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요양병원·시설 관리 강화방안, 현실성 부족
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유휴 요양보호사 활용 바람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는 다소 누그러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여전히 감염에 취약한 고령의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이어지며 사망자가 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최근 5주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420건의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해 총 2만2,366명이 확진됐다. 이 기간 사망한 코로나19 확진자 9,034명 중 3,326명(36.8%)이 요양병원·시설에서 사망했다.

이 같은 집단감염은 의료진과 돌봄인력 감염으로 확산되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가 요양병원·시설 관리 강화방안을 꺼내 들었다. 특히 정부는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준비생의 현장실습을 재개해 요양시설 등에 배치하기로 했다.

또 확진된 돌봄 종사자 가운데 3차 접종을 완료한 무증상자는 3일 격리 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업무연속성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 BCP)을 개정했다. 의료진 격리기간도 단축시켜 당장 급한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현장 반응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 노인들이 밀집해 있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또 다른 집단감염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부족한 인력을 충원할 수 없는 현장에서는 의료진의 사명감으로 구멍을 메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8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심각한 인력난에 더해 의료진 '번 아웃'으로 인한 어려운 현장 상황을 전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8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심각한 인력난에 더해 의료진 '번 아웃'으로 인한 어려운 현장 상황을 전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카네이션요양병원 원장)은 8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BCP를 가동시킬 수 있지만 늘 조심스럽다. 접종을 했고 증상이 없어도 (바이러스) 균은 계속 내보낼 수 있다.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위험할 수 있어 인력 활용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감염 확산 상황에 일손이 부족해지자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는 데이와 이브닝, 나이트까지 24시간 근무를 자처하기도 했다.

노 위원장은 “나이트 근무를 서야 하는 간호사에게 일이 생겨 커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미 데이와 이브닝 근무를 한 간호사 외에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면담을 했는데 답이 없는 상황이니 근무를 더 하겠다고 했다. 결국 사명감으로 24시간 근무를 한 것”이라며 “그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들도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내놓은 요양보호사 준비생을 돌봄보조 인력으로 활용하도록 한 방안은 오히려 현장 의료진의 업무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요양보호사 준비생을 돌봄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현장에 폭탄을 던지는 것 같다. 실습생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본인이 모르는 해가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며 “지쳐있는 의료인들이 실습생 교육을 해야 하고 관리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위원장은 “자격증을 갖고 있는 요양보호사가 163만명이고 현재 일하는 인력이 40만명 정도 된다. 240시간 교육을 마친 유휴인력이 120만명 가량 있다. 최소 교육과정을 마친 분들이다. 이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면 된다”며 “하지만 이들도 요양병원 현장에 바로 투입하기 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협조를 통해 교육을 시킨 후 현장에 투입하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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