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미래 먹거리 찾기는 성공할까②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단 이강호 단장 인터뷰
민간이 정부를 믿고 전세계 시장 보고 나아가야
경제적으로 전세계 리딩하며 보건안보에도 기여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대한민국 미래먹거리로 ‘백신산업’을 점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를 건 것이다.

지난 8월 발표된 글로벌 백신 허브화는 이같은 의지를 집대성한 계획으로, 국내 백신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는 개념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백신’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의문부호 투성이다. 거대 다국적제약기업이 주도하는 백신시장에서 한국 제약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 백신 생산기지 유치를 너무 과대포장하는 것 아닌가 등의 지적이다.

백신산업을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는 것으로, 보건복지부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단’ 이강호 단장은 청년의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사활을 건다는 생각으로 추진 중”이라며 이번 정책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단 이강호 단장.
​보건복지부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단 이강호 단장.

- 글로벌 백신 허브화가 이미 추진 중이만 아직 생소하다. 간략히 설명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합의 후 글로벌 백신 허브화가 국정과제화 됐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현 산업단계를 봤을 때 반도체산업 다음이 필요한데, 이를 바이오헬스산업으로 보고 있고 그 핵심 영역으로 백신산업을 꼽았다. 2026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입해 우리나라를 백신 5대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다.

또한 우리나라 문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전세계 백신을 공급해 세계보건안보에도 기여하려는 목적도 있다.

- 지난해 8월 본격 추진된 정책으로 사실상 준비단계로 보인다. 진행상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정책 추진을 위한 조직체계 마련 시기로 봐야 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관계부처장관과 민간이 참여하는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실무를 뒷받침 하기 위해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단이 만들어졌다. 추진단에는 복지부 외 관련 부처 파견자도 많다. 복지부만이 아닌 정부 차원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민간에서도 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다. 백신 생산기업과 원부자재기업 등 50여개사가 모여 백신기업협의체가 만들어졌다. 협의체 내에서 여러 컨소시엄이 구성되고 여기에서 요청사항 등을 취합해 전달해주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협의체를 통해 백신 특허 등 백신과 관련해 민간에서 알기 어렵고 민감한 정보들을 설명한다.

단순히 조직만 구성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 정책에 기업들이 호응해 향후 3년 동안 민간에서 백신산업에 6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에서는 백신 원부자재기업 지원을 위해 180억원을 확보해 14개 기관을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관련 조직 정비 및 정부와 민간 투자계획 설립 등 차근차근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 글로벌 백신 허브화는 장기 프로젝트다. 초기‧중기‧장기로 나눠 각 단계별 목표가 있다면.

단기적 현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도움이 돼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국내 백신을 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8개 기업이 임상에 들어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고 동시에 중장기과제로 기반을 넓혀야 한다.

중장기로는 백신 생산‧개발 역량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도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 세계 2위다.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투자도 계속돼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개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가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아직은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연구 역량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제약사와) 협력 연구 등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위해 2026년까지 2조2,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은데.

지난해 8월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 재정을 2조2,000억원이라고 발표한 것이고 향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보완하고 추가 투자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민간이 백신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재정 지원을 집중할 것이다. 직접적인 재정 투입도 있겠지만 K-글로벌 백신 펀드처럼 정부예산을 투입해 조성하는 펀드도 있다.

K-글로벌 백신 펀드는 정부 예산 500억원을 투자해 5,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임상 3상을 많이 해보지 못했는데,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끝나면 정부가 직접 기업의 3상을 지원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룰이다. 이때를 대비해 K-글로벌 백신 펀드 와 같은 자금을 만들어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또한 정부 재정 지원 외 민간과 해외 투자 활성화도 중요하다. 현재 민간의 6조3,000억원 투자, 독일 백신 장비‧원부자재 공급기업 싸토리우스사의 인천 송도 3억불 투자 등이 확정되는 등 정부와 민간 투자가 결합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부가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나.

