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 시민단체,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 발족
부천시민 98% “부천에 공공병원 필요해”…예산 확보 과제
김용익 전 이사장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공공병원은 군함”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부천시민들의 요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여기에 김용익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 28일 부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에서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부천시민 2,2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병원 설립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28일 38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부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활동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사진제공: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지난 28일 38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부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활동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사진제공: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사 결과, 전체 65.3%(1,473명)가 부천에 공공병원이 없다는 것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에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8%(매우필요 1,436명, 필요 774명)에 달했다.

부천에 공공병원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방정부 무관심(1,360명) ▲시민들의 무관심과 행동 부재(920명) ▲낮은 재정자립도(641명) ▲민간의료시설 과잉(469명) 등을 꼽았다.

부천 공공병원의 사회적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지역 보건정책 수립(1,090명)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사업(841명) ▲취약계층 진료와 관리(822명) ▲국가재난상황 대응(712명) ▲적정진료 유도(615명) 순으로 답했다.

부천 공공병원 설립에 기대하는 바로는 ▲저렴한 의료비(1,285명) ▲믿을 수 있는 적정진료(1,244명) ▲재난상황 대비 안전망 구축(1,134명) 등을 들었다.

위원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나와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입원 치료할 병실은 있는 건지, 어느 낯선 지역으로 옮겨 가 치료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을 부천시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했다”고 했다.

위원회는 “중진료권 70개 중 30개가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이 없는 곳이고 부천권역도 그중에 한 곳으로 공공병원이 취약한 도시”라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공공의료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 중 우선순위에 밀려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천형 공공병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300병상 이상의 적정규모가 필요한데 설립비용이 2,000억~3,000억원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며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정부 지원금이 1,000억원 이상 필요하다. 경기도 차원에서도 중장기적인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부천시는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를 일관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공공병원-보건소-민간 병의원, 서로 협조해야

김용익 전 이사장은 ‘부천시민의 건강과 공공의료’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전 이사장은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자료를 토대로 부천시민의 심장질환 사망률, 비만·고혈압·당뇨병 진단률, 흡연율·고위험 음주율 등이 경기도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전 이사장.(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 온라인 중계화면 캡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전 이사장.(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시민추진위원회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 온라인 중계화면 캡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경기도 평균 사망률은 292.6명인데 반해 부천시는 294.0명이다. 심장질환·자살 사망률도 부천시(29.4명, 22.9명)가 경기도 평균(28.1명, 21.9명)보다 더 높다.

경기도 평균 비만, 고혈압, 당뇨병 진단율은 각각 31.6%, 19.7%, 8.4%로 부천시가 각각 32.1%, 20.8%, 9.0%로 더 높다.

부천시민의 흡연율, 고위험 음주율은 경기도 평균보다 높고 운동량은 적었다. 경기도 평균 흡연율과 음주율은 19.1%, 14.5%이지만 부천시는 20.1%, 15.7%였다. 신체활동 실천율은 경기도가 17.6%, 부천시는 14.6%로 나타났다.

김 전 이사장은 “부천권(부천, 광명)에 의료기관은 인구 100만 명당 672.1개로 적지 않다. 전문의·간호사 수도 많지만 공공의료기관은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 하나 있다”며 “응급·심뇌혈관 질환 진료 등 필수의료의 자체충족률도 낮다. 병원이 많은 지역인데도 왜 낮은지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천시가 ‘풍요 속의 빈곤’이고 ‘보건의료체계에 허점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김 전 이사장은 “부천시 공공병원을 짓자는 주장을 하면 꼭 나올 말이 ‘부천에는 병원도 많은데’라는 말일 것”이라며 “현실을 보면 부천 민간의료에는 허상이 있다. 민간병원들이 부천시민들의 문제와 요구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고 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전 이사장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공공병원은 군함과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군함이 몇 척 없어서 작은 상선·어선들을 갖고 싸웠다”며 “공공병원은 치료, 질병관리, 건강증진,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 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공병원에도 ‘팔 길이 원칙’을 적용해 정부가 지원해주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한다”며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은 같은 기능을 가져서는 안 된다. 민간병원은 진료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공공병원은 시민이 주인이 되는 병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팔 길이 만큼 거리를 두면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보건소와 함께 부천시민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부천시 공공병원이 설치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공공병원과 보건소, 풍부한 민간 병의원이 서로 협조하는 것이 (부천시 보건의료 발전의) 좋은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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