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포스트코로나 보건소 이제는 변화 필요' 토론회 열려
보건소 보건행정 필수 기능 정립하고 조직·인력 재편해야
장숙랑 교수 "보건소 축소가 아닌 기획자로서 확장하자는 것"
정규직 확대와 전문 인력 확보로 업무 전문성·연속성 향상도 필요

18일 열린 '포스트코로나 보건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보건소 기능 재정립과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사진 출처: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유튜브 토론회 영상 캡처).
18일 열린 '포스트코로나 보건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보건소 기능 재정립과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사진 출처: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유튜브 토론회 영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건소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면서 보건소 기능을 분리하고 전문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인력 문제 해결도 강조했다.

18일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이 주관한 '포스트코로나 보건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장숙랑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보건소 기능 및 조직 재정립 방안' 연구 최종 보고서를 통해 보건소 기능 개편을 제안했다.

연구사업을 통해 정립된 보건소 기능개편 추진 방향은 ▲감염병 위기 대응력 강화 ▲지역사회통합돌봄 서비스 강화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반구축 크게 3가지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대응에서 보건소가 수행한 감염병 관리 업무 중 60% 이상이 보건소가 하지 않아도 될 업무였다"면서 "보건소가 수행하는 기능이 고도화되지 못하고 혼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감염병 대응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다른 업무는 축소되고 심각한 인력 소진 문제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보건행정 업무 가운데 보건소가 수행할 필수 기능을 정립하고 이에 맞춰 조직과 인력 규모를 재편하자고 했다. 시·군·구 지자체 보건 관련 부서 신설 등 관련 행정 거버넌스 확충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기능 분리는 보건소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는 것"이라면서 "보건소가 기획과 건강 관리를 총괄하게 되면 보건행정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하고 지역 자원 발굴과 연계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보건소와 지역사회간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지자체와 연계해 행정 업무 일부를 이관하고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해 진료 기능을 이양하자고 했다.

장 교수는 "식품위생 업무, 대민 행정 업무 등을 지자체 담당 부서로 이관하고 감염병 관리 업무도 지자체와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안한다"며 "보건소가 실시하던 일차의료 기능 가운데 진료 기능을 지역 일차의료기관으로 이양하거나 공공병원과 협력해서 축소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장숙랑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보건소 기능 및 조직 재정립 방안'을 통해 보건소 기능을 개편하고 전문성을 키우자고 제안했다(사진 출처: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유튜브 토론회 영상 캡처).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장숙랑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보건소 기능 및 조직 재정립 방안'을 통해 보건소 기능을 개편하고 전문성을 키우자고 제안했다(사진 출처: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유튜브 토론회 영상 캡처).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보건소 기능과 역할 대부분 비정규직·비전문 인력에 의존해온 점을 지적했다. 정규직 확대와 함께 취약한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전남의대 예방의학과 신준호 교수는 "공무원이냐 무기계약직이냐의 문제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위기 대응 역량을 갖춘 인력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아무리 인력을 뽑아도 매년 보직이 변경된다면 지금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감염관리과 내 전문 역량을 갖춘 인력은 역학조사관 한 명 정도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일하던 공무원들로 꾸려졌다. 감염관리과지만 운영 방식이나 조직이 다른 과와 차별점이 없다"며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 없이 조직만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감염병을 포함한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전담하는 직군을 만들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성동구보건소장을 지낸 은평병원 가정의학과 김경희 전문의는 "지금까지 비정규직 위주로 '종합선물세트' 식으로 일해 오면서 보건소 기능과 업무 수행이 갈길을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김 전문의는 "보건소 인력이 반드시 보강돼야 한다. 현재 지역보건법에 근거해 방문관리 전담 공무원 채용이 가능하지만 지난 2019년 후로 간호사 외에 의사, 약사, 운동처방사나 물리치료사 등 어느 직종도 정규직 채용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도 인력 충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청에서 파견나온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감염병 사태가 끝나면 이런 인력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현장 우려가 크다"고 했다.

따라서 "전문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보건소가 위기 상황에서 다른 조직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염병이나 응급의료 방면에서 전 직원이 훈련돼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이선경 건강정책과장은 보건소 기능 진단을 위해 자료를 확충하고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 과장은 "행정안전부에서 매번 보건소 조직 진단을 진행했고 연구 사업도 꾸준히 있었는데 제대로 축적되지 않았고 복지부 내 보건소 인력 현황 관련 자료도 한계가 많아 현장에서도 답답해하고 있다"면서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 단계적 전략을 수립하겠다. 복지부 차원에서 현장 전문가 의견을 듣는 자리도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