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일반환자군 전화상담·처방 시작했지만 청구코드조차 없어
신광철 부회장 “외래 환자 보다가 전환 받기 일쑤…정신없다”
환자 본인 확인 문제 등 돌발변수 우려…‘진상환자’ 문제도
조현호 이사 “동네 의원, 집중관리군 관리 최적화” 자신감

10일부터 동네 병·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환자를 비대면으로 돌보도록 진료체계가 개편됐지만 준비 미흡으로 개편 첫날 현장은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상담을 원하는 확진자로부터 전화가 오고 있지만 확진자가 맞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으며, 전화상담을 하더라도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코드조차 없고, 사후 청구에 대한 안내도 일절 없었다는 게 재택치료에 참여하고 있는 일선 원장들의 하소연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비인후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공보부회장(미래이비인후과의원)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요즘 과로사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힘들다”며 “아침 8시부터 전화상담을 시작했는데 청구코드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차도 없다. 수가만 정해졌다. 한 마디로 준비가 잘 안 돼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 부회장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해도 벅차다. 점심·저녁도 굶어가면서 일하고 있다. 행정업무도 많은데 외래환자 보다가 전화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계속 전화가 와 환자를 거절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기준이 없다”고 했다.

현재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는 60세 이상 고령자 등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 환자로 분류해 집중관리군 환자를 중심으로 건강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자가검사키트 등이 담긴 재택치료키트도 집중관리군에게만 지급된다.

일반관리군 환자는 확진 후 처음 상태 파악을 위해 의사가 직접 전화하고 격리가 해제되는 7일째 한 번 더 전화하는 게 전부다. 환자 스스로 건강상태를 살피다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평소 다니던 혹은 주변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 전화해 진료 및 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

현재 재택치료 전화상담‧처방기관으로 지정된 전국 동네 병의원은 1,856개소로 이 중 90개소는 호흡기클리닉이다. 이 외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가 145개소,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 393개소가 지정돼 있어 2,484개 의료기관이 재택치료 환자를 돌보게 된다. 전화상담을 통해 처방의약품을 조제·전달하는 코로나19 지정약국은 472개소다.

신 부회장은 “아직까지 상태가 위험해 보이는 환자는 없었지만 앞으로 생길 수 있다”며 “대처방법은 다 알고 있지만 어디로 연락해야 하고 어떤 병원으로 보내야 되는지를 정확히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재택치료 중 주의가 필요한 증상은 ▲호흡곤란 ▲식욕부진 ▲의식저하 ▲지속적인 가슴통증 ▲산소포화도 94% 미만 ▲호흡속도 분당 30회 이상 ▲수축기 혈압 90mmHg 이하 ▲37.8℃ 이상 지속적인 발열 등이다. 이런 증상들이 있다면 단기외래진료센터 진료나 병상 배정이 요구된다.

다른 병원도 상황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명이비인후과의원 문지호 원장은 “이전에 병원에 다니던 환자들은 차트만 봐도 이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대면진료 경험도 없고 진짜 코로나 환자인지도 모르는 환자에게 전화처방 해야 하는 상황이 난처하다”며 “물론 어떤 기저질환이 있는지,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등은 물어보긴 하지만 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문 원장은 “최소한 이 환자가 진짜 코로나 양성 환자인지 아닌지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확진자인지 확인 가능하도록 차트 상에 팝업창이 뜨면 편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확진되면 호흡기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여러 상황에 대한 명확한 대처법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의원협회 유환욱 회장은 “(동네의원 전화상담·처방을)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이용할지 의문이고 정부가 시스템을 매끄럽게 잘 구축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며 “전화상담 환자 중에는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다는 내과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겠지만, 외과적인 문제나 안과 질환 등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 대한 명확한 대처법이 없다는 게 가장 걱정스럽다”고 했다.

재택치료 전화상담이 제대로 정착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유 회장은 “일반관리군 환자 전화상담에 참가하는 의원은 제법 있지만 다른 진료로 바쁜 와중에 전화가 갑자기 몰려들면 대처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소리 지르고 욕하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고 환자 본인 확인 문제 등 돌발변수가 많이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안 한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했다가 병원 평만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시·군·구 의사회 임원들 위주로 지원하는 경향이 있고, 나머지 의원들은 아직까지 현장의 분위기를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같은 우려는 신 부회장과 문 원장도 공감했다.

신 부회장은 “지금까지 그런(진상환자들) 환자들은 없었다. 전화상담 했더니 환자들이 내 말에 다 수긍하고 좋아했다”며 “웬만하면 (진상환자들을) 다 받아줘야 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원장도 “(비대면진료 시작하고) 여태까지 없던 컴플레인들이 많아졌다. 전화도 잘 받지 않고 불친절하다고 별점을 매기면서 병원 평점이 떨어졌다. 뜻밖의 부작용”이라며 “그래도 다음주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동네의원에서 집중관리군까지 관리 가능”

대한내과의사회 조현호 의무이사도 현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전화상담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반환자군 뿐만 아니라 집중관리군까지 재택치료 환자를 잘 볼 수 있는 곳은 동네의원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동네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조 의무이사는 “처음 예방접종센터에서만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가능할 때 접종률이 낮았다가 동네의원에서 접종이 시작되고 순식간에 높아진 것처럼 (일반환자군 집중관리군 할 것 없이) 재택치료 관리도 동네의원에서 잘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델타 변이가 우세종일 때는 치명률·중증화율이 높아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병원급 코로나 거점전담병원이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하는 게 맞았지만,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에 비해 (치명률·중증화율이) 약 1/3 수준이기 때문에 동네의원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 의무이사는 “집중관리군 재택치료는 동네의원에서 더 알맞다. 낮에 집중관리군을 동네의원이 모니터링하고 밤에만 거점전담병원이 맡으면 된다”며 “집중관리군 관리를 위해 거점전담병원을 늘리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집중관리군 모니터링을 위해 601개 관리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는 코로나 거점전담병원 등을 활용해 650개까지 추가 확충해 총 관리가능인원을 약 20만명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동네 의원 위주로 코로나 대응이 확대되도록 공조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의협 이상운 부회장은 지난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곁에 동네 병·의원이 함께 하겠다”며 “내 환자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진료에 임할 것이고 정부와 발맞춰 현재의 위기상황을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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