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코드 입력 자동화·DUR 개편 등으로 안정세 찾은 개원가
"일반관리군 분류된 고위험 환자 있어도 병원으로 보낼 방법 없어"

동네 병·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환자를 전화상담·처방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행 초반에는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코드가 없고 사후 청구에 대한 안내도 없어서 현장은 대혼란을 겪어야 했지만 현재는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 환자를 진찰하다보면 고위험군인 경우도 많아 여전히 한계는 있다는 게 의료현장의 지적이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공보부회장은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비대면 진료상담 하다보면 일반관리군이지만 코로나 고위험군인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병원으로 빨리 보내든가 해야 하는데 비대면 진료 상에서는 진료의뢰시스템이 없다”며 “오늘 전화 온 환자는 43세로 집중관리군은 아닌데 심장비대증을 앓고 있었다. 이런 환자들을 병원으로 보낼 시스템이 없다”고 했다.

심장비대증 등 대부분의 심장질환자는 코로나19 확진 시 예후가 안 좋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환자들조차도 현재는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돼 동네의원에서 관리되고 있다.

신 공보부회장은 “보건소에 이런 환자가 있다고 이야기 하면 보건소 직원들은 매뉴얼대로 할 뿐 병원에 못 들어간다고 이야기 한다”며 “의사들이 환자를 보고 이 환자는 빨리 병원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하면 시스템적으로 일반군에서 고위험군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는 60세 이상 고령자 등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 환자로 분류해 집중관리군 환자를 중심으로 건강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은 환자 스스로 건강상태를 살피다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평소 다니던 혹은 주변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 전화해 진료 및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다. 전화상담·처방이 가능한 동네의원은 전국 5,264개소(호흡기전담클리닉 포함)다.

일반환자군은 하루에 2번 이상 진찰을 받을 수 있고 그 이상을 받더라도 환자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없다. 의사는 전화상담 후 일일 1회 수가청구가 가능하다. 하루 2회 이상 진찰에 대한 추가적인 비용 청구는 불가하지만 만 11세 이하 재택치료 환자는 1일 2회까지 산정 가능하다.

하지만 재택치료 전화상담·처방 시행 첫날 청구코드도 없어 혼란스러워 했던 것과 달리 코드가 자동으로 기재되게끔 개편되면서 일선 현장도 빠르게 재택치료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재택치료 전화상담 코드 입력 시 MX999(기타내역)에 ‘H/재택치료’를 기재하고, 약 처방을 내릴 때도 JX999(기타내역)에도 ‘H/전화상담 처방’이라고 써야 했는데 지금은 특별히 손대는 것 없이 자동으로 입력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 명이비인후과의원 문지호 원장은 “전화상담·처방 시행 첫날 대면진료 경험도 없고 진짜 코로나 양성 환자인지도 모르는 환자에게 약을 처방해야 하는 상황에 난처했다”며 “이제는 코로나 양성 환자인지 아닌지도 DUR(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 창에 잘 떠서 환자 파악하는 게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은 환자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동네의원 의사들이 지지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 회장은 “처음에는 환자들이 보건소에 확진 통보 받고 아프면 호소할 곳이 없어서 많이 답답해했는데 지금은 언제든지 병원에 전화하면 의사들이 안심시켜주고 응급상황 시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고 약도 보내주고 있다"며 "환자들이 만족해하고 다들 고마워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동네의원 중심의 재택치료 확대가 좀 더 일찍 자리 잡았었다면 지금 같은 혼란이 덜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일주일 전과 달리 잘 진행되고 있다. 환자들이 전화도 잘 하고 의사들이 직접 전화해서 설명해주니 환자 만족도도 높은 것 같다”며 “처음에는 처방을 내더라도 동참하는 약국들이 지정돼 있어 제한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정이 확대돼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약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편, 18일 0시 기준 재택치료로 신규 배정된 환자는 9만2,287명으로 수도권 5만4,191명, 비수도권 3만8,096명이다. 현재 재택치료 중인 환자는 총 35만1,69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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