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국내 처음으로 '찾아가는 이동진료소' 시범운영
간호사 2명, 방사선사 1명 등 의료진으로 방문진료팀 구성
10분 내외 짧고 간단한 검사에도 환자들은 ‘안심·만족’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되는데 단 10분이면 충분했다.

지난 14일 오후 1시 명지병원이 도입한 ‘찾아가는 이동진료소’ 차량에 시동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 중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나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 환자들의 신속한 진단과 처치를 위해서다.

명지병원은 지난 3일부터 재택치료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재택환자들을 위한 방문형 재택진료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 간호사 3명, 방사선사 1명으로 구성된 방문진료팀은 차량에 탑승해 재택치료 환자의 집으로 향했다.

재택치료 환자의 집으로 향하는 찾아가는 이동진료소 차량.
재택치료 환자의 집으로 향하는 찾아가는 이동진료소 차량.

당초 예약시간인 2시보다 35분 일찍 도착했지만 환자를 보기 위해 준비하는 간호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들은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환자가 차량에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바닥에 작은 발판을 설치했다. 최저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유독 추웠던 날씨 탓에 간호사들은 얼어붙은 손소독제를 끌어안고 녹이기까지 했다.

예약된 시간에 다다르자 아파트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여성이 나와 차량에 탑승했다. 안에서는 흉부 X-ray 촬영과 혈압·맥박·호흡·산소포화도 측정 등이 이뤄졌다. 검사는 10분 내외로 짧게 진행됐다. 뒤이어 여성의 남편이 똑같은 검사를 받았다.

두 환자의 X-ray 사진영상을 포함해 혈압·맥박·산소포화도 등에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는 것으로 진단됐다. 부부는 검사를 마치고 감염의 우려 때문인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후 꼼꼼한 차량 소독과 방호복 환복이 이뤄졌다. 차량에 냉난방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간호사는 입김을 불어가며 언 손을 녹였다. 그리고 병원으로 복귀했다.

차량 안에서 검사를 마치고 방호복을 벗고 있는 간호사들. 난방이 되지 않아 차 내부도 추웠다.
차량 안에서 검사를 마치고 방호복을 벗고 있는 간호사들. 난방이 되지 않아 차 내부도 추웠다.

사무실은 병원 옆 폐업한 식당 건물을 개조해 쓰고 있다. 이들이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따뜻한 커피 한잔과 초코파이였다. 오전에는 병원 내 공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 외래진료센터에서 환자를 보고 오후에는 방문진료를 나가야 했기 때문에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다. 잠깐의 휴식 후 이들은 다시 재택치료 외래진료센터로 향했다.

명지병원의 찾아가는 이동진료소는 3일부터 14일까지 총 5번의 출동을 했다. 차량에 X-ray 장비와 바이탈사인 모니터, 산소치료기 등 의료장비가 탑재돼 담당 의사는 현장에서 보내온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약 처방과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 서비스의 최대 장점은 환자가 중증으로 이환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과 쉽게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명지병원 옆 폐업한 가게를 개조해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명지병원 옆 폐업한 가게를 개조해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이날 본지와 동행한 명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팀 이선미 팀장은 “약을 먹어도 열이 계속 나니 환자들은 폐렴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걱정과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한다”며 “하지만 환자들 대부분 이동진료소에서 간단하게 진단하고 검사결과를 설명해주면 그제서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알고 안심한다”고 했다.

이 팀장은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병상배정에 어려움이 많았을 때 방문진료가 더 일찍 도입됐더라면 안타깝게 자택에서 돌아가시는 분도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지병원 방문·외래진료팀.
명지병원 방문·외래진료팀.

“초기에 재택치료키트가 늦게 배송되는 바람에 뒤늦게 산소포화도를 체크한 환자가 있었어요. 그런데 산소포화도가 80이더라구요. 결국 이 환자는 3일 만에 증상이 나빠져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산소포화도가 80%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저산소증 상태를 의미한다. 산소포화도는 96% 이상이 정상이다. 96% 미만은 저산소증 주의 상태이며, 90% 미만은 자가 호흡이 곤란해질 수 있어 병원 진료가 요구된다. 이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에서도 산소포화도 90 미만으로 초기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고위험군으로 지정해 병실배치우선 대상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 팀장은 “이게 초기 재택치료의 가장 큰 문제였고 이럴 때 방문진료가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많은 케이스를 경험해보고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팀장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어떤 일이 생길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며 “복잡하고 좁은 골목길의 경우 차량이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시범사업 기간 동안 여러 케이스를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현재는 X-ray 찍고 혈압이나 산소포화도 측정만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본사업 전환 이후) 어떻게 방향을 틀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명지병원의 '코로나19 재택환자들을 위한 방문형 재택진료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시범사업'은 오는 2월 28일까지 시행된다. 명지병원은 시범사업 완료후 평가를 통해 본사업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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