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의학공학교실 연구팀 “내시경 검사 중 바로 사용 가능”
사람 장 환경 구현 칩서 인터루킨 6·8, 13%·36% 감소

연세의대 의학공학교실 성학준·신영민·윤효진 교수 연구팀이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올인원’ 물질을 개발했다.

(왼쪽부터)연세의대 의학공학교실 성학준·신영민·윤효진 교수.
(왼쪽부터)연세의대 의학공학교실 성학준·신영민·윤효진 교수.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에 염증이 발생해 복통, 설사, 혈변을 야기하는 만성질환이다. 원인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근본적인 치료방법도 없다. 항염증제, 소염제 투여 등 완화에 무게를 둔 치료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질환 부위에 약물을 직접 투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염증 부위에 작용하는 치료물질을 개발했다. 내시경 검사 중에서 바로 사용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 50개 미만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인 ‘펩타이드’와 고분자 물질인 ‘하이드로겔’을 사용했다. 펩타이드가 질환 부위를 타게팅(targeting)해 치료할 수 있도록 AI(인공지능) 딥러닝 기술로 염증 완화 메커니즘을 학습시켰다. 하이드로겔은 상온에서는 고체로, 체온에서는 젤 형태를 유지해 체온에 반응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치료제는 주사제, 스프레이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과 수술이 필요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치료제 효과는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interleukin) 6·8의 수치와 장 길이로 평가했다. 염증성 장질환이 생기면 장의 길이가 짧아지고 염증 유발 물질이 많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장에 염증을 유발한 쥐에 치료제를 투입하니 투입 안한 대조군에 비해 장이 길어지고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감소했다. 정상 쥐, 염증 유발 후 아무것도 투약하지 않은 쥐, 치료제를 투약한 쥐의 장 길이는 각각 7.8·5.5·7.4㎝였다.

각 실험군에서 인터루킨 6은 정상군에 비해 치료제를 투입하지 않은 그룹에서 약 7배, 치료제를 투약한 쥐에서 약 2.5배 높았다. 인터루킨 8은 정상군에 비해 치료제를 투입하지 않은 그룹에서 약 6배, 치료제를 투약한 그룹에서 약 4배 증가했다.

사람의 장 환경을 구현한 칩에서도 치료 효과가 관찰됐다. 장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추출한 세포를 활용했다. 세포 칩에 치료제를 투약한 결과 인터루킨 6과 인터루킨 8은 각각 13%, 36% 감소했다. 융모 길이는 167% 증가했다.

환자에서 추출한 세포에서 확인한 치료제 효과. 염증 유발 물질은 감소했고(왼쪽), 융모 길이는 증가했다(오른쪽). 빨간색이 치료제 투입 세포 칩.(자료사진 제공: 세브란스병원)
환자에서 추출한 세포에서 확인한 치료제 효과. 염증 유발 물질은 감소했고(왼쪽), 융모 길이는 증가했다(오른쪽). 빨간색이 치료제 투입 세포 칩.(자료사진 제공: 세브란스병원)

대장 내시경에서 염증을 발견하면 치료제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돼지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보통 대장 내시경은 물을 분사하며 진행하는데 물에 하이드로겔을 섞어 사용했다. 하루가 지난 후에 돼지 장에서 하이드로겔을 발견해 실제 검사에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성학준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치료제가 없고 만성적인 증상 발현으로 환자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며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올인원 물질을 개발해 염증성 장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생체 재료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스’(Bioactive materials, IF 14.593)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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