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5명씩 퇴사하겠다고 한다” 한숨
간호사 1명이 9명 돌보는 코로나19 병동도
인력 지원하겠다던 중수본도 “인력 재편”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더 확보하는 병원들은 일반 진료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더 확보하는 병원들은 일반 진료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병상보다 더 확보하기 어려운 의료자원이 의료 인력이다.

정부는 총 동원령까지 내려가며 확보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사직을 하는 의료인이 늘고 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게 그들이 현장을 떠나는 이유다.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확대하는 의료기관에서 주로 나타나기도 한다. A병원은 코로나19 병상을 더 확보하기 위해 일반 병동 일부를 비웠다. 그러자 일부 간호사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A병원 관계자는 “하루에 많을 때는 4~5명씩 퇴사하겠다고 한다. 가장 많은 간호사가 퇴직하는 달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추가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남아 있는 의료인의 업무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의료연대본부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개최한 현장 간호사 증언대회에서는 코로나19 병동의 강도 높은 근무 환경에 대한 ‘증언’이 쏟아졌다.

서울시보라매병원 김경오 간호사는 코로나19 병동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환자 9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환자도 최소 간호사 4명 이상과 의사 1명이 환자의 체위를 변경해야 하지만 인력이 없어서 간호사 3명과 의사 1명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료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병원들은 일반 진료를 줄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척추·관절 수술 등 비응급 수술을 미뤄 중환자실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인력과 병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병상 20개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한 충북대병원은 일반 병동 2개를 폐쇄해 부족한 의료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위해 전체 병상을 다 비우기로 한 국립중앙의료원도 의료 인력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도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환자를 돌보던 의료 인력을 코로나19 진료로 돌리는 게 최선이라며 ‘인력 재편’이라고 표현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수본에서 별도 인력풀을 마련해서 지원하고 있다. 간호사 기준으로 5,000명 정도가 인력풀에 있지만 그 인력들이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볼 수 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최대한 보완을 해주고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박 반장은 “지금까지는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료진의 소진으로 어떻게 감당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추가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확보하게 되면 일반 병상 간호사들도 (코로나19 진료에) 더 많이 투입돼야 한다”며 “급하지 않은 수술, 미뤄도 되는 수술들을 구별해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반장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력을 (코로나19 진료로) 가져올 수 없다. 엄밀하게 따지면 인력 확충이라기보다 인력 재편의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박 반장은 일반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에게 응급이 아닌 진료는 잠시 미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반장은 “향후 추가로 코로나19 병상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국민들도 피부로 느끼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시급하지 않은 분야에 있는 의료 인력을 이쪽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의료 이용의 불편함을 감수해줘야만 추가 중환자 병상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응급실 이용이나 급하지 않은 진료는 잠시 미루는 등 국민들도 함께 참여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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