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진, NEJM에 한족 대상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 결과 게재
"CYP2C19 유전자 변이 환자라면 클로피도그렐보다 티카그렐러 우세"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서 비중이 높은 'CYP2C19 기능 상실 대립유전자(loss-of-function carriers)'를 보유한 경미한 허혈성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TIA) 환자라면, 2차 뇌졸중 예방을 위한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으로 '클로피도그렐'보다는 '티카그렐러'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자의 유전적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한 표적치료가 항혈소판요법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유망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연구진은 최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CYP2C19 기능 상실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경미한 허혈성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환자 6,412명을 대상으로 '티카그렐러+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DAPT 전략을 비교 평가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인 CHANCE-2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일반적으로 경미한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직후 초기 몇 주간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현재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은 이 시기 환자에서 보다 강력한 예방 효과를 위해 두 가지 다른 기전의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DAPT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항혈소판요법의 주요 약제로 사용되는 클로피도그렐은 간효소인 'CYP2C19'에 의해 활성 약물로 대사되는 전구약물이다. 이에 연구진은 'CYP2C19'의 기능상실을 유발하는 대립유전자 중 하나 또는 둘 모두를 보유한 환자에서는 클로피도그렐의 치료 반응 역시 떨어지게 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와 동시에 클로피도그렐과 마찬가지로 혈소판 P2Y12 수용체를 통해 작용하지만 대사 변형이 필요하지 않은 항혈소판 약제인 '티카그렐러'와의 비교를 통해, CYP2C19 기능 상실 대립유전자를 가진 환자에서 최적의 DAPT 전략을 탐색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중국 내 202곳 의료기관에서 모집된 총 6,412명 환자를 1 대 1로 무작위 배정해 90일간 '티카그렐러+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DAPT 치료를 진행한 후 90일 동안 발생한 새로운 허혈성 또는 출혈성 뇌졸중 사건을 평가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4.8세로 33.8%는 여성이었으며, 98%가 중국인 중에서도 한족에 속했다. 약 80%는 경미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였으며, 나머지는 일과성 허혈발작 환자였다.

연구 결과, 뇌졸중 2차 예방에 대한 혜택은 티카그렐러 사용군이 클로피도그렐 사용군보다 우세했다. 총 90일 동안 뇌졸중 발생률은 티카그렐러 사용군에서 6.0%, 클로피도그렐 사용군에서 7.6%로 나타나 티카그렐러가 사건 발생 위험을 23% 감소시킨 것이다.

전체 출혈 사건은 티카그렐러 사용군에서 더 많았지만(5.3% 대 2.5%), 중등도-중증의 출혈 사건은 양 군에서 같았다(각각 0.3%).

연구진은 "한족 중 CYP2C19 기능 상실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경미한 허혈성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환자에서 '티카그렐러+아스피린' 요법은 중대한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새로운 뇌졸중 발생을 예방하는데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요법보다 우월했다"고 결론졌다.

단,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98% 한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했다. 한족이 아닌 다른 인종에서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환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연구진에 따르면, CYP2C19 기능 상실 대립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비율이 인종간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CYP2C19 기능 상실 대립유전자는 백인 환자의 25%에서 발견되는 반면, 아시아인에서는 60%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서도 한국인은 중국인에 비해서는 CYP2C19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 비율이 적지만 서양인보다는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구인에 비해 아시아인이 허혈 위험은 낮고 출혈 위험은 높다는 일련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에 최적화된 항혈소판요법을 탐색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특정 유전자 타깃을 활용한 표적치료가 항혈소판요법의 새로운 연구 분야로 떠오르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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