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DTx 개발·수요 예상되지만 과제 산적
이진용 소장 “남은 과제는 DTx 가격 책정과 변제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까지 DTx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나라는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며 전담조직 구성 등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진용 연구소장 등 연구팀은 최근 대한심장학회지(Korean Circulation Journal, KCJ)에 게재한 글(Reimbursement of Digital Therapeutics: Future Perspectives in Korea)을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연구팀은 “고혈압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다루는 DTx가 멀지 않은 미래에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DTx 관련 지원 시스템과 건강보험 보장 여부를 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보조금과 과학·기술 기금, 건강보험을 포함한 여러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웰니스에서 질병의 예방·관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활용이 높아진 만큼 해외처럼 DTx에 대한 지원 범위와 적용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DTx는 주로 정신건강 치료 용도로 많이 개발됐지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만성질환은 신체활동, 흡연, 식습관 등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곧 만성질환을 관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DTx는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해 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만성질환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Tx는 새로운 의료수요에 부응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미 많은 국가에서 DTx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실제로 FDA(미국식품의약국)는 최근 코로나19로 줄어든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디지털 기술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각 나라마다 DTx에 대한 정의와 규제, 평가, 지원책 등이 다르고 DTx 관련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비나 이용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DTx 도입·확대를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독일은 독일건강보험(Gestzlicher Krankenversicherung, GKV)의 혁신기금을 통해 DTx 개발을 지원한다. 영국도 DTx 개발비나 사용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보조금과 기금을 마련했다. 일본은 지난 2020년 DTx 개발 기반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DASH for SaMD’라는 소프트웨어의료기기(SaMD)용 의료 분야 디지털 혁신 실행전략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내 건강보험 제도에 DTx를 도입하기 위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기 보다는 기존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DTx가 의약품과 유사하게 취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남은 과제는 DTx에 대한 가격 책정과 변제제도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DTx를 의사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적용을 돕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때 서비스 비용과 치료재료 비용을 포함한 복합 변제 방식을 구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실제 테스트가 중요한 만큼 영국은 DTx 적용 범위를 결정할 때 사용성 평가를 고려하지만, 우리나라의 신기술 평가 프로세스에서는 사용성 평가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영국, 독일 등은 사용성 평가 기간을 1~2년으로 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DTx의 실제 효과를 테스트하고 검증하기 위한 절차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소프트웨어의 변경이 자주 일어나는 점을 감안해 평가 기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끝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DTx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비용보다는 DTx의 가치를 고려한 변제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는 실제 테스트를 통한 검증이 수반되는 만큼 적용 범위 결정 과정을 이끌 수 있는 협의회를 조직하거나 전담위원회 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