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석정호 교수
VR 등 활용해 비대면 정신건강 분석평가 및 교육·훈련 방법 모색
“디지털 치료제에도 인적 개입 必…정신건강 전문가 반드시 참가해야”

“정신건강의학은 미충족 수요가 많은 분야입니다. 환자들은 의사의 설명을 더 듣고 싶고, 의사들도 환자에게 질 좋은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싶어 합니다. 현재는 낮은 상담 수가, 상담 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약물 치료가 주를 이루는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이뤄질 것입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미래의학연구센터에서 만난 정신과학교실 석정호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교원창업기업인 마인즈에이아이 대표를 맡아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석 교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국내 환자들에게 보다 보편적인 정신건강 상담 및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 교수는 “한국 사회에는 아직 정신과를 방문하거나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존재한다. 이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전 치료와 상담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장벽이 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 및 상담은 이러한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인즈에이아이는 크게 정신건강 분석평가 프로그램 ‘마인즈 내비(Minds.NAVI)’와 정신건강 가상현실(VR) 평가·교육·훈련 프로그램인 ‘치유 포레스트(CHEEU.Forest)’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마인즈 내비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탐색적 임상시험을 허가받았다.

건강 대조군, 우울감을 호소하나 약물 치료는 필요하지 않은 시험군, 그리고 주요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군 등 총 3개 코호트를 구성해 심리검사, 혈액 검사, 타액 검사를 진행, 타액 채취 기반의 스트레스 지수 평가의 근거를 확립할 계획이다. 총 100여명을 모집해 내년 상반기 탐색적 임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치유 포레스트의 경우, 환자가 VR(가상현실) 영상을 통해 임상심리 상담가와 어린시절 상처 극복하기, 자살충동 제어하기, 마음 헤아리기 등의 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현재는 심리상담센터에 키오스크 형태로 보급돼 있으나 향후 휴대가 간편한 모바일 형태로 개발할 예정이다.

석 교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상담이라는 형식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우울증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계획 또한 가지고 있다.

인터뷰 도중 자신의 서재에서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SM-5)를 펼쳐 보인 석 교수는 “우울증 중증도에 대한 진단은 의사들마다 조금씩 다르다”며 “심박 변이, 신경 염증 마커, 혈액 수치, 심리상담 조사 결과 등 우울증 환자들의 혈액학적 지표와 심리학적 지표가 쌓이면 우울증의 자살위험성을 측정할 수 있는 보조진단 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가상현실(VR) 평가·교육·훈련 프로그램 ‘치유 포레스트(CHEEU.Forest)’.

다만, 디지털 치료제가 비대면 방식의 심리검사, 교육 및 훈련을 가능케 하더라도 상담인력의 보조나 전문가의 개입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석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일각에서는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기반의 우울증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널리 보급하기는 좋을지 모르나 우울증 환자 중에 혼자서 앱을 통해 꾸준히 훈련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드시 누군가의 보조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제는 적극 관리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환자에게 모든 것을 혼자 하라고 내버려두면 안 된다. 디지털 치료제 이용 중 환자가 갑자기 자살 충동을 겪는다던지 하는 자살 위기 상황에 대한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정신건강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개발자 입장에서 관련 정부부처의 심사 프로세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식약처나 보건복지부 등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의료기기 품목허가 심사, 신의료기술평가 분류와 심사 등 혁신의료기기 심사를 위한 코디네이션이 안 되고 있다. 같은 기관 내 부서 간 연결이 부족하고,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서로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향후 디지털 치료제 분야 전망에 대해선 “디지털 기술이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정보보호 기술이 함께 확립돼야 한다. 또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가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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