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손의료경영연구소, 현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혹평
“가산환류 대상 선정시 폐업까지…불평등 편차 가중”
"유치도뇨관, 사용기간에 따라 평가가 타당" 주장

현재 상대평가로 진행되고 있는 요양병원 적정성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환자의 질환 특성과 의료 필요도를 중심으로 평가지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손요양병원 부설 이손의료경영연구소(소장 손덕현)는 지난 20일 공개한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 지표 제안서’를 통해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방식과 지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제안서에서 현장 상황을 반영한 평가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 특수성, 진료과목, 규모 등 각기 다른 요양병원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지금의 줄 세우기식 평가구조는 대도시의 규모가 큰 병원에 유리하다는 것. 때문에 이들 병원 대부분이 높은 등급을 차지하고, 지방 요양병원들은 낮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적정성평가는 처음 평가가 실시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상대평가로 평가지표별 결과를 종합점수로 산출하고, 정규분포 등을 감안해 점수구간을 나눠 등급을 매기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평가는 평가 초기 병원 의료서비스 질 수준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일 때나 사용이 적절했지, 13년이 흘러 자료가 충분히 쌓인 지금에서는 절대평가로 개편해도 괜찮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연구소는 또 상대평가로 결정되는 가산환류 여부로 인해 오히려 불평등 편차가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가산환류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요양급여비의 20~25%에 이르는 가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폐업으로까지 이어질 만큼 요양병원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연구소는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른 감산환류 적용은 요양병원으로써 기본 필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받도록 해야 한다”며 “평가구조를 절대평가로 바꾸게 된다면 지역과 병상 규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치료서비스의 질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상적인 요양병원에 대한 기준 없이 1점 차이로 가산과 감산의 대상이 결정되는 상대평가는 상호과잉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때 최악의 경우 유치도뇨관 삽입이 필요하거나, 욕창이 있는 중증환자를 기피하고 받지 않으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종합병원 이상 기관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는 의료질 평가 지원금 기준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개선된 것처럼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기준도 절대평가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질환 특성과 의료필요도 중심 평가지표 개편해야”

연구소는 평가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의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와 미국(Centers for Medicare&Medicaid Services, CMS), 캐나다(Ontario Hospital Association&Government of Ontario), 일본(만성기의료협회), 유럽(European Centre for Social Welfare Policy and Research)의 장기의료요양 평가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비교 결과, 진료영역 지표 중 ‘유치도뇨관’ 항목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에서도 평가지표로 삼고 있었다. 유치도뇨관은 무의식이나 척추손상 환자, 수술 대상자의 방광손상을 예방하거나 수술부위의 오염을 막고, 피부손상을 예방하는데 필요한 장비다.

다만, 우리나라는 평가기간 동안 유치도뇨관이 있는 환자비율로 측정했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장기입소자 혹은 장기간 유치도뇨관을 삽입한 환자 비율을 평가했다. 일본의 경우엔 입원 시 유치도뇨관이 사용됐다가 1개월 후 제거되는 환자들을 측정하고 있다.

연구소는 “상황에 따라 유치도뇨관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유치도뇨관을 사용한 환자분율 보다는 사용기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항정신성의약품 처방’ 지표는 우리나라와 캐나다, 유럽에서 평가지표로 사용하고 있지만 세부기준은 상이했다.

캐나다는 장기입원환자 중 정신질환 진단 없이 항정신약물을 처방받은 날이 1일 이상인 환자분율을 측정하고 있다.

유럽은 정신성약물을 사용하는 대상자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평가하고,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대상자수가 정신성약물을 사용하는 대상자수와 일치하는지 보기 위해 항정신성약제를 사용하는 입소자비율을 측정하고 있다.

연구소는 “현재 우리나라 항정신성의약품 지표는 노인성 치매 여부와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고 항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분율을 측정하도록 돼 있다”며 “의료중도 이상에 해당하는 치매환자에게 불가피하게 항정신의약품을 처방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지표로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욕창’ 역시 해외에서 의료 질 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단계 이상의 욕창이 새로 발생한 환자비율로 측정하고 있는 반면,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은 2단계 이상의 신규 또는 악화된 욕창 비율을 평가하고 있다.

연구소는 “욕창 1단계는 피부손상 없이 색상변화만 나타나는 상태로, 순환이 회복되면 몇 시간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욕창 2단계부터 피부 손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피부를 약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따라서 우리나라도 2~4단계 욕창이 새롭게 생긴 환자비율을 측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밖에도 연구소는 ▲영양관리 ▲간호계획이 수립되고 실행되는지 여부 ▲치료계획과 입원 및 퇴원 기능평가를 수립한 환자 비율 ▲의료안전 및 원내 감염 방지 ▲말기의료 ▲팀의료 등을 신규지표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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