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남주 연구위원, 지역보건의료계획 네 가지 문제점 지목
“지역사회 통합돌봄 계획 부족…멈추지 않는 돌봄 구현해야”
비정규직 등 인력 처우 개선·예산 증액 풀리지 않는 숙제

내년 제8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을 앞두고 위드 코로나 시대를 고려한 지역보건의료계획 방향이 제시됐다.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건강돌봄지원본부 지남주 부연구위원은 27일 재단에서 발행하는 건강정책동향(Vol.32)에 실린 ‘위드 코로나 시대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의미와 발전 및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의 글을 통해 위드 코로나 대응을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역보건의료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보건법’ 제7조에 따르면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는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4년마다 중장기 지역보건의료계획과 매년 연차별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22년은 제8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이다.

지역보건의료계획은 보건의료 수요를 측정하고, 지역보건의료서비스에 관한 장기·단기 공급 대책을 수립하며, 인력·조직·재정 등 보건의료 자원의 조달 및 관리를 통한 지역보건의료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발전계획의 수립은 현재까지 내실 있게 시행되고 있지 못했으며, 이와 관계없이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지속적으로 수립돼 왔다는 것이 지 위원의 지적이다.

이에 지 위원은 성공적인 제8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의 방향성과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지 위원은 ‘너무 많은 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지 위원은 “지역사회 건강 조사를 비롯한 여러 조사가 이뤄지는 데다, 지역에 필요한 건강 생활습관 지표도 상당수 확보할 수 있는 등 지역 현황 파악이 쉬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실제 지역보건의료계획으로 특색 있게 이어지지는 못하는 듯하다”며 “만약 현황 분석 결과, 해당 지역의 ‘고혈압 치료율’이 타 지역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사업보다 치료율을 증진시킬 수 있는 사업 계획을 중점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효율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 지 위원은 “자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발견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원인 분석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 타깃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효율적인 사업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지자체 특성에 맞는 사업 집중이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지 위원은 “정신보건센터, 통합건강증진사업, 치매안심센터 등 사업별로 예산이 지원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별도의 운영비 및 인건비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예를 들면, 자살률이 높거나 치매 환자가 많은 지역, 운동 실천율이 낮은 지역 등 해당 지역의 특성이 파악되면 당연히 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이 더 많이 배정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대한 대응 계획이 충분치 않다고 꼬집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는 감소 추세이나 노인 인구 비율은 2018년 14.4%로 지속 증가해 2030년 24.2%(약 222만명)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 위원은 “향후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비롯한 요양·복지 서비스의 포괄적인 연계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실질적인 방안을 지자체 계획에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인구 절벽을 대비해 신생아와 산모 등에 대한 건강 돌봄 체계 정립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만성질환 관리의 지역 거점인 지역 보건기관의 역량이 대부분 코로나 검사와 방역에 집중되면서 만성질환자의 건강 악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재난적 위기 상황에서도 만성질환자 및 취약계층의 건강이 위협받는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멈추지 않는 돌봄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서울시의 핵심 과제이며,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 및 비대면 활용 접근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 위원은 마지막 문제점이자 가장 해결이 시급한 사안으로 ‘지역보건의료 사업 수행을 위한 인력과 예산 지원이 분명치 않다’는 점을 꼽았다.

지역 건강 증진 사업에서 늘 문제점으로 비정규직 등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예산 증액이 제기돼 왔으나,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계획의 실행력 역시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 위원은 “중앙 차원에서 인력 선발 과정부터 선발 후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방안,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등을 서울시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건강증진개발원이나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도 조직·인력·예산 부분을 전문성 있게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제8기 지역보건의료계획에 반영해야 할 과제로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강화 ▲주민 참여를 통한 시민사회 요구 및 쟁점 반영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강화 ▲보건소 기능 및 역할 개편 ▲광역과 기초의 역할 구분 등을 제시했다.

감염병 대응 방안으로는 ▲보건소 내 감염병 관련 기획·연구·통계 작성 전담팀 신설 ▲선별진료소 상설화 및 방역물품 별도 보관 공간 마련 ▲재택치료 중 응급환자 병원 이송 위한 응급구조사 정원 확보 ▲구립 공공의원 설립 ▲병상 배정 전담 보건소 지정 및 의료진 배치 ▲예방접종센터 및 백신 이상반응 콜센터 상시화 등을 들었다.

그는 “제8기 중장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좀 더 실용성이 강화되고 노동 등 사회변화까지도 반영한 계획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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