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팜캐드 권태형 공동대표 “기술력 자신있다”
팜캐드-아이진,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중
PhD 연구자 60명까지 확대…“글로벌 신약 목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신약’이라는 성과를 낸 곳은 아직 없다. 많은 사람들이 ‘팜캐드(PharmCADD)’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팜캐드가 바이오기업 ‘아이진’과 공동 개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mRNA 백신은 현재 임상시험 1·2a상이 진행 중이며 3상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 3상에 진입하면 AI 플랫폼으로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로서는 세계 최초라는 게 팜캐드의 설명이다.

팜캐드는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항암제, 항응고제(NOAC),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를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한 상태다. 회사를 설립한 지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서울 삼성동 팜캐드 서울사무소에서 청년의사와 만난 권태형 대표는 인적 자원과 기술력을 강조하며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인도와 미국에 이어 오는 5월 영국에도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며 현재 35명인 PhD 연구자도 6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권태형 대표(왼쪽)와 우상욱 대표는 지난 2019년 3월 팜캐드를 공동 창업했다.
권태형 대표(왼쪽)와 우상욱 대표는 지난 2019년 3월 팜캐드를 공동 창업했다.

권 대표는 출발부터 기술력에서 다른 AI 신약 개발 기업보다 앞섰다고 했다. 시작은 공동 대표인 우상욱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였다. 당시 우 교수는 신약 후보 물질 성분을 인체와 비슷하게 구현한 AI 플랫폼에 입력해 독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우연히 우 교수의 연구 내용을 알게 된 권 대표는 가능성을 봤고 창업을 추진했다. 권 대표는 공격적으로 움직였고 지난 2019년 3월 팜캐드를 설립했다. 창업 초기 KTB네트워크에서 투자를 받고 기술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창업 이후 행보도 독특했다. 우 대표가 진행하던 연구는 양자역학 기반 AI 신약 개발 플랫폼 ‘파뮬레이터(Pharmulator)’로 발전했다. 팜캐드는 지난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에서 ‘파뮬레이터 1.0’을 공개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열린 ‘CES 2022’에도 참가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업 참여가 늘고 있는 CES이지만 디지털 치료제가 아닌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찾기 힘들다. 제약사들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더 주목한다.

그러나 팜캐드는 CES를 택했다. 그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구글(Google)’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팜캐드가 '파뮬레이터 1.0’과 ‘파뮬레이터 2.5’를 차례로 CES에서 공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CES 2022에서는 mRNA 백신 개발 플랫폼인 ‘팜백(PharmVAC) 1.0’도 공개했다.

파뮬레이터는 AI로 화합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파악하고 약물과 표적 단백질 간 상호 결합력을 정밀하게 예측해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파뮬레이터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모듈은 ▲단백질 3차원 구조 최적화와 RNA 구조 예측 ▲독성 예측 ▲양자 계산 ▲약물 창출(Drug Generation) ▲가상 스크리닝과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이다. 파뮬레이터 2.5 버전은 최신 자연어처리(NLP)와 그래프 신경망(GNN) 기술을 이용한 신규 화합물 생성 기능이 추가됐으며 독성 예측 모듈도 고도화됐다.

팜캐드는 파뮬레이터와 팜백을 통해 단시간에 파이프라인 4개를 확보했다. 그리고 파이프라인 중 가장 단계가 앞서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세계 최초 AI 신약 시판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다. 권 대표는 “자신 있다”고 했다.

팜캐드 권태형 대표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팜캐드 권태형 대표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기술력을 강조했다. 팜캐드의 기술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창업할 때부터 ‘1등 전략, 엘리트 전략’으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도 하지 않았다. 연구진이 과제 보고서 쓰는데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를 키워서 더 큰 회사와 합병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설립 초기부터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팜캐드가 다른 AI 신약 개발 기업과 차별화되려면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탄탄한 연구 인력이 있다. 우리 회사에는 박사급 연구원만 35명이 넘는다. 전공 분야도 물리학과 약학, 의학, 생물학, 화학 등 다양하다.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영입한 박사다. 네덜란드나 캐나다 등에서 우리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교수들도 10여명 있다.

- 직원 이직률이 낮다고 하던데 연구직도 마찬가지인가.

벤처기업의 경우 직원 이직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거의 없다. ‘팜캐드 소속 박사급 연구진은 연봉 2배를 줘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랑스럽다. 그런 제의를 받는 직원들도 많은데 이탈하지 않아 고맙다. 우리 회사가 다른 곳과 차이 나는 부분 중 하나가 연구진이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박사급 연구 인력을 6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우리도 데이터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 초기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부터 만들었다. 우리가 앞설 수 있는 것은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양자역학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AI로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한다.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뛰어난 연구 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 CES에 두 번이나 참가했다. 이유가 있는가.

우리의 관심사는 ‘구글’ 같은 기업이다.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CES 참가를 결정했다. 올해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도 가려고 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 여파로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돼 참가하지 못했다.

이번 CES 2022에서 ‘파뮬레이터 2.5’과 ‘팜백 1.0’을 공개했고 성과도 있었다. 특히 미국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에서 화학이나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팜캐드 전시관을 많이 찾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팜캐드에서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자체가 회사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만 인재 채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최종 목표는 글로벌 기업인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인재 영입이나 공동 연구 진행 등이 쉽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글로벌 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해서 투자를 받고 협력 관계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올해 코스닥 상장을 하고 앞으로 5년 이내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우상욱 대표와 함께 창업 초기에 세웠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RNA 항암제 등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회사가 목표다. 그런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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