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유행에 경증·무증상자 재택치료 원칙
재택치료 사망자 속출…"절반은 입원 필요한 중등증"
"적시에 입원 가능한 병상과 의료진 확보가 중요"

지난 여름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는 경증·무증상 환자 재택치료 전환을 발표했다.
지난 여름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는 경증·무증상 환자 재택치료 전환을 발표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재택치료 원칙을 세웠지만 부실한 의료 대응 우려가 높다. 우리보다 앞서 재택치료로 전환했던 일본도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서 병원 밖 사망자가 속출한 바 있다. 병상 부족에 재택치료 전환을 선택했지만 결국 재택치료도 충분한 병상이 있어야 원활히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후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재택치료 환자들이 증상이 악화돼도 적시에 치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감염세가 극심했던 지난 8월 한 달간 869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중 약 8%인 71명이 재택치료에 해당하는 '자택요양' 환자다. 도도부현단위 광역지자체 집계에 따르면 8월말까지 일본 전국에서 최소 200명이 재택치료 중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기저질환자나 입원을 거부한 경우도 있지만 발열이나 기침 수준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경우가 많았다. 사망자가 늘자 재택치료가 아니라 '재택 방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에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등증 환자까지 재택치료 확대를 추진했지만 "국민을 저버렸다"며 여당조차 반발하면서 이틀만에 철회했다.

일본의 경증·무증상 환자는 원칙적으로 집에 머물며 보건소의 모니터링을 받는다. 임시의료시설을 설치하고 의료진을 채용해 일본식 '생활치료센터'를 만든 지자체도 있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병원 밖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러나 하루 신규 확진자 2만명대를 돌파한 지난 8~9월 5차 유행 당시 재택치료자가 급증하면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매일 실시하는 보건소 모니터링이 중단되고 환자의 진료 요청이나 문의가 누락됐다. 증세 악화로 응급 이송을 요청한 도쿄도 재택치료자 63%가 입원하지 못했다. NHK 뉴스는 지난 8~9월 도쿄 도내 경증·무증상 재택치료자 50% 이상이 사실상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등증 환자였다고 추산했다. 두 달간 도쿄에서만 49명이 재택치료 도중 사망했다.

재택치료 개선에 나선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보건소 부담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임시의료시설을 확대하고 지역의료기관 연계를 강화해 보건소에 몰렸던 재택치료자 관리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5차 유행 때도 상당수 지자체가 지역 내 재택의료 코로나19 재택치료자 대상 방문진료(왕진)·간호 서비스를 요청했다.

그러나 기존의 재택치료 시스템은 퇴원 후 회복기나 만성기 지역 환자를 위한 '커뮤니티케어'에 가까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급성기 코로나 환자 대응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재택치료자 방문진료 현장에서도 환자 상태 파악이나 치료 연계가 어려워 문제가 됐다. 중등증으로 발전한 환자를 발견해도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입원 조치가 제때 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산소치료를 실시하더라도 산소 농축기 재고가 부족해 약 처방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방문진료 수가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감염관리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기존보다 시간이 2~3배 소요되는 것도 문제다.

결국 재택치료도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병상과 의료진이 확보돼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일본의사회 나카가와 도시오 회장은 "의사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입원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방문진료는 24시간 환자 대응이 어렵고 방문진료 시간이 증가하면 그만큼 일반 외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재택치료 전환은 환자는 물론 의료현장에도 부담이 큰 방식이다. 확진자가 늘면 늘수록 (재택치료자를 위한)병상은 물론 의료진 확보도 어려워진다. 감염 억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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