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도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접근권 얻어
한의원이 양성자 등록하자 이튿날 확진자로 안내
김정국 강남구한의사회장 “등록 후 확진 문자 받아”
확진자 관리하는 방역당국, 사실 관계 파악 못하나 안하나

보건복지부는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RAT) 결과는 확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미 한의원은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접근 권한을 승인 받고 양성자를 등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의원이 등록한 양성자들은 보건소로부터 확진자라는 안내를 받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RAT) 결과는 확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미 한의원은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접근 권한을 승인 받고 양성자를 등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의원이 등록한 양성자들은 보건소로부터 확진자라는 안내를 받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나선 한의계로 인해 확진자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확인됐다.

정부가 인정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시행 기관이 아닌 한의원도 시스템에 접속해 양성자를 신고하고 그 내용 그대로 ‘확진’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사가 코로나19 양성자 등록을 하도록 시스템 접근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국 강남구한의사회장은 지난 15일 보건소로부터 신속항원검사 양성 신고 관련 내용을 안내하는 공문을 받았다. 그리고 안내 절차에 따라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접근 권한 신청을 했고 승인을 받았다. 대한한의사협회 측 설명과 달리 보건소가 권한을 줘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김 회장은 “참여 대상은 ‘의료기관’으로 돼 있었다. 한의원도 법적으로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시스템 접근 권한을 신청했다”며 “공문에는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이 아니면 건강보험 수가 적용은 안된다고만 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서울시한의사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이 시스템을 통해 양성자를 등록했고 이는 곧 확진자로 인정됐다. 김 회장이 당사자다. 김 회장은 지난 17일 코로나19 증상이 있어 스스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결과는 양성. 김 회장은 이날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에 본인을 양성자로 등록했고 이날 오후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격리통지서는 이틀 뒤인 지난 19일에 왔다.

김정국한의원 원장인 김정국 강남구한의사회장이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에 본인의 신속항원검사 결과(양성)를 등록한 후 보건소로부터 받은 '확진자 통보' 문자메시지.
김정국한의원 원장인 김정국 강남구한의사회장이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에 본인의 신속항원검사 결과(양성)를 등록한 후 보건소로부터 받은 '확진자 통보' 문자메시지.

한의원에서 등록한 신속항원검사 양성자가 확진자로 인정된 것이다.

김 회장은 복지부가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후에도 한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자로 등록한 환자가 확진자로 인정돼 보건소로부터 격리 대상 통보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한의원 신속항원검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시스템에 접속해서 양성자 등록도 가능하고 등록된 양성자는 확진으로 인정받았다”며 “정부에서 무조건 한의원은 안된다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의사도 법정감염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오면 신고할 의무가 있다. 한의원에 온 환자가 의심 증상을 보여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모른 척 해야 하느냐”며 “의료법상 의료인은 진료 거부를 할 수 없는데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가 오면 거부해야 하느냐”고도 했다.

확진자 관리하는 방역 당국, 한의원 등록 여부 파악 못해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접근 권한은 질병관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질병청이 공개한 사용자 매뉴얼에 따르면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에 접근하려면 우선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사용자로 가입해야 한다. 이후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으로 들어가 권한을 신청하면 이를 질병청이 승인한다.

접근이 승인된 의료기관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자가 나오면 확진자로 신고한다. 신고된 내용은 보건소와 시도, 질병청을 거쳐 최종 확진자로 승인된다. 하지만 동네병의원에서 실시하는 신속항원검사 결과도 ‘확진’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지난 14일부터는 승인 절차 없이 등록만 하면 확진자로 인정된다.

복지부는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접근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일부 한의원은 접근 권한을 이미 얻었으며 신속항원검사도 비급여로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한의사회 등은 전문가용 신속항원진단키트 공동 구매도 진행하고 있다.

정작 확진자를 관리해야 하는 방역 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건소들은 한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와도 확진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한의원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양성이어도 확진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한의원이 아닌 동네 병의원에서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도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의원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한다 하더라도 비용 인정이나 확진자 인정 등은 일체 불가하다”고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관 중심으로 검사기관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속항원검사만 시행 한의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무엇보다 환자들이 걱정이다. 검사가 잘못돼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도 지연된다.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고위험 환자에게는 증상 발현 후 72시간 내에 써야 한다”며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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