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안종화 교수, 한국인 맞춤형 치료 필요성에 근거 더해 
한국인 관상동맥질환자, 서구인 대비 '염증 수치' 현격히 낮아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에서 '염증 수치'가 장기 예후를 결정하는 주요한 원인이며, 특히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국내 환자들이 서구인 대비 '염증 수치'가 현격히 낮아 양호한 예후와 상관성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2일 미국심장학회 저널인 'JACC Asia' 최신호에는 중앙대광명병원 혈전센터 정영훈 교수와 창원경상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안종화 교수가 발표한 '동아시아 환자에서 잔류 염증 위험과 관상동맥중재술 후 사건과의 연관성(원제: Residual Inflammatory Risk and its Association With Events in East Asian Patients After Coronary Intervention)'에 관한 논문이 게재됐다.

협심증 및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한국인이 서구인에 비해 질병의 예후가 좋다는 임상 자료들이 축적되면서,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염증 수치'가 관상동맥질환의 진행 및 위중한 사건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제시돼 왔으며, 또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자료에서는 한국인에서 서구인에 비해 '염증 수치'가 낮다는 보고들이 있어 왔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관상동맥질환(CAD) 환자 4,562명을 포함한 동아시아 레지스트리에서 잔류 염증 위험(RIR)을 측정해 4개 그룹으로 계층화하고, 그에 따른 사망, 허혈성 사건 및 주요 출혈 위험을 평가했다.

*출처: JACC: Asia. Apr 12, 2022. DOI: 10.1016/j.jacasi.2021.11.014
*출처: JACC: Asia. Apr 12, 2022. DOI: 10.1016/j.jacasi.2021.11.014

그 결과, 한국인이 약물 치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염증수치(high sensitivity-CRP ≥ 2 mg/L)'를 가질 확률이 18.3%에 불과해 서구인(36.5%) 대비 50% 가까이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종간 '염증 수치'의 차이가 예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주요한 원인임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고염증 수치'를 가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허혈성 임상사건, 사망률 및 위중한 출혈의 발생이 유의하게 높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는 콜키친과 같이 대규모 연구들에서 임상 효과가 증명된 항염증 치료제가 중요한 약제지만, 서구인에 비해 한국인에서 사용 가능한 대상자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중앙대광명병원 혈전센터 정영훈 교수
중앙대광명병원 혈전센터 정영훈 교수

정영훈 교수는 "2012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개념을 만들고 지난 10년간 한국인의 심혈관계 질환의 특성과 이에 맞는 '한국인 맞춤형 심혈관계 적정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염증 수치'의 임상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한국인에서 왜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된 사망률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지를 증명해 냈다"고 설명했다.

안종화 교수는 "그간 관상동맥질환 고위험군에서 콜레스테롤 및 혈소판 활성도 등이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라고 제시되어 왔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염증 수치'가 고위험군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향후 도입될 항염증 치료제에 대한 적절한 환자군을 가려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영훈 교수는 2012년 이후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적정 항혈전제 치료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 발표를 3차례 주도했고, 관련해 NEJM, Lancet, JAMA 등의 세계적 학술지에 10차례에 걸쳐 레터 형식의 분석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아시아심장학회(Asian Society of Cardiology) 부회장, 혈소판-혈전연구회 회장 및 순환기의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 감염증 및 종양 혈전증 등에서 인종간 혈전 성향 차이 등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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