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 러시아 의약품 수출은 적으나 유럽 진출 타격
“의료기기 등 보건산업 제품 국산화율 제고 필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내 보건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對 러시아 경제 재재로 인해 타격을 받는 영세 의료기기 업체가 다수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 20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보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주요국들은 러시아의 금융자산 동결 및 실물 거래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일본, EU 등 48개 국가를 비우호 국가(Unfriendly Countries)로 지정하고, 외교적 제한을 포함한 각종 제재를 부과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對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약품 수출액은 각 약 1억 달러 및 약 2,00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의약품 수출액(99억1,500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약 1.0%, 0.2%로 매우 작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연도별 對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약품 수출액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2020년 기준 러시아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14개이며, GC녹십자(67.5%)와 한미약품(9.4%), 한독약품(3.3%) 상위 3개 기업이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했다. 다만, 이들 제약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러시아 수출액 비중은 1% 미만으로 매우 작았다.

진흥원은 對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의약품 수출 규모는 크지 않으며 수출 기업의 수도 적어 타 산업에 비해 단기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이나, 러시아와 긴밀하게 추진하고 있던 백신 관련 사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의 WHO, EMA 심사가 중단되며 한국코러스, 제테마, 이수앱지스 등 국내 기업들의 위탁생산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의 경우,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對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출액은 각 약 2억7,000만 달러 및 약 4,000만 달러 규모로 수출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의료기기 수출액(66억3,900만 달러)의 각 4.1%, 0.7%를 차지했다.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는 수출 기업의 수가 270개로 많은데, 수출액 대비 기업 수를 고려할 경우 영세 중소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2021년 기준, 對 러시아 수출액 상위 의료기기 품목은 임플란트(27.2%), 초음파 영상진단기(16.0%), 방사선 촬영기기(14.4%) 순이었며 코로나19로 인한 진단용 시약 수출도 2020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기준 러시아는 임플란트 시장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약 40%로 1위를 차지했다.

치과용 임플란트의 경우, 주요 수출기업인 오스템 임플란트에게 러시아는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큰 시장이며 모스크바 현지 법인도 설치하는 등 핵심 수출 국가이기 때문에 매출액 감소 등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초음파 영상진단기기의 경우, 삼성메디슨 등 주요 수출기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흥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지속적인 공격도 이뤄지고 있어 사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악화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에는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對 러시아 제재가 심화되고 환율·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내 보건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대부분 기업이 영세하고 수입의존도가 높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내 사업 중단 및 환율 및 유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 등 이번 사태로 인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흥원은 “특히, 중소기업의 수가 많은 의료기기 산업은 단기·중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의약품의 경우, 기업 규모 대비 수출액 비중이 매우 적어 단기적인 영향은 적겠으나 임상시험, 유럽 진출 등 중장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기업 차원에서 수출 대상국 경기 상황, 원·부자재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사태의 장기화를 대비해 재고 확대 및 수입선 다변화 등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며 정부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진흥원은 “보다 장기적으로는 대외 환경 변화에 덜 민감하고 국내 보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원료의약품, 의료기기 부품 등 국내 보건산업 제품들의 국산화율 제고와 함께 새로운 수출 시장 발굴을 위한 시장 분석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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