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주 교수 "유전자 변이로 완치 쉽지 않지만…치료 환경 지속 개선"

"아직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만성질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폐암 치료 환경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폐암은 대표적인 난치암 중 하나지만, 최근 다양한 신약의 등장으로 치료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암종이기도 하다. 면역항암제는 물론, 유전자에 따른 환자 맞춤형 표적항암제들이 잇달아 개발, 출시되고 있다. 한마디로 폐암 치료 환경이 한층 다양하고 정교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치료 환경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폐암의 치료 성적이 보다 개선될 여지가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안명주 교수에게 물었다.

한편, 국내 대표적인 암 치료 석학인 안명주 교수는 최근 다케다제약이 개최한 '온코 서밋(ONCO SUMMIT)'에 참가해 해외 석학들과 함께 최적의 폐암 치료 환경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다케다제약 아시아태평양 의학부 주도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아 지난 2월 18~19일 양일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미국, 유럽, 호주, 싱가포르 등 전세계 8개국 32명의 연사를 포함해 약 450명의 의료 전문가가 참여해 폐암∙다발골수종∙림프종 질환의 최신 지견을 공유됐다.

안명주 교수는 이 자리에서 싱가포르 국립암연구소 로스 수(Ross Soo) 박사와 함께 폐암 분야 관련 행사의 좌장을 맡았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이번 온코 서밋에 참가한 소감은.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다케다제약의 '온코 서밋'은 폐암을 비롯해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여러 암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인데, 폐암 분야 좌장으로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이번 행사가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학자들과 함께 최신 치료 지견을 공유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폐암 분야 여러 환자 케이스를 살펴보고, 이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치료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실제 임상 현장에 있는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온코 서밋은 특정 약제를 다루기보다는 질환 전반을 다루는 학술 행사로, 지속해서 항암 치료의 최신 지견을 논의하고 국내외 저명한 의료진 간 학술적 소통 기회를 제공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폐암은 암종 중에서도 특히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그만큼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데 고려 사항도 늘었을 것 같다.

폐암은 최근 10~15년 사이에 놀랍도록 발전한 분야다. 새로운 기전이 속속 밝혀지면서 표적치료제부터 면역항암제 등 최신 약제들도 다양하게 개발됐다. EGFR이나 ALK 변이 비소세포성폐암 표적 치료제 또한 현재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개발돼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의료진 및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더 좋은 치료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각 약제마다 작용 기전이 다르고, 환자마다 보이는 치료 효과, 이상반응 등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각 환자의 성향과 특징을 살펴보고 그에 맞는 약제를 처방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ALK 변이 비소세포성폐암 1차 치료에는 '브리가티닙(상품명 알룬브릭)' 혹은 '알렉티닙(상품명 알레센자)'을 처방하고 있는데, 치료 효과 면에서 두 약제는 거의 비슷하다. 전신 항암효과 및 뇌전이 환자에서 모두 좋은 효과를 보인다. 다만 이상반응은 약간 차이가 있어, 이 부분을 살피면서 처방하고 있다. ALK 변이 표적 치료제는 장기간 복용하는 약제인 만큼 복약편의성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데, 브리가티닙은 1일 1회 1정만 복용해 하루에 2번 먹는 알렉티닙 보다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브리가티닙은 국내 허가된 2세대 치료제 중 유일하게 임상 연구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강점은 각 환자마다 어떤 약제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할 때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브리가티닙은 이상반응이 적고 내약성이 좋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환자에서 조금 더 선호해 사용하는 편이다.

