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급성기클리닉 '판교연세의원', 코로나19 클리닉 개소
경증 응급진료 수요 흡수해 환자는 물론 지역 응급실도 환영
응급의학 개원 새로운 모델 기대…"자생력 갖춰 가능성 증명할 것"

동네의원에서 경증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급성기클리닉(urgent care clinic)'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갈 곳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하던 경증 응급환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 환자까지 맡느라 과부하에 걸린 응급의료체계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연세의원은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추진하는 한국형 급성기클리닉의 교본이다. 개인 의원과 병원 응급실 중간 단계에서 응급의학 전문의가 경증 응급환자를 담당한다. 지난 17일 코로나19 환자 대면진료와 후유증 진료 클리닉도 개소해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갖췄다.

주 이용대상은 복통, 발열 환자부터 단순 염좌나 열상, 타박상 등 외과 진료가 필요한 경증 환자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휴일 없이 365일 진료한다. 중증은 아니지만 '주말이라', '어디로 갈지 몰라서' 병원 응급실로 몰렸던 진료 수요를 흡수한다.

응급실이 아닌 동네의원에서 간단한 처치로 증상을 다스릴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고 지역 응급실도 과밀화를 해소하고 중환자를 가려 받을 수 있어 환영하는 모델이다.

응급의학의사회 대외이사이기도 한 신형진 원장은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경증 환자 진료 때문에 중증 환자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개원을 결심했다"면서 "실제 개원 이후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갈 병원을 찾지 못했던 경증 응급환자들이 많이 찾으면서 규모가 점점 커져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판교연세의원 급성기클리닉은 원래 운영하던 통증클리닉과 결합한 모델이다. 공간과 시설 확보 부담은 최소화하고 수익 면에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고안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환자 진료를 위해 격리가 가능한 진료실 5곳을 두고 있다. 격리 병상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를 위한 개방형 공간도 별도로 존재한다. 고압산소치료나 온열치료 장비도 갖췄다.

이렇게 병원 특성에 따라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모듈식으로 운영 가능한 것이 '한국형' 급성기클리닉 특징이다. 정부 지원 없이 '자생력'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외이사인 판교연세의원 신형진 원장은 급성기클리닉이 경증 응급환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증 감염병 환자를 맡으면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외이사인 판교연세의원 신형진 원장은 급성기클리닉이 경증 응급환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증 감염병 환자를 맡으면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응급의학의사회는 급성기클리닉이 응급의학 전문의에게 좋은 개원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권에 3~5개 클리닉을 설치하고 내년부터 1년에 최소 10개씩 개소해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개원에 어려움을 겪는 응급의학 전문의를 위해 EM365에서 개원 자금 조달부터 입지 선정, 인테리어, 노무·세무 관리까지 표준화된 지침을 전수한다. 비용은 무료다. 응급실과 다른 진료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판교연세의원에서 6개월 실무 기회도 제공한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급성기클리닉은 이미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는 일상적인 모델이다. 응급의학계에서 10년 전부터 도입을 주장해왔다"며 "개인 의원이 만성질환관리와 질환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면 급성기클리닉은 경증 응급진료로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느리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밟고자 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의원에서 경증 응급환자를 보며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형 급성기클리닉 모델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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