우리나라는 제조강국이다. 백신 관련 생산 능력도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기업들의 투자 의욕도 높다. 이런 부분들이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백신산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봤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백신 생상 능력은 선진국 중 미국과 유럽연합 일부 국가, 개발도상국 중 중국과 인도 등과 경쟁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우리가 얼마든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 생산 능력 외 개발 능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백신 개발 능력과 관련해 연구개발 인력은 우수하다.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면) 인재들이 힘을 내고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개발 능력 향상을 위한) 기업 의지가 중요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개별 기업들을 만나보면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런 의지가 있다면 (백신 개발에서도)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조금만 밀어주면 반도체산업 다음 영역이 백신산업이 될 수 있다.

해외기업 국내 연구 환경 만들어주는 게 진정한 백신 허브

- 글로벌 백신 허브화가 단순히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진출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해외 백신기업 국내 유치는 어떻게 진행되나.

글로벌 백신 허브화 계획에 ‘글로벌 백신 연구단지 조성’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백신 연구개발분야는 아직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연구 촉진을 위해서는 해외기업이 국내에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백신 허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백신 연구단지는 해외 인력이 한국에 와서 백신을 연구하는 공간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 생산 능력이 있는) 우리나라에 연구단지와 센터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런 기업들에게 (정부에서) 공간을 제공해 준다면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글로벌 인재들도 한국으로 모일 수 있을 것이다.

- 기업은 ‘이익’이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예외 상황이 아닐 때도 이익이 보장돼야 기업 참여도도 높을텐데 복안이 있나.

이익이 돼야 기업이 투자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화이자와 모더나사를 봐라. 코로나19 팬데믹은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해 모더나사가 얻은 이익이 우리 돈으로 30조라고 한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는 못했지만 다음 팬데믹은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기업이 호응해 준다면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도 한 때 백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주춤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업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정부에서 기업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원을 등에 업고 차세대 백신, 필수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 수요 뿐만 아니라 수출 여건도 마련해 준다. 산업 볼륨이 커지면 수익이 창출된다.

국내에서는 백신을 질병관리청이 조달청을 통해 통채로 구매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가격 현실화 요구가 많다. 이런 부분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대책 마련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고 그런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기업들도 ‘해볼만 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 산업이 발전하려면 현장에서 일할 인재들이 필요하다. 백신분야 전문가 양성은 어떻게 진행되나.

백신산업 관련 전문인력은 크게 생산인력과 연구개발인력으로 볼 수 있다. 생산인력은 실습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교육시스템을 정비해 지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아일랜드 나이버트(NIBRT)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한 한국형 나이버트 교육프로그램(K-NIBRT)을 마련했으며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2025년까지 총 600억원을 투입해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를 건립한다.

센터가 완공되면 연간 2,000명 이상의 생산인력이 양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외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케이바이오교육센터 등에서도 실습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개발인력의 경우 대학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지원해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가 (백신 개발) 인력 양성 허브를 지정하는데 우리나라도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정받는다면 해외 인력을 우리나라에서 교육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질 것이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는 백신, 원부자재 외 인력 양성까지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 진행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빅 점프’가 필요한 시기…핵심은 백신산업을 포함한 바이오헬스"

- 글로벌 백신 허브화 성공을 위해서는 결국 해외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이에 대한 준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많은 나라들이 글로벌 백신 허브화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들은 몇개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정책을 발표했고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선언이었다.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한국 정부가 백신산업을 전폭 지원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국제논의의 장에서도 한국은 주요 국가로 인식돼 있다. 백신 산업과 관련해 한국은 이미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향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를 더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정책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산업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하나.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지금은 ‘빅 점프’가 필요한 시기며 핵심은 백신산업을 포함한 바이오헬스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가 성공한다면 백신산업이 우리나라 전체 산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백신산업을 포함한 제약산업은 노동집약적이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다. 스타트업 등 관련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된다. 스타트업 등에서 후보물질을 연구해 제공하면 대기업이 임상을 통해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인재와 기업들이 한국으로 모여 우리나라가 백신과 바이오분야 메카가 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이런 미래를 보고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추진한다. 기업들도 미래를 보고 적극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분야가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린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추진단이 뒷받침 하고 있다. 정부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다.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표현을 써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적극적인 지원을 해도 기업의 창의와 열정이 없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민간이 정부를 믿고 창의와 열정으로 전세계 시장을 보고 나아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민관이 협력해 진정한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이루고 산업계 빅 점프를 이룬다면, 우리는 경제적으로 세계를 리딩하면서 전세계 보건안보에도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노력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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