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폐질환 인과성 부정한 CMIT·MIT 성분
“CMIT·MIT 가습기 살균제도 폐질환 유발” JKMS 게재

개봉을 앞둔 영화 ‘공기 살인’을 계기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인불명 폐 손상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11년이 지났지만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일부 기업은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에스케이(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다. 이들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 판결이 달랐던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있었다. 옥시 등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달리 에스케이케미칼 등이 사용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경우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다룬 영화 '공기살인' 포스터(왼쪽)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 간 인과관계를 연구한 논문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다룬 영화 '공기살인' 포스터(왼쪽)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 간 인과관계를 연구한 논문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과관계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도 CMIT와 MIT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가 호흡기 하부로 침착돼 천식과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공동연구진은 CMIT와 MIT를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 손상 위험을 문헌고찰로 정리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최근 발표했다.

국내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중 CMIT와 MIT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그 비율이 3:1 정도였다. CMIT는 1~2%, MIT는 0.2~0.6% 포함돼 있었다.

연구결과, 주거 환경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CMIT와 MIT 성분은 공기 중으로 분산돼 일정 시간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CMIT와 MIT 혼합물은 공기 중으로 기체상 물질 또는 마그네슘염이 포함된 작은 입자 형태로 분산돼 호흡기로 흡수된다. 이어 호흡기 하부에 도달해 침착되면서 천식과 간질성 폐질환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2017~2019년 발표된 임상 논문 3건을 분석한 결과,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3개월 이상 사용한 어린이들이 PHMG/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을 때와 임상적으로 유사한 폐 손상을 보였다.

법원이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근거로 채택한 동물실험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동물실험 결과는 화학 물질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거나 반증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CMIT와 MIT가 살균제로 들어간 가습기 사용은 천식과 간질성 폐 질환(ILD) 등 폐 손상을 유발하고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 다수는 한국에서만 널리 사용됐고 그로 인해 호흡기 건강 문제를 야기했다”며 “흡입 노출 평가 연구, 동물실험, 역학 연구 등에서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임상 증거가 있는 가습기 살균제 연관 폐질환(HDLI) 사례 수는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 위험 평가에서 우선순위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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