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경남권역센터, 세미나 개최…유전상담사 제도화 촉구
국내 유전상담사, 전국에 50명…수가 없어 병원들 인력채용 기피
유튜버 쥬순맘 “인터넷 정보 정확하지 않아…유전상담 많이 도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 정확하지 않은 게 많아요. 때문에 병원에서 알려주는 정보들에 희귀질환자 및 가족들은 굉장히 목말라 합니다. 상담만 받고 싶을 때도 있는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아쉬워요.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정보는 물론 상담만 받고 싶을 때 유전상담사 분들이 있어서 다른 과와 달리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유전학과였어요.”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유튜버 ‘쥬순맘’이 희귀질환 경남권역센터가 주최한 ‘유전상담코스 세미나’에서 공유한 유전상담 서비스에 대한 경험담이다.

유전상담이란 질환의 유전적 요인이 환자와 그 가족에게 미치는 의학적, 심리적 영향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정이다. 유전상담사들은 가족력과 환자의 병력을 통해 특정 유전질환의 위험을 평가하고, 유전질환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며, 상담을 통해 환자가 자신에게 알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날 쥬순맘은 ‘희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라는 강연을 통해 “희귀질환이나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은 병원에서 주는 정보들에 굉장히 목말라한다. 인터넷 상 내용 중에는 믿을 수 없는 게 많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유전학과 진료를 받게 되면 장애에 맞는 협진이나 동일 장애의 다양한 케이스를 토대로 정보를 주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이 2013년과 2018년 그리고 2019년 등 3회에 걸쳐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 3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전상담서비스 지원사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유전상담서비스를 받은 95%의 환자와 가족들이 ‘유전상담서비스에 대해 만족했다’, 97%가 ‘유전상담서비스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쥬순맘은 "유전학과가 병원마다 있지 않으니 늘 환자가 많고 붐비는 편”이라며 “진료시간이 짧고 빨리 나와야 해서 아쉽다”고 전했다.

유전상담사, 국가인증 자격으로 인정돼야

질병관리청은 지난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된 이후 2017년부터 권역별로 희귀질환거점센터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상담사를 채용해 희귀질환자들에게 유전질환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는 병원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건양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등 15개 정도에 불과하다.

희귀질환 거점센터를 비롯해 희귀질환을 진료하고 있는 곳은 많지만 유전상담사들을 채용해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희귀질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유전상담을 제공하더라도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아 비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 유전상담 인력을 채용하게 될 경우 인건비는 고스란히 병원 몫이다.

이에 희귀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등 전문가들은 희귀질환자와 가족들에게 충분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전상담서비스의 제도화를 촉구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김윤경 전담간호사는 희귀질환 경남권역센터 주최 ‘유전상담코스 세미나’에서 “실제 환자에게 상담을 제공하더라도 직접적인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국내 유전상담서비스 제도가 정립되기 위해서는 유전상담료의 제도화가 필요하고 유전상담사가 국가인증 자격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경 간호사에 따르면 일부 유전성 대사질환의 경우 영양교육 상담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상담료를 청구하는 곳이 서울아산병원 등 6곳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급여로 1일 7만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 영양교육 상담료의 경우 의사, 간호사, 영양사가 한 팀이 되어 영양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유전상담료는 대사질환 외 더 많은 유전질환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전질환의 의학적, 유전학적 정보는 물론 발병위험도, 심리적, 사회적 지지 등의 유전상담 전 과정이 가능하다. 유전상담사가 주축이 되어 교육을 실시한다.

유전상담 분야 현재 과도기…세분화 및 전문화 추세

'The Hospital for Sick Children' 이휘원 유전상담사도 이날 ‘유전상담의 중요성 및 필요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유전상담 분야는 현재 과도기다. 유전상담사 역할과 범위가 한국은 물론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확실히 정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그러다보니 독립적으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면허를 발급해주는 일부 미국 주들과 달리 캐나다, 유럽, 아시아에서는 독자적으로 상담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50주 가운데 48주에서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면허 발급주에서 유전상담사가 독립적으로 상담서비스 제공할 수 있지만 미국 정부에서 제공 보험에서는 유전상담사의 독립적 서비스 인정되지 않는다. 민간보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보험 밖에 없는 환자들에게는 서비스에 대한 댓가를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는 게 이휘원 상담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휘원 유전상담사는 “21세기 들어 유전상담 분야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진단검사, 산업, 산전, 암 분야 외에도 임상에서는 신경, 피부, 신장, 안과 등 유전적 요인이 발견되는 다양한 과에서는 유전상담이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휘원 유전상담사에 따르면 미국은 환자 10만명당 유전상담사가 1명, 캐나다는 1.18명으로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북미 2022년 기준 5,629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만명이 넘는 유전상담사들이 활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전상담사도 수도권 쏠림…교육기회 넓혀져야

한편, 이번 유전상담 세미나를 개최한 희귀질환센터 경남권역 전종근 센터장(양산부산대병원 희귀질환센터장)은 희귀질환 등 유전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유전상담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수가문제를 비롯 국내 유전상담사들의 서울 등 수도권 쏠림현상을 지적했다.

유전상담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원 과정을 거쳐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인증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석사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원은 아주대의과대학원,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 울산대 산업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등 4개에 불과하다.

전종근 센터장은 “유전상담 대학원 과정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보니 지역에 있는 지역거점센터 간호사들이 유전상담사 자격을 취득하는 게 쉽지 않다”며 “더욱이 정부의 희귀질환 사업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으로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하는데 간호사 등의 커리를 갖고 결혼도 하지 않고 지방에서 일해야 한다면 누가 오겠나.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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