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2일 국립의료원·서울의료원 등 병상 소개 조치
"취약계층 최소 진료 유지할 것" 일부 진료 차질 불가피
시민단체 "취약계층·공공병원 희생양 삼았다" 반발

정부가 공공병원 병상을 비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받기로 하면서 이들 병원에 기대 온 취약계층의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병상 부족 사태에 정부가 공공병원을 동원하며 의료공백 문제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2일 '일상회복 위기극복을 위한 추가병상 확충 및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내년 1월 말까지 중증‧준중증병상 1,578병상, 중등증병상 5,366병상 총 6,944병상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등 일부 공공병원을 소개(疏開)해 중증 9병상, 중등증 490병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국립의료원은 응급의료센터와 비(非)코로나19 중환자실 등을 모두 코로나19 환자 전담 병상으로 전환해 300병상을 확보한다. 국공립병원들도 환자 전원 등 병상 확보에 들어갔다.

정부는 취약계층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최소 진료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진료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같은 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공공병원 (역량)을 최대한 코로나19 진료에 집중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최소 진료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각 공공병원 영역별로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전반적인 진료상 차질은 다소 발생할 수 있다"며 "긴급하지 않은 진료나 일정은 지연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정부는 22일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내년 1월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사진 출처: 코로나19 중대본 브리핑 유튜브 영상 캡처).
정부는 22일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내년 1월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사진 출처: 코로나19 중대본 브리핑 유튜브 영상 캡처).

그러자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으로 공공병원 병상을 동원하면서 취약계층 의료 제공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시민단체들은 취약계층 의료공백 대안을 마련하고 민간병원 병상 동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번 정부 조치가 "민간병원 동원을 사실상 포기하고 저소득 취약계층과 공공병원을 희생양 삼았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취약계층에게 공공병원은 최후 보루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의료공백 문제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피해 규모 파악은 물론 대책도 준비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민간대형병원 병상의 최소 10% 이상을 코로나19 진료 병상으로 동원하고 당장 치료받을 곳이 사라진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 대안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2021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도 성명을 내고 "국립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이 소개 조치를 단행하면 서울지역에서 홈리스(노숙인)가 입원 가능한 병원은 단 두 곳 밖에 남지 않는다"며 "응급실 이용도 보라매병원 한 곳에 불과해 홈리스에게 중증질환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공동기획단은 "국립의료원과 서울의료원 입원 홈리스 실태를 파악하고 전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새로 발생할 응급의료와 입원진료 수요에 대비해 응급의료기관, 입원 가능한 병원급 민간의료기관도 속히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대응을 떠맡으면서 취약계층 의료공백이 발생했다는 지적은 의료계에서도 이전부터 나왔다.

서울의료원 송관영 원장은 앞서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공공병원이 아니면 진료받기 힘든 환자가 많다"며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만 집중적으로 진료하면서 취약계층 등 공공의료서비스를 받던 기존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고 우려했다(관련기사: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이 일반 진료 끈 놓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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