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연 AI센터장 "AI 활용 신약개발이 미래 핵심 전략분야"
"AI플랫폼 개발 등 통해 국내 AI 신약개발 활성화에 일조할 것"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개발이 전세계적으로 대세가 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 비용과 기간을 단축시키고 성공 기회도 높일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아직 성공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주요 제약기업들은 ‘AI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성공사례가 ‘아직’ 없을 뿐 시간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AI 신약개발, 제약강국 도약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전망이 이어졌다. 간담회는 이달 초 취임한 AI신약개발지원센터(이하 AI센터) 김우연 센터장(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로부터 AI 신약개발에 대한 전망과 향후 센터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김우연 센터장은 “신약개발은 사회파급효과가큰 공익 성격의 사업이다. 반면 신약 R&D에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은 국내 제약기업이 넘기 힘든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R&D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AI 활용 신약개발이 미래 핵심 전략분야로 부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우연 센터장은 AI를 통해 후보물질 설계부터 시작해서 유전체 등 생체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최적 환자군을 도출해 불확실성, 그리고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국내에서는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AI 신약 개발 및 투자 열기가 활발하다. AI센터에 따르면, 국내 신약개발 AI 스타트업은 현재 38개이며, 이 중14개 신약개발 AI 스타트업에 지난해 상반기 1,7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정부도 ‘AI 활용 혁신신약 발굴’ 등 27개 사업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AI 활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제약사 30여 곳에선 자체 AI 신약개발을 진행하거나, 관련 AI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현재 국내 AI 신약개발 시장은 아직 미성숙 단계이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공지능기술과 신약개발기술 분야의 적극적인 협업, 전문인력 양성, 데이터 구축 등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AI 신약개발 시장은 협업 측면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AI솔루션 매칭 과정에 있다. 흔히 솔루션, 플랫폼 등으로 불리는 AI 신약개발 모델은 실제 실험에 적용해봐야 정확한 성능을 알 수 있다. 이렇다보니 제약기업은 AI솔루션이 자신들이 원하는 기술과 성능을 갖추었는지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로 AI기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AI솔루션의 가치를 미리 입증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AI기술과 신약개발 수요가 잘못 매칭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공동연구가 서로에게 실망만을 안기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신약개발 연구자를 위한 AI 플랫폼’을 올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 전문지식이 없는 의‧약‧화학자들도 웹상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통해 AI 신약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 이러한 경험이 AI 신약기업과 활발한 매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플랫폼이 유효물질, 선도물질 발굴단계에 적용돼 제약기업이 고가로 구입하는 해외 소프트웨어 도입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융합형 AI 신약개발 전문가 교육’사업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신약개발 연구원 맞춤형 학습과정과 현장실습과정을 개설해 신약개발 현장의 AI 전문인력 부족현상을 해소해 나가겠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AI 신약개발 협의체를 운영해 인공지능과 신약개발 두 전문영역이 활발하게 소통하고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김우연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김우연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

AI 솔루션의 성능 향상과 정확도 제고를 위해선 화합물, 오믹스, 문헌정보, 임상정보, 의료정보 등 관련한 데이터이 방대한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민감성이 높고 개인정보, 기술유출 등의 이슈가 있는 보건의료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하기란 국내에서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공공기관, 의료기관, 제약기업 모두 각자의 데이터를 폐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빅데이터, 데이터 중심병원의 의료데이터를 제약기업의 임상데이터와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강구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그는 국내 AI 신약개발 시장 발전 속도가 더디지만, 그 이유가 기술 부족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해외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 AI 신약개발 시장은 M&A, 라이센스 인-아웃 같은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리의 AI기술이 뒤처졌기 때문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AI 기술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최근 권위 있는 국제학회에 발표되는 국내 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의 AI 논문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국내 AI기술 수준이 상당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AI 신약개발 시장의 발전속도가 더딘 원인은 AI기업와 제약기업이 공동으로 협업할 적절한 접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기술은 아직 글로벌 선두주자와 비교해 그 격차가 크지 않다. 우리가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능력과 IT기업의 AI기술을 잘 접목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하며 "AI센터는 이 협업 비즈니스를 촉진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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