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미래 먹거리 찾기는 성공할까①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바라보는 현장 목소리 다양

지난해 5월 21일 한미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을 열어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

미국의 뛰어난 백신개발 기술, 원부자재 공급 능력과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 등 상호 강점을 결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생산 및 공급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보건 안보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자는 취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주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직접 주재하며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다.

협약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 개발 및 생산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성과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백신 정책은 미국과 힘을 합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과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한 후 3개월 뒤인 8월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는 국가가 백신 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을 전폭 지원해 우리나라를 전세계 백신산업 5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2022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2025년 글로벌 백신시장 세계 5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6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 발표 5개월 동안 일어난 일

그렇다면 글로벌 백신 허브화 천명 후 5개월이 지난 현재 성과는 어떨까.

우선 백신 개발 및 생산에 나서고 있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 2024년까지 6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선다.

백신 원부자재와 장비 분야 다국적 기업인 독일 싸토리우스 그룹의 경우 ‘글로벌 백신 허브 기반 구축을 위한 한국 투자에 관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싸토리우스 그룹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인천 송도에 총 3억불을 투자하고 750명을 고용할 방침이다.

또한 지난 2017년 창설돼 각국 정부 및 자선기금으로부터 공여를 통해 전세계 백신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 감염병혁신연합(CEPI) 대표가 방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신 글로벌 허브화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아직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미국 정부가 모더나사 한 곳에만 투자한 지원금이 7조7,5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2조2,000억원 투입으로 백신 5대 강국 도약과 백신 허브화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2조2,000억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지방비, 민간투자, 공공자금 등을 모두 제외한 순수 재정투자 규모를 의미한다며 결코 작은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글로벌 백신 허브화는 단순히 코로나19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백신 관련 역량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이미 인프라가 상당히 갖춰진 국내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나쁘지 않은 현장 기대감, 투자 규모는 “글쎄…”

정부가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통한 백신 5대 강국 도약을 낙관하는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제약업계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2026년 백신 5대 강국 도약 실현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부 지원액 규모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으며 정책 발표 후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투자 규모만 밝혀졌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는 A제약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한 백신-바이오 산업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목표로 밝힌 2026년 백신 5대 강국 도약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mRNA 백신 개발 인프라를 확충하고 신규백신 연구개발, 생산시설 확장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2026년까지 정부가 투입하겠다는 예산 2조2,000억원은 더 늘어야 한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 미래 위협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감염병 발생 시 선제 대응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B제약사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을 백신 주권 확보 노력으로 바꾼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재정, 제도적 지원을 통해 백신 개발 및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이루려는 정책 방향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2026년 백신 5대 강국 도약 목표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의약품 개발 주기를 최소 10년으로 생각했을 때 5년이란 시간은 짧다. 다만 방향성에서 정부 지원이 공식적으로 나온 만큼 지원 및 개발과정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도출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B제약사 관계자 역시 정부 투자가 적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예산이 매우 적은 편이다. 2조2,000억원의 예산 중 온전히 임상개발에만 투입되는 규모는 훨씬 적을 것”이라며 “개별 제약사들이 개발하는 임상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임상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정도의 예산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종 변이와 감염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임상 기초연구부터 많은 임상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재정적인 지원이 실질적인 개발에 온전히 투입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 정책 방향성을 뒷받침해야 하는 것은 결국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능력 및 노하우”라며 “미국의 경우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과 더불어 미국 제약사의 우수한 신약개발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mRNA 및 코로나 백신 개발이 가능했다”고 기업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에 그는 “산업계에선 정부 지원과 별개로 자체적인 신약개발 능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실행계획 지지부진…빠른 정책 수립 필요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 발표 5개월이 지났지만 향후 5년간의 투자 규모만 공개됐을 뿐 구체화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C제약사 관계자는 “팬데믹 상황에서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발전적인 비전을 제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지만 향후 5년간 투자 규모를 밝혔을 뿐 구체화되지 않은 전략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신속 개발, 글로벌 생산협력 확대, 글로벌 백신 허브 기반 신속 구축 등 3대 전략을 집중 추진하기로 한 것 외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아직 없다”며 “향후 5년이라는 신속한 목표를 세운 만큼 정부, 기업, 학계 등이 모여 빠르게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백신 허브 도약을 위해 경쟁력 있는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백신 자급화와 글로벌 백신 허브는 다른 이야기”라며 “특히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한 백신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백신 위탁생산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글로벌 백신 허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백신 원료 해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이미 확고한 인프라가 갖춰진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와 다르게 국내 제약산업은 아직 규모면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현재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너무 설익은 기대감을 키우지 않고 과학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내용만 발표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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