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산하에 연세동곡의학교육원 직제 신설
미래 의료와 ‘의학교육’만을 위해 설립된 기관
유대현 학장 “국내외 의학·의료 이끌어갈 리더 양성 목표”

의학이 IT, ICT와 접목, 디지털화 되면서 의대 교육환경도 바뀌고 있다. ‘구조 및 과정 중심'이던 의과대학 교육이 '역량·성과 중심 교육'으로 변화한 데 이어 이제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를 활용한 교육방식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될 날도 머지않았다.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부합하도록 의학교육에도 혁신이 요구되면서 발 빠르게 이를 준비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도 그 중 하나다.

연세의대는 국내 의과대학 중에서도 시대의 변화와 국제적 의학교육 변화에 발맞춰 선도적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왔다. CDP2013(Curriculum Development Project 2013)을 통해 학생중심(Student-Oriented Learning), 성과중심(Outcome-Based Learning), 연구중심(Research-Oriented Learning), 통합(Integrated Learning)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성과중심교육과정을 마련했으며 2014년부터 40개 의과대학 최초로 학생평가에 절대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성과중심교육과정이란 의과대학 교육 후 학생 모두가 목표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역량(성과) 중심으로 교육 및 평가 과정을 구성하는 것으로 A,B,C,D,F 같은 상대평가가 아닌, Pass/Non-pass로만 학생을 평가한다. 절대평가제도 도입 당시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교수들이 많았지만 이 과정으로 평가받은 졸업생들의 첫 의사국시 합격률이 98.6%에 달하면서 이들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이처럼 의학교육을 선도해온 연세의대가 최근 산하에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을 신설하고 의학교육의 미래를 향해 다시한번 날갯짓 한다.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은 의과대학의 미래교육을 체계화, 전문화, 지속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기구다. 동곡 김건철 후원자의 38억원 기부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한국의 미래의료와 오로지 의학교육만을 위해 설립되는 기관으로, 17일 현판식을 개최한다.

17일 현판식에서 앞서 연세의대 유대현 학장을 만나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이 그려나갈 미래 의학교육의 청사진을 들었다.

- 우선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의 설립취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의학교육이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다. 의학이 IT, ICT와 접목하면서 디지털화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미래의학을 다루기 위해선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의학교육도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부합하도록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학의 특징은 ‘5P 의학이다. 5P개인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 ‘예측의학(Predictive Medicine)’, ‘참여의학(Participatory Medicine)’,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을 말한다. 이 중에서 화두는 정밀의학과 참여의학이다. 앞으로는 의료가 병원 중심이 아닌 개인 위주로 돌아갈 것이다.

사회환경과 과학, 의학이 발달하면서 그에 맞게 교육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은 5~6년 전부터 있어왔다. 연세의대의 경우 2년 전부터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학장이 바뀔 때마다 교육철학이 바뀌면서 교육이 연속해서 이뤄지지 못한다는 한계에 부딪치게 되더라. 그래서 연속성과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조직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우리 대학의 경우 의대생, 대학원생, 전공의 등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을 실행하고 다양한 기구를 운용하고 있지만 교육의 기획, 평가, 교수, 확산을 담당하는 기구가 하나로 짜임새 있게 운용되지 못하고, 2년의 짧은 임기와 기능 중복으로 다소 산만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중복되는 기구를 통폐합하고 기능적으로 체계화한 4개의 센터로 개편한 뒤 이를 담는 교육원을 설립함으로써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부합한 의학교육을 실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재정이었다. 그런데 마침 김건철 후원자가 지금까지 4회에 걸쳐 50억원을 의료원에 기부하고 그 중 38억원을 의학교육의 미래를 위해 사용해 달라고 해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을 설립하게 됐다.

-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은 어떻게 구성되며,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교육원은 교육개발센터, 교육평가센터, 교수개발센터, 교육연수센터 등 4개의 센터로 구성돼 있다. 교육개발센터는 교육계획위원회를 계승하여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과 교육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연세의대는 CDP2004, CDP2013에 이어 새로운 의학교육 커리큘럼(CDP2023)을 준비중이다. CDP2023 안에는 연세 미래의학교육의 단기, 중기적 계획들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또한 미래 의학교육 개혁의 핵심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교육평가센터다. 연세의대는 20141학기부터 학생평가를 절대평가제도로 바꿨다. PassNon-pass로만 평가했다.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게 아닌 역량 중심으로 평가해 의사로서 알아야할 역량만 갖추면 통과하도록 했다.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교수들의 저항이 엄청났지만 오히려 평가제도를 바꾼 후 의사국시 합격률이 더 높아졌다. 현재 의과대학에서 이뤄지는 의대생, 대학원, 그리고 전공의 교육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주기적인 평가활동을 통해 현재의 의학교육 질을 체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미래 의학교육을 준비하는 작업을 평가센터에서 하게 될 것이다.

