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병원 정동식 교수 "의료시스템 역량 강화 필요한 시점"
격리 기간 효율화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조치 강화해야
"기본 마련되면 3일로 단축해도 감염 위험 관리 가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인 감염이 늘면서 병원들이 진료 기능 유지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병원별로 수립한 ‘업무연속성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 BCP)’에 따라 위기 대응 단계를 상향하고 확진된 의료인 격리 기간을 5일로 줄인 병원도 늘고 있다.

무증상·경증 의료인 격리 기간은 정부 ‘병원내 의료진 감염 대비 의료기관 업무연속성계획 지침’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병원별로 설정한 ‘의료인력 격리(감염) 비율’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3단계는 3일까지 격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BCP에 따라 대응에 나선 병원 중 아직까지 2단계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따라 곧바로 3단계 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아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인 감염내과 정동식 교수는 지난 4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비코로나19 환자 진료 기능 유지다. BCP 핵심도 이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각 병원 내 확산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의료시스템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BCP 대응 단계를 3단계로 올리고 격리 기간을 3일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대병원은 서울대병원과 함께 가장 먼저 대응 단계를 높인 병원이다. 정부가 BCP 지침을 개정한 지난달 24일 단계 격상을 결정하고 26일부터 의료인 격리 기간을 5일로 단축했다.

2단계 격상 일주일 시점에 다음 단계를 내다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원내 모임을 최소화하고 식당·카페, 실내 체육시설 이용을 금지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오미크론 변이 우세종화 후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정 교수는 이미 원내 전파를 막지 못해 집단감염으로 입원을 제한하거나 환자를 대거 전원한 병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검사 자체를 포기한 병원도 나왔다고 했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 접종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다. 가정 내 발생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병원 직원들이 아무리 방역 조치를 철저히 지켜도 원천 봉쇄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변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집단면역'이 필요하다. 틀어막아서 그 시점을 연장해서도 안 되겠지만 틀어막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병원 내 전파를 억제해 환자를 보호하면서 진료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격리 기간 '효율화'하고 마스크 착용 '형식화' 막아야

동아대병원이 세운 BCP 3단계 기준은 원내 격리율 2% 이상이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도 소속 인원 격리율이 50%가 넘는 진료과나 부서, 검사실은 곧바로 3단계를 적용한다. 자칫 소수과가 인력 부족으로 진료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잠복기와 증상 발현 시점을 고려해 검사와 격리 기간도 조절했다. 격리 기간이 실질적인 치료와 회복기가 돼야 한다는 이유다.

지난 1일 확진자 동거 가족 검사 의무가 '권고'로 변경되자 동아대병원은 밀접 접촉 시점이 아니라 실제 증상이 발현한 시점에 검사받고 격리하도록 했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감염 3~4일 뒤부터 증상이 나타나 5일 무렵 악화된다. 증상 발현 이전부터 밀접 접촉이라고 검사 받고 격리를 시작하면 정작 상태가 가장 안 좋을 때 격리가 종료되는 셈이다. 회복하지 못한 직원은 추가로 연차를 소진해야 하고 병원은 BCP에도 불구하고 진료 기능 보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했다.

검사 시기 조절과 격리 기간 단축에 따른 감염 위험을 막는 데는 '마스크 착용'이 관건이라고 했다. 원내 마스크 착용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잠복기 감염을 막고 격리 해제 후에는 착용 규정을 세분화해 추가 전파를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감염관리실이 매일 병동과 의국, 행정부서 마스크 착용 상태를 점검하고 주별로 미착용 건수를 알리도록 했다.

현재 5일 격리를 기준으로 복귀한 직원은 2일간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그 뒤 3일간 KF94로 변경한다. 기존 코로나19 격리 기간이 10일이었던 점을 고려했다. 이 기간에는 식사도 별도 공간에서 제공한다.

정 교수는 "이런 기본이 마련되면 격리 기간을 3일로 줄여도 위험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BCP 적용 병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전체 의료기관이 적시에 대응 단계를 격상하고 병원 기능을 유지할 기회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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