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건강센터 연구팀, 나주병원 등 6곳 간호사 ‘번아웃’ 조사
자기효능감 떨어뜨리는 번아웃…“보다 세심한 관심 이뤄져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서 확진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국립정신병원 간호사들의 직무수행능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번아웃(burnout)을 해소하고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연구팀은 국립정신병원(춘천병원, 공주병원, 나주병원, 부곡병원, 마산병원, 목표병원) 코로나19 정신병동 간호사 186명을 대상으로 번아웃이 자기효능감과 직무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조사기간은 지난 2020년 7월 13일부터 8월 3일까지였다. 설문은 일반적 특성 5문항, 자기효능감 17문항, 소진 21문항, 직무수행 7문항 등 총 50문항으로 구성됐다.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나 지속적인 압박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정서적으로 소진된 상태를 말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간호사의 번아웃 경험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정신과 간호사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이에 연구팀은 근무환경과 승진제도가 다르고 공무원 직급이 많은 국립병원 간호사가 일반 종합병원 간호사들과 다른 경험을 했을 것으로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5점 만점에 자기효능감은 3.84점으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3.56점)보다는 높았다. 일반적으로 50세 이상, 기혼, 석사 이상, 간호경력 20년 이상 간호사가 높은 자기효능감을 보였다.

50세 이상 간호사(4.08점)가 30~39세 간호사(3.57점)보다 자기효능감이 높았다. 경력별로는 20년 이상의 간호사(4.07점)가 1~9년 경력 간호사(3.62점)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직무수행능력 역시 50세 이상(4.35점)에서 가장 높았고, 20~29세는 3.86점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번아웃 점수는 3.10점으로 비(非)국립병원 정신과 간호사(2.45점)들과 비교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국립병원 소속으로 국가 감염방지 대책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특성상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번아웃이 심해졌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간호사들은 감염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 선별검사, 확진환자 간호, 감염관리대책 등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간호사들의 건강이 위태로워지며 소진될 수 있다. 특히 번아웃은 직업 만족도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립병원 정신과 간호사들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연령, 직위, 경력에 상관없이 심한 번아웃을 경험했다. 고위직, 경력이 긴 간호사라도 국가 방역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국립병원 특성상 업무부담이 컸을 수 있다”며 “국립병원 간호사들의 소진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간호사의 장기근속을 촉진하고 조직성과를 높이기 위해 경력관리 및 포상제도 등 인사복지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직무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번아웃이 직무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해서 연구팀은 “정신과 간호사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연구팀은 “정부는 국립병원 정신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번아웃을 겪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신건강 관리와 코로나19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업무환경을 감안할 때 신규 인력 증원과 새로운 인프라 및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같은 제안이 담긴 논문(Moderating Effect of Burnout on the Relationship between Self-Efficacy and Job Performance among Psychiatric Nurses for COVID-19 in National Hospitals)은 스위스 온라인 오픈 액세스 저널 'MDPI(Multidisciplinary Digital Publishing Institut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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