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버티기 힘들다…외과 전공의 미달, 해결책 없나②
전공의 ‘일’ 줄여줄 인력 채용‧수가 인상‧일자리 등에 투자 필요
"‘돈’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줄 생각 하지 않아 기피 문제 심화"
기피과 문제 해결하겠다는 政…10월 첫 회의 이후 감감 무소식

수십년간 외과 전공의 기피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대한외과학회에서 생각하는 외과 전공의 부족문제 해결책은 단순 명쾌했다.

외과 전공의가 의료기관에서 ‘직원’이 아닌 ‘수련생’ 역할을 더 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 변화와 전문의 취득 후 사회에 나가 ‘밥벌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외과 전공의 미달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일 많은 전공의 부담은 어떻게 덜어줘야 할까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기관 내에서 전공의 업무를 줄여주고 입원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사업이고 본사업 전환이 결정됐지만 아직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외과학회는 3년제 도입을 검토하며 '3년 수련을 마치고 외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후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로 진로를 정하는 외과 전문의가 많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의 취득 후 안정된 직장이 필요한 외과 전문의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이렇게 마련한 일자리로 외과 전공의 일을 줄이는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외과학회의 기대는 여전히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해 외과 전공의 일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외과학회 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 김성근 회장(여의도성모병원 외과)은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만으로 외과 전공의가 해야 하는 일을 줄여줄 수 없다. 1년에 외과 전공의 150명이 있다고 보고, 산술적으로 전공의 한명의 일 30%를 줄이려면 입원전담전문의 50명이 필요하다. 당직 등을 생각하면 더 필요하다. 일년에 외과에서만 이정도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부분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고 싶어도 이 정도 채용할 수 없다. 전공의 일을 줄이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병원도 많지 않다”며 “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 전환 수가로는 이들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합법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진료지원인력(PA)도 전공의 일을 줄여줄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PA를 바라보는 전공의들의 시선도 ‘절대 반대’에서 ‘논의해보자’는 수준으로 변했다.

입원전담전문의나 PA가 의료계에 제대로 도입된다면 전공의 일을 줄이고 수련환경을 개선해 외과 등 기피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학회들이 아무리 고민해봐야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떠나는 전공의 막는 ‘일 줄이기’, 없는 전공의 부르는 ‘일자리’

입원전담전문의와 PA제도를 도입해 전공의들의 일을 줄여주면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올라갈 것인지도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제도 도입으로 외과 전공의 일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수술을 하는 모든 과 전공의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 일을 줄여주는 것은 이미 외과를 선택한 전공의 이탈을 막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외과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는 것은 일을 줄이는 것보다 ‘전문의 취득 후 할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김 회장 지적이다.

김성근 회장은 일을 만들어서 전공의 지원율을 높인 사례는 이미 영상의학과를 통해 효과가 입증됐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영상의학과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전공의 모집에서)미달이었다. 당시에는 엑스레이를 모두가 찍었고 판독을 하지 않아도 수가를 줬다”며 “이후 (영상의학과) 판독이 붙지 않으면 수가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며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일이 많아지고 (전공의 모집 미달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외과학회 김진 수련교육이사(고대 안암병원 외과)는 “우리도 이런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지났다. 외과는 전공의가 없다고 이야기한 지가 벌써 30년 가까이 된다”며 “이 정도 이야기했는데 해결이 안되는 문제면 이미 학회에서 뭔가 방법을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수가 이야기를 하면 ‘또 수가 이야기 하냐, 수가 주면 좋아지냐’라고 이야기 하는데 수가를 주면 좋아진다”며 “병원 입장에서 현재 외과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수가를 2배로 올려주면 올려주는 만큼 다 수익이 되는 것이고 외과의사를 채용하게 된다. 외과의사 채용이 늘면 보수가 늘고 보수가 늘면 지원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과수술 많이 하려면 많이 채용하게 해야

외과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 중 하나로는 외과수술 건수에 비례해 외과의사를 채용하게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혈관외과 전문의 2명, 위장관외과 전문의 2명,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3명을 채용하게 하고 암 수술을 기준으로 일정 기준을 넘었을 때 관련 전문의를 추가 채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경쟁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병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수가 인상이 같이 가야 한다”며 “이런 해결책을 시행하지 않고 아무리 외과 전공의 미달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봐야 앞으로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김 회장은 ▲병원에서 일할 전공의가 아닌 실제 국가 전체에서 필요한 외과 전문의 수의 정확한 산출 ▲전공의 수련병원 대상 적절한 보상 및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특히 전공의 수련병원에 대한 보상과 국가책임 강화에 대해 “전공의 수련 책임은 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있다. 현 시스템은 이를 병원에 위임한 것”이라며 “이제는 수련병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통해 책임지도전문의 등이 정말 책임을 가지고 전공의를 수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체만 만들고 의지 없는 복지부?

문제는 정부가 기피과 전공의 부족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 소통에 나서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보발협 내에서 필수의료 살리기를 논의할 ‘필수의료협의체’를 별도 구성하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중점 논의 과제는 ▲필수의료와 적정 전문의 양성 규모 ▲적정 전문의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 ▲적정 전문의 양성에 따른 균형 배치 및 지속 가능성 확보 대책 ▲필수의료와 인프라 및 의료 접근성 유지를 위한 지원 방안 등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21일 1차 회의를 개최한 후 격주 개최하기로 했음에도 두번째 회의는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1차 회의 당시 ▲내과는 돌려막기식 재정 투입이 아닌 예산 순증 ▲외과는 수가 조정을 통한 외과 전문의 채용 환경 마련 ▲산부인과는 획기적인 수가 인상 ▲소청과는 과별 개별 면담 ▲흉부외과는 흉부외과 전문의 번아웃과 의료공백 해결 ▲비뇨기과는 전공의 확보율 향상 방안 등을 강조했다.

복지부는 당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면서도 보발협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과들에게 우선 순위를 정해 각 과별 요구사항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가 발벗고 의지를 보여도 해결책이 마련될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료계에 교통정리를 해오라며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이에 대해 김성근 회장은 “필수의료협의체 만들고 회의 한번한 후 소식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이 핑계가 될 수 있지만 학술대회도 하고 다른 회의들도 다 진행되는데 이것만 못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하나로 이정도로 정신없을만한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분개했다.

김 회장은 “제도 개선을 위해 학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학회의 일은 (책임지도전문의제도 도입 등) 수련과정에 대한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진 이사도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주제만 던져놓고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전문가들이 모여 결론을 내면 따라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저 전문가들의 의견은 참고사항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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