 의약단체별로 협상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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