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센터장에 고대구로 김남렬 교수…설립계획부터 개소까지 10여년
군 외상환자, 의무후송헬기·군 병원 이용해 병원 전 단계부터 관리
연간 민간인 환자 900명 진료하려면…권역외상센터 지정 필수

국내 최초의 국군외상센터가 지난 4월 20일 개소했다. 지난 2011년 국방부가 설립 계획을 밝힌 지 10여년 만이다.

국군외상센터는 국방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이다. 지난 2018년 공사를 시작해 2020년 3월 준공됐다. 건설비만 497억원이 투입됐다.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내 총 1만1,169㎡ 부지에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건설됐으며, 외상병동 40병상, 외상중환자실 20병상, 외상수술실 2개를 갖췄다.

의료 장비도 최고급 장비들로 채웠다. 하지만 준공 이후에도 정작 센터를 이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준공 이후 2년 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 그 해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그동안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초대 센터장으로 고대구로병원 외상외과 김남렬 교수가 부임했다. 이어 지난 18일 국군외상센터의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며 드디어 국군외상센터가 문을 열게 됐다.

그는 초대 센터장으로 지원한 이유에 대해 '제로베이스(zero-base)'인 국군외상센터의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인 뿐 아니라 민간인 외상환자까지 진료하기 위해선 국군외상센터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군외상센터 김남렬 센터장은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국군외상센터의 운영 계획에 대해 얘기했다.
국군외상센터 김남렬 센터장은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국군외상센터의 운영 계획에 대해 얘기했다.

- 국내 최초 국군외상센터다.

국군외상센터가 지난 2020년 준공됐는데, 하드웨어만 갖춰져 있고 아직 소프트웨어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말하자면 제로베이스다. 국방부에서는 국군외상센터를 100%로 가동하기 위해 약 5년 정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다. 2~3년 안에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오랜 시간 센터장이 공석이었다. 센터장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대구로병원에서도 붙잡았고, 주위에서도 많이 말렸다. 지방의 권역외상센터에서도 센터장 제의도 받았다. 그럼에도 국군외상센터를 선택하게 된 것은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잘 굴러가는 차의 운전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동도 켜보지 않은 차를 잘 굴러갈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끌렸다.

국군외상센터를 넘어 권역외상센터를 이끌어보고 싶었던 점도 한몫했다. 고대구로병원은 서울시가 지정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중 하나다. 고대구로병원을 권역외상센터로 만들고자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 했다. 더 늦기 전에 권역외상센터에서 일하고 싶다.

- 고대구로병원에 근무하며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중환자실 전담팀, 신속대응팀 등을 두루 거쳤다. 이 경험을 국군외상센터에 어떻게 녹여낼 생각인가.

재난의학과 관련된 부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료에는 언제나 이상적인 목표가 있지만, 이상에 도달하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는 모자란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재난의학은 이런 부분을 다룬다.

지난 2014년 완공된 장보고기지를 건설할 때, 의무시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자문을 한 바 있다. 남극 기지의 경우 동계에 50여명이 상주하는데, 이 사람들을 위해 병원을 지어줄 수는 없기 때문에 한정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의료를 지원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이에 대해 조언했다. 실제로 남극 탐사에 참여, 탐사대원 12명의 의료지원을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군외상센터의 시스템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차츰 발전해 가겠지만 주어진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상센터의 기능을 크게 소생실, 수술실, 중환자실, 병실로 나눴을 때 주어진 여건이 100%가 될 때까지 인력 등을 적절히 배치해야 하는데 내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중증외상과 관련된) 의료진의 역량이 지금은 대학병원에 비해 부족한 상태다. 군병원이라는 한계로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이들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군부대에서 발생하는 모든 외상환자를 국군외상센터에서 치료하겠다고 했다. 거리상 먼 곳은 그 지역에 있는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군이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는 후송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닥터헬기가 없는 곳도 많을뿐더러, 24시간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군대에서는 의무후송항공대가 있는데, 메디온이라는 의무후송전용헬기 8대를 갖춰 군부대에서 환자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다. 닥터헬기의 경우 병원에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출발해서 환자를 싣고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의무후송항공대는 군부대 근처에서 신속하게 환자를 태울 수 있다.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했을 때 군 병원에서 일단 환자를 살려놓고 국군외상센터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다. 군이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군외상센터가 전국을 커버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모든 환자를 여기로 이송한다는 뜻은 아니다. 외상치료에서 중요한 병원 전 단계 시스템을 군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외상센터가 최종 치료기관의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 1년에 군인 환자 100명과 민간인 환자 900명을 치료하겠다고도 했다. 민간인 환자 치료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가.

민간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국군외상센터를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야 한다. 경기도 남부에만 약 700만명의 인구가 있다. 인구 만큼 외상환자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도 남부 권역외상센터인 아주대병원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국군외상센터는 시설 면에서는 권역외상센터의 기준에 부합한다. 따라서 복지부와도 협의중에 있다.

국군외상센터가 1년에 중증외상환자만 500명에서 1,000명을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국군외상센터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아직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의료 인력을 다 확보하지 못 했다고 들었다.

현재 의료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군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간 의사를 채용하려고 한다.

현재 2027년까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예산이 있는데, 이 정도면 여느 대학병원 연봉은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법적인 한계로 우리 센터에서 의사를 직접적으로 고용할 수 없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방부에서 의사를 정식으로 채용하기 위해선 군무원으로 뽑아야 한다. 나도 그렇게 들어온 케이스다. 하지만 군무원의 경우 대학병원에 비해 보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의사들이 선뜻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민간 대학병원과 협약을 맺어 해당 병원에서 국군외상센터에 지원하면 우리가 보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법적으로 의료인은 겸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기관에 의사를 파견할 수 없다. 하지만 공공의료 목적으로는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민간인 의사를 고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선 법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장기군의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군의관 중 외상을 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인 데다가, 장기군의관은 순환보직 제도 때문에 5년이라는 제한도 있다. 군 중견의 제도도 활용할 수 있는데, 민간병원에서 외상을 하던 사람은 여기서 군복무를 하며 임상적인 경험도 더 쌓을 수 있을 것이다.

- 외상환자의 치료는 수익이 나지 않아 선뜻 많은 병원이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외상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권역외상센터가 잘 운영되는지 판단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권역외상센터의 기능을 하지 못 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그런데 복지부에서는 매년 기준에 맞는지만 판단하고, 그걸 못 맞추면 인건비나 수가 지원을 끊어버린다.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돈을 지원하던지, 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행정편의적으로만 운영한다.

또 권역외상센터 외 외상치료를 잘 하는 곳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외상환자를 권역외상센터 17개만으로 다 감당할 수는 없다. 권역외상센터보다 아래 등급의 외상센터를 지정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를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아무리 열심히 외상환자를 치료해도 수가 지원을 못 받고 있다. 복지부에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임기 내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국군외상센터를 권역외상센터로 만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군 재난을 포함해 다양한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재난의료센터가 됐으면 한다.

또한 올해는 민간 의사 5명을 채용하는 것이 목표다. 그 정도만 확보해도 외상센터의 기능 중 50%는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방부, 복지부, 법제처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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