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업체 참가한 한국
“CES 2022 주인공 디지털 헬스…글로벌 진출 발판”
“프리미엄 시장 없는 한국, 비자발적 글로벌화” 씁쓸

[라스베이거스=송수연 기자] 세계 최대 IT·전자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는 커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미국 다음으로 참가 기업이 많았던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많은 업체가 CES 2022를 찾았다. 지난 5일부터 7일(현지 시각)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500여곳으로 역대 최다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도에 막혀 성장하지 못하는 한국 헬스케어 시장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활로를 찾기 힘들어 해외 시장부터 공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일부터 7일(현지 시각)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2'가 열렸다. 
지난 5일부터 7일(현지 시각)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2'가 열렸다.

커지는 헬스케어 시장…‘CES 2022’ 디지털 헬스 기술 발전 확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CES 2022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디지털 헬스를 꼽은 바 있다. 그리고 CES에서 디지털 헬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 CES에 꾸준히 참석해 온 Korea Biomedical Review(KBR) 민경중 메타헬스연구소장은 “이번 CES 2022에서는 디지털 헬스가 주인공이었다”고 표현했다.

메해리의과대학(Meharry Medical College) 임완수 교수는 지난 7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궁극적으로 많은 기술이 헬스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CES에서 특히 헬스케어 분야 업체가 많이 참가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라며 “예전에는 아이디어만 있었다면 지금은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해 실현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헬스케어 분야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웰트(Welt) 강성지 대표도 디지털 헬스케어가 다른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웰트는 스마트 벨트로 ‘CES 2020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삼성전자도 제품별로 편제돼 있던 조직을 다 합쳐서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바꿨다. 기기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와 경험을 중요하게 본 것”이라며 “그동안은 기기 위주로 수직적이었다면 이제는 합쳐서 수평적으로 레이어(layer)을 이루고 있다. 그중 헬스 레이어가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헬스케어 부문만 놓고 보면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다양한 기술이 헬스케어를 위해 쓰일 수 있다. 자율주행을 하는 동안 운전석에 앉아 건강을 확인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CES 2022에 참가한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 진출할 발판이 되길 기대했다.

AI 신약 개발 모델을 출품한 팜캐드(PharmCADD)도 그랬다. 팜캐드 황진하 상무는 “CES에 두 번째로 참가했다. CES는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로 출품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CES 참가는 글로벌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올해 3월이면 팜캐드 창립 3주년으로 하반기에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3년 안에 나스닥 상장도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는 한국 기업 500여곳이 참가했다. 특히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가 이번 전시회에서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는 한국 기업 500여곳이 참가했다. 특히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가 이번 전시회에서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은 프리미엄 시장 자체가 없다” 씁쓸

한국 헬스케어 업체들이 CES를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릴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있다. 제도와 규제에 묶여 한국에서는 크게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모닛(MONIT)이 스마트 센서가 달린 기저귀 관리 시스템을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닛은 삼성전자 스핀오프 기업으로 스마트 센서가 달린 스트랩을 기저귀 바깥쪽에 붙이기만 하면 오염 정도를 파악해 교체 시기를 알리는 ‘Monit Elderly Care System(MECS)’를 CES 2022에 출품했다. 노인 환자가 대상이다.

모닛 박도형 CEO는 “지난해 12월 일본에 먼저 런칭했다. 일본은 시장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크다. 동남아시아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가장 어렵다. 우리나라는 보편적인 복지를 지향하기에 프리미엄 시장 자체가 없다. 비용 절감에만 관심이 있으며 규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박 CEO는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에서는 주문이 많이 들어오지만 한국에서는 우리가 이걸 왜 써야 하느냐고 한다”며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의료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기에 정부가 나서서 이런 부분을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던 것이 해외에서는 한국 노력의 10분의 1만 들여도 빠른 피드백이 온다”며 “정부 덕분에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비자발적으로 글로벌화 되는 효과”라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반면 해외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은 CES 참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통구조가 ‘D2C(Direct To Customer)’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웰트 김주영 이사는 “SNS 등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D2C가 워낙 발달하면서 바이어를 만나는 CES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며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있으니 CES에 참가해 바이어를 설득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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