- 최근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마커로 'EGFR Exon 20 삽입 변이'가 있다. 이미 EGFR 변이 표적항암제가 3세대까지 나와있음에도 EGFR Exon 20 삽입 변이를 표적하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EGFR 변이에서 흔히 발견되는 Exon19 결손 또는 Exon21 L858R 치환 변이의 경우 현재 출시된 EGFR 표적 치료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 EGFR Exon20 삽입 변이의 경우, 유전자 구조 자체가 약제와 결합이 어려운 형태로 구성돼 있어 기존 표적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이전에 치료 경험이 있는 EGFR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성폐암 환자에서 기존 1~3세대 EGFR 표적 치료제의 객관적반응률(ORR)은 10% 이하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재 EGFR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성폐암 환자에서는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1차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이 실패한다면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는 상황이다. 이 환자들은 면역항암제 반응률도 낮은 편이기 때문에 사실상 항암화학요법이 유일한 치료 옵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암화학요법의 열악한 예후를 이을 차기 치료 옵션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Exon 20 삽입 변이 표적 치료제다. 대표적으로는 작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아미반타맙'과 '모보서티닙'이 있다. 두 치료제 모두 현재는 표준 치료법인 항암화학요법 이후 2차 치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모보서티닙의 경우에는 현재 항암화학요법과 직접 비교하는 3상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해당 임상 결과에 따라 향후에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EGFR exon 20 삽이 변이의 경우, 티로신 키나제(Tyrosine kinase) 포켓에 대한 약제 결합이 매우 어려워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EGFR 유전자는 변이를 통해 암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유전자도 함께 존재해, 만일 EGFR 정상형 유전자를 억제하면 피부 발진이나 설사 등 여러 가지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EGFR Exon 20 삽입 변이만 국한해 표적하는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아미반타맙, 모보서티닙 등이 이처럼 어려운 연구를 거쳐 개발된 치료제들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 표적항암제의 지속적인 개발로 특정 변이로 인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폐암 환자에서는 삶의 질 유지와 함께 장기 생존이 가능해졌다. 이런 환자에서는 치료 목표가 '완치'로 바뀌진 않았는지.

개인적으로 특정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완치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표적 치료제 '내성' 때문이다. 때문에 면역항암제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면역항암제는 모든 환자가 약제에 반응하지 않더라도, 일단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장기간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환자들은 치료 초기에는 대부분 약제에 반응하지만 평균 1~2년 사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 지속성이 떨어진다. 물론 EGFR이나 ALK 변이처럼 우수한 표적 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부분에선 5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환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때문에 완치는 기대할 수 없지만, 만성 질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 다양한 유전자 변이와 이를 표적한 치료제들이 빠른 속도로 개발됨에 따라, 광범위한 유전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진단 환경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현재 국내에서 폐암 치료에 보험급여로 진단이 가능한 유전자는 EGFR, ALK, ROS1, BRAF로 총 4가지다. 문제는 환자에서 진단에 필요한 조직을 얻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몇 가지 검사만으로도 조직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조직검사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다. NGS 검사는 한 번의 채취로 약 300여 개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 후 결과를 받는데까지 평균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 하루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암환자에게 한 달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뿐만 아니라 NGS 검사도 현재 보험급여가 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NGS 검사를 통해 치료제가 있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다 해도 보험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A라는 표적항암제를 급여 받기 위해서는 A 약제와 함께 허가 받은 동반진단법으로 진단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ROS1 변이 표적 치료제인 '크리조티닙'의 경우, 동반진단으로 허가를 받은 PCR 검사법으로 변이를 확인했을 때만 급여가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단이라는 일차원적 측면에서의 개선보다는 진단과 보험급여 전반에서 정부와 임상의, 병리과 간의 소통을 통한 의견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4개 유전자를 포함한 8개의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필수적으로 하게끔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폐암 치료에서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만큼, 우리나라 또한 정부와 학회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진단과 급여 정책을 최신의 방식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을 대표하는 의사과학자로서 치료제 개발 연구를 포함해 수많은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임상연구 환경에 있어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우리나라 임상연구는 매우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이 부분은 글로벌 제약사뿐만 아니라 국외 연구진들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다만 초기 임상시험을 승인받고 진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임상시험은 환자가 우수한 신약을 몇 년 일찍 사용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니 조금 더 원활한 임상연구 진행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물론 의료진에게도 임상연구는 새롭게 개발된 약제의 작용 기전과 치료 효과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의료진 역시 더 많은 연구 참여를 통해 신약에 대한 치료 경험을 쌓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병원, 그리고 의료진이 함께 노력한다면 국내 임상연구 환경이 더욱 개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정부에서는 연구에 필요한 부분을 더욱 풍성하게 지원해주고, 병원은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의료진들이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구에 참여하는 의사가 더 많아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국내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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