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율 하락세…저출산·의료사고 부담이 장애물
수가 현실화하고 실질적인 필수의료과 정책 마련돼야
전 연령층 여성질환 수요 늘며 '블루오션' 기대도 커

저출산과 의료사고 우려 속에 산부인과는 올해도 '기피과'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여성질환 분야 수요가 늘면서 산부인과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리란 전망도 있다. 이런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의사가 '2022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마감일인 지난 8일 전국 수련병원 55곳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산부인과는 정원 154명에 94명이 지원해 지원율 61.0%를 기록하며 지난해 지원율 76%%보다 15%p 하락했다.

산부인과 전공의를 모집한 수련병원 52곳 가운데 18곳이 정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정원을 채웠던 수련병원 24곳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등 10곳은 올해 정원이 미달됐다. 빅5병원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5명)과 서울아산병원(10명)만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을 채웠다.

산부인과는 저출산 기조라는 큰 벽에 부딪힌 상태다.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0.84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도 지난해 27만2,000명으로 30만명을 밑돌았다.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의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도 장애물이다. 악조건 속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줄어들수록 분만 취약지는 늘어나고 결국 최소한의 분만 인프라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크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수련위원장인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는 지난 15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분만 인프라는 지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공의의 산부인과 지원을 가로막는 요소를 제거하고 실질적인 필수의료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임산부 사망이나 신생아 뇌성마비를 국가에서 책임지는 것처럼 한국도 분만 중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국가 책임으로 제도화하고 출산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인프라 유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산부인과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한편으로 필수의료과로서 산부인과를 지키려는 젊은 의사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은 것은 희망적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산부인과는 응급의학의 성격도 있다. 그만큼 의사의 책임과 사명감이 무겁다"며 "이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기도 하지만 사명감으로 응급 현장을 지키려는 젊은 의사도 많다. 이제라도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고질적인 수가를 정상화하고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한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단기 성과에만 매몰돼 소극적인 지원에 그쳐선 안 된다고 했다.

홍 교수는 "기피과 부양책으로 전공의 지원율이 바로 오르지 않았다고 실패한 정책이라며 추가 대책에 소극적으로 나와선 안 된다"며 "그런 지원조차 없었다면 기피과 전공의 지원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었다. 지원율 상승만 정책 성공 지표로 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수의료 지원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출산율만으로 산부인과의 미래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난임과 여성질환에서 산부인과 역할이 커진 만큼 젊은 의사가 활약할 기회가 많다면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출산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난임 치료 수요가 크게 늘었다. 개원가와 각 급 병원 난임 클리닉 수준과 수요를 보면 같은 의사들도 깜짝 놀랄 정도"라며 "여성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산부인과들도 자리잡았다. 청소년들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나 생리불순 등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만큼 전 연령대 여성질환을 다루는 여성의학과로서 성격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 속에 각 대학과 병원에서 산부인과 교수로서 활동할 길도 넓다”며 “오로지 출산율에만 집중하면서 가려졌을 뿐이지 산부인과는 오히려 '블루오션'이다. 산부인과에서 미래를 찾는 젊은 의사들이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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