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이지원 과장 “진료경험 반영한 정책운영 해보고 싶었다”
“희귀질환, 빈부격차 심한 분야…상생적 지원정책 만드는데 힘 쏟겠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어렵게 병명을 알더라도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진단이 돼야 적절한 유지치료요법이라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치료제도 없이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환자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들은 의료서비스 외에도 사회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항상 고민한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이지원 과장도 그 중 한명이다. 이지원 과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유전성신질환 등 희귀질환을 전공해온 소아신장 전문의다.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와 희귀질환센터에서 7년간 알포트증후군, 바터증후군 등 다양한 신장 희귀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다 지난 5월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환자들 곁에 있던 이 과장이 병원이 아닌 정부부처를 택한 것은 정책 운영을 통해 희귀질환자들의 아픈 곳을 보듬어주기 위해서다.

최근 청년의사와 만난 이지원 과장은 “2007년부터 희귀질환 거점병원들이 지정돼 있었지만 지방은 여전히 서울과 비교해 의료인프라가 좋지 못한 편이라며 인프라가 풍부했던 곳에서 쌓은 진료경험과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진료한 경험, 이 극단의 실무경험을 (희귀질환)정책이나 제도운영에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 이지원 희귀질환관리과장은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희귀질환의 진단율 제고 및 진단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기반을 마련하는데 힘 쏟겠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이지원 희귀질환관리과장은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희귀질환의 진단율 제고 및 진단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기반을 마련하는데 힘 쏟겠다고 했다.

희귀질환 국가관리 토대 마련이 1차 종합계획의 성과

지난 201512월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면서 20175월 질병관리본부 내 신설된 희귀질환과는 20209월 질본의 질병청 승격에 따라 만성질병관리국 희귀질환관리과로 변경됐다.

원인도, 이름조차 몰랐던 희귀질환을 찾아내고 이로 인해 지원조차 받지 못해왔던 사각지대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희귀질환자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희귀질환관리과의 업무다.

의료비지원사업, 유전자진단지원사업,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부터 5년간 추진된 제1차 희귀질환관리종합계획에 따라 희귀질환자들이 거주 지역 내에서 치료, 관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중앙 1, 거점 11개 등 12개 희귀질환 권역별 거점센터가 지정됐다.

2018년부터는 매년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을 지정하여 의료비지원 등 보장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 대상 기준 중위소득 120% 미만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요양급여 본인부담금 면제, 간병비·특수식이 구입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희귀질환 진단의뢰기관 확대를 통해 진단접근성을 개선하고, 대상질환 확대로 진단지연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진단의뢰기관은 201642개에서 202172, 대상질환은 201987개에서 2020126, 2021년에는 185개로 확대된 바 있다.

더욱이 희귀질환은 질환별 환자 수가 적다보니 사실상 환자들이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는지, 각 도시에 몇 명이 있고,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지조차 정보가 없다. 일반 국민들의 건강정보는 건강보험을 통해 데이터화 되지만 희귀질환자들의 경우 통계조차 없었다. 이에 질병청은 국가차원의 희귀질환 등록통계인 희귀질환자 통계연보2019년과 2020년 발간했다.

이지원 과장은 희귀질환 연구, 진단 및 치료법 개발,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2020년 말 최초로 ‘2019년 희귀질환자 통계연보를 발간한 바 있다“2019년 통계연보가 발생 통계 위주였다면 2020년 통계연보는 질병 경과를 볼 수 있도록 통계를 다각화하고 고도화해 실제로 의료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희귀질환 접근성은 물론 지지체계 강화에 무게

한편, 질병청은 2022년도에는 유전질환이 다수라는 희귀질환의 특성을 반영, 예방적 진단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조기진단을 위해 진단 접근성을 개선할 예정이다.

또한 환자들의 수요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다각화하고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정책지원 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희귀질환 전문 의료인 양성을 위해 교육체계를 정비하고 내실화를 추진하는 한편, 질환별 전문역량 강화 등을 위해 권역센터 중심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이지원 과장은 여전히 희귀질환 진단이 환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의 하나라고 본다올해는 유전자 검사 및 검사결과에 대한 해석 등을 보다 용이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진단율 제고 및 진단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기반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희귀질환자들이 의외로 학교생활이나 심리적인 지원 등 삶의 질에 대한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다환자들 수요 파악을 위해 실태조사를 다각화하고 심리적인 지원과 같은 환자 지지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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