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산학협력단 이용이 ‘불편’한 국립대병원, 원내 설립 추진
병원 소속 교수, 산학협력단 이용 못해…연구인력 채용 등 차질

대학병원들의 연구역량 강화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국립대 총장들이 연구하겠다는 국립대병원 교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수들 중 상당수가 병원에만 소속돼 본교 산학협력단을 이용할 수 없 국립대병원들이 뜻을 모아 병원 산학협력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총장들이 이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대병원 교수들 사이에서는 총장들이 학교 연구비와 간접비 등이 줄어드는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생각해 국립대병원 연구역량 강화라는 대의를 못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립대병원 교수 중 60%는 학교 산단 이용 못해

국립대병원협회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국립대병원 재임 교수 총 3,307명 중 대학과 병원에 동시 소속돼 있는 전임교수는 1,332명으로 전체 40%에 불과하다.

기금교수, 임상교수, 진료전담교수 등 약 60%는 법인 소속 자체가 달라 본교에 설치된 산학협력단 이용이 불가능하다.

사립대병원들이 대학 소속인 것과 달리 국립대병원들은 대학법인이나 국가로부터 독립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돼 있기 때문에 대학 소속 겸직교원을 제외한 병원 소속 교수는 본교 산학협력단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본교 산학협력단 이용이 가능한 전임교수의 경우에도 임상과 밀접히 연계돼 있는 의학연구 특성과 이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평가기준 등으로 산학협력단 이용 불편이 커지고 있다.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본교 산학협력단을 이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는 '고용'과도 직결된다.

대학병원교수들이 본교 산학협력단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연구과제 수행 연구원을 개인이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연구원들의 4대 보험 처리 등이 불가능해 연구원 기본 처우와 노동권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

국립대병원협회 집계 결과 2021년 1/4분기 기준 서울대병원의 비직원 연구인력은 서울대병원 1,108명, 분당서울대병원 604명 등 총 1,712명에 이른다.

서울대병원이 국립대병원들 중 연구원 수가 특히 많기는 하지만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연구원들의 지위 보장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 논의 임박, 엇갈리는 전망

현장에서 연구를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연구인력의 고용 불안정성은 우수 연구인력 이탈 등의 문제를 불러 연구 지속성, 안전성 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결국 보건의료 연구와 임상시험 등의 질 관리 저하를 초래한다.

이에 국립대병원들은 2019년 말부터 본교가 아닌 병원 내 산학협력단 설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관련 법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2021년 4월 9일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 2021년 12월 21일에는 같은당 윤영덕 의원이 각각 산학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윤영덕 의원 개정안의 경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교육부가 중재에 나서 '의대교수들의 본교 산학협력단 이용을 원칙으로 하고 병원자원을 이용하는 연구를 할 때 총장 허가를 받아 병원 산학협력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는 윤 의원 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될 경우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 국립대병원지원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와 국립대병원협회 간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 이후 대안으로 만든 것이 윤 의원 개정안”이라며 “교육부에서는 양 측에서 합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법은 현재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 계류 중이다. 대통령선거 등으로 법안소위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며 “입법과정에서 찬반 논의는 당연히 있겠지만 원만히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영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의 공식 의견은 없다.

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립대병원 내 산단 설립)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대학병원에 산단이 없어 개별 연구원 모집 등에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려면 병원에 산단을 설립하게 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에서 의원실로 해당 법안에 대한 아직 공식 의견을 낸 것은 없다”면서도 “(총장들이 재정 문제로 법안에 반대한다는 주장에 대해) 관련 내용을 검토는 했다. 국립대에서 재정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엄살로 봐야 한다”고 했다.

국립대병원 “총장들 아직도 병원 내 산단 반대”

국립대병원들도 아직 총장들이 마음을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 개정 절차는 진행 중이지만 병원에 따로 산학협력단이 설치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총장들이 여전히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방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국립대병원에 따로 산학협력단이 설치되면) 연구비와 간접비에 손해를 볼까봐 총장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 연구역량을 악화시키는 비정상을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총장들이 막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립대병원 임상교수들은 몇년 지나면 학교 겸직으로 간다. 이들이 임상교수 시절 연구에 매진해 겸직 교수가 됐을 때 더 큰 연구를 수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당장 눈앞의 손해를 보고 소탐대실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병원연구 활성화를 위해 연구중심병원까지 만들고 있는데 국립대병원은 이런 실정”이라며 “연구인력 채용 자체가 힘들어 경쟁력이 없다. 정부연구사업도 사립대병원에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모든 국립대병원들의 숙원사업이 병원 산학협력단 설치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체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각 국립대 총장선거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시켜야 한다”며 “의대교수들은 물론 함께 연구할 기회가 많은 공대교수들에게까지 이 문제를 공론화해 총장선거 최대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윤영덕 의원 발의안에 대해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의대 교수들의 산학협력 활동이 대학에서 대학병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대학의 산학협력 활동을 촉진하기보다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며 “대학 산학협력단에서 대학병원 산학협력 지원업무를 할 수 있는 데도 대학병원 자체적으로 산학협력단을 두는 것은 병원 조직을 방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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