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응체계 준비 없던 홍콩 대규모 사망자 발생
고령층 백신접종 방해한 잘못된 정부의 메시지도 원인
홍콩과학기술대 김현철 교수 “의료체계 순간적으로 붕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에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홍콩이 한 순간에 ‘위기 국가’로 꼽혔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지난해 말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만2,000만 명대였지만 올해 1월 오미크론이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인구 740만 명인 홍콩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다행히 홍콩은 급격한 오미크론 확산세로 혼란을 겪은 만큼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달 초 가파르게 치솟았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19일 1만 명대로 떨어진 후 다시 일주일 만에 1만 명 아래로 감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홍콩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말까지 2년간 213명이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오미크론 확산 이후 7,000명을 넘어서며 최악의 사상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제로 코비드’(Zero Covid) 정책만 고수하며 의료대응체계를 철저히 준비하지 않은 실수로 홍콩은 ‘감염병 위기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홍콩과학기술대학 김현철 교수는 지난 1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홍콩에서 의료체계가 순간적으로 붕괴되면서 시신이 담긴 검은 비닐 7~8구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입원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로 코비드 효과이기도 하다. 홍콩은 (오미크론 전까지) 정말 (확진자가) ‘0’이었다. 그 상태로 6~7개월을 지나니 영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라며 “병원들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사망자 수도 커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오미크론이 왔을 때 홍콩 사람들은 2년간 지속했던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쳐 있던 상황이었다”며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도 젊은 사람들은 일상을 유지했다. 노인층 사망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홍콩의 방역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또 있다. 잘못된 정부의 메시지가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백신 도입 초기 홍콩 정부는 기저질환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노인만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도록 했고, 시설에 있는 노인들의 경우 백신접종에 대한 자녀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 피크가 오기 직전까지 젊은 층의 백신 접종률은 90%에 이르렀던 반면 노인층 접종률은 30%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홍콩 정부를 향한 홍콩인들의 높은 불신이 백신 접종 거부로 이어졌다. 그래서 홍콩 정부가 들고 나온 게 강력한 백신패스였다. 학교나 회사, 식당 등에 갈 때 백신을 접종한 사람만 출입하도록 백신패스를 도입하면서 젊은 사람들의 백신 접종률은 90%에 이르렀지만 외출이 찾지 않은 노인 접종률은 3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더불어 "홍콩 정부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 노인 시설에 있는 경우 접종에 대해 자녀의 동의를 얻도록 했고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은 필히 접종을 해야 했지만 의사들에게 기저질환이 안정적인 노인들만 접종하라는 사인을 줬다. 예기치 않은 사망은 그런 결과가 낳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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