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도 비해 진료·연구·교육에서 국내·외 격차 커
지난해 3월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첫 시도
"진료는 물론 정밀의료 전문인력 체계적으로 양성"

환자가 아파서 병원을 찾기 전 그 아픔의 '싹'부터 다스리려는 진료과가 있다. 정밀의료와 빅데이터 산업 발전과 함께 떠오른 '유전체의학과'다.

유전체의학과는 환자 맞춤형 의료와 예방, 다학제진료 등 '미래 의료'를 꿈꾸는 의료계가 주목하는 '핫한' 키워드를 두루 갖췄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유전'을 다루는 곳은 많지만 '유전체의학' 자체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곳은 없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신설된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가 최초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는 6월 환자를 보기 시작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외래 진료를 시행했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의료진은 지난 1일 충북대병원 희귀유전질환센터가 개최한 '2022 임상유전체의학 심포지엄'에서 국내 최초 과 설립과 운영 경험을 공유하며 임상유전체의학과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 교수는 "유전체의학은 이미 세계적 대세"지만 국내 의료계와 해외의 격차가 현격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해외 의료계는 진료·교육·연구 과정을 설립하고 체계화했지만 국내는 조직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 의대와 병원은 유전학교실과 유전학과를 두고 유전 관련 질환 맞춤형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물론 임상·기초의학 연구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채 교수는 “국내에는 정식의 유전학을 진료과로 개설한 병원이 없었다. 일부 병원이 클리닉 형태로 유전 관련 질환을 다루고 있지만 유전체의학이라는 이름 아래 조직된 곳이 없다. 우리나라 의학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지만 실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고 털어놨다.

채 교수는 "병원 내에 유전의학을 다루는 과는 많지만 그 사이에 수많은 빈 공간이 존재했다"며 "이를 물리적으로 합치기보다는 '팀워크'를 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보고 새로운 과를 만들자고 결정했다"고 했다.

과 신설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기본적인 공간 배정은 물론 수가 청구 시스템 마련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문장섭 교수는 다학제적 성격에 맞춰 여러 의료진이 함께할 '넓은' 공간과 '유연한' 청구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임상유전체의학과는 수가 청구를 할 수 있는 진료과가 아니다. 외래 수익은 의료진의 원래 전문 진료과로 청구된다. 따라서 임상유전체의학과로 과 코드를 지정해도 세부 코드로 ‘임상유전체의학과 내분비대사내과’, ‘임상유전체의학과 혈액종양내과’로 구별하고 각 과에 수가를 청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임상유전체의학과 신설을 계획하는 경우 과 코드 생성과 수가 청구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병원의 모든 진료 실적이 공간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만큼 공간 배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충북대병원 희귀유전질환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국내 최초 임상유전체의학과 설립 과정과 앞으로 목표를 설명했다.
지난 1일 충북대병원 희귀유전질환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국내 최초 임상유전체의학과 설립 과정과 앞으로 목표를 설명했다.

한발 앞서 환자 파악하고 질병 예방하는 것이 '미래 의료'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가 꼽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교육'이다. 의대 과정부터 전공의 수련을 거쳐 정밀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채 교수는 “정밀의료시대를 선도할 융합형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대생부터 시작해 레지던트, 주니어 스텝까지 기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유전체의학 임상-기초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확립하고자 한다"고 했다.

채 교수는 "여러 과가 함께하고 의료와 연구가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이를 전달하고 데이터를 함께 공유하는 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밀의료 전문간호사, 유전상담사 등 유전체와 정밀의료 관련 의료인력을 함께 양성한다는 목표"라고 했다.

채 교수는 "지금은 증상이 있는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이제 증상이 생기기 이전에 한발 앞서 환자를 파악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미래 의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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