특히 교수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에 연세의대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따라서 교수개발센터에서는 의학교육자 양성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직급별 교수 개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리더십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교수들이 잠재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신임 교수 발령시점부터 은퇴하는 시점까지 주기별로 최선의 맞춤형 교수개발이 이뤄지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세 의학교육은 국내에서 가장 앞선 교육인 동시에, 가장 혁신적인 의학교육이라는 점에서 타 대학 교수들에게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에 연세의학의 정신과 교육이 더 널리 퍼져나가도록 교육연수센터를 설립했다. 베트남이나 우주베키스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대한 의학교육 지원 활동을 기반으로 제3세계 의학교육을 지원하며, 의학교육을 넘어서 다양한 학술분야의 연수프로그램이 최고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 연세의대의 경우 국내 의학교육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학교육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세의대의 모토는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이다. 국내 최초로 서양 의학교육을 시작한 첫 번째 의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세의대는 'The First'에 머물지 않고 의학교육에 있어 'The Best'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의학교육을 통해 국내외 의학과 의료를 이끌어갈 리더를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우리나라 의료, 의학의 경쟁력을 담보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것이 우리 대학이 의학교육에 투자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의대교육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5~6년 앞당겨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의학교육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연세의대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의학교육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나.

코로나19에 의해 모든 강의가 모두 온라인으로 바뀐 것은 그동안 연세의대가 추구하려 했던 교육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수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강의실에 앉아 이뤄지는 교육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에 의해 지식이 전달될 수 있음을 모든 교수들과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세의대는 교육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적인 강의는 동영상 등으로 대체되고 함축된 지식을 미리 습득한 상태에서 교수들의 다양한 경험을 토론하는 플립 러닝(Flip Learning) 등 다양한 교수법이 확대 도입될 것이다. 또한 AR, VR, 메타버스 등 다양한 디지털 툴(Tool)로 지식의 전달은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암기하는 교육에서 이해하고 찾아 적용하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미래 교육을 예측하고 연세의대는 1년 전 CDP2023 사업단을 발족시키고 바뀌는 미래의료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준비해왔다. 동곡의학교육원의 설립으로 교육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된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미래의료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정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

의학교육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되면 교육 콘텐츠가 다 바뀌고 그에 맞게 교수법도 달라져야 한다. 아마도 몇 년 후에는 해부학 실습이 없어지지 않겠나. 지금도 외국에서는 AR, VR, 메타버스로 해부학 실습을 대체하고 있다. 카데바 일부분을 클릭하면 피부가 벗겨져서 근육이 나오고 근육을 누르면 근육 이름과 혈관이 다 나오는 방식이다. 훨씬 습득하기가 쉬운 툴들이 나온 만큼 우리도 적극 이용해야 한다.

의학교육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비해 커리큘럼을 바꾸고 있다. 사실 교육의 컨텐츠가 바뀌어야 하고 교수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건 그 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교수들이 영상으로 강의했던 걸 녹화했다가 학생들이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해 온라인 강의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왔다. 교수들의 저항이 있어 활성화되지 못했었는데 코로나19로 급격하게 이뤄진 점은 긍정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5~6년은 당겨진 것 같다.

이에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300만원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여주면 1시간 판서로 해야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을 10분이면 할 수 있다. AR이나 VR을 이용하기 위해 '메타버스 TFT'를 구성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사람과 사람의 컨택이 없어졌다는 데 있다. 의사라는 직종은 인문사회적 소양이 굉장히 중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되면서 소통이 다 사라졌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일 것 같다.

- 교수들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을 만든 이유 중 하나가 교육의 연속성이나 효율성을 위해 그릇을 만드는 것이고 또하나는 교수들에게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겸무교원제도다. 각 센터가 있고 각 센터장 밑에 10~15명 정도의 겸무교수를 두도록 했다. 각 센터마다 매년 2억원씩 지원해서 연구원도 고용하고 행정요원도 고용하도록 했다. 벤치마킹을 위해 해외에 간다든지 교육을 위한 학회참석 시에도 지원해준다. 대학 내 정규 직제다보니 아무래도 위원으로 참여했던 것보다 마음가짐부터 다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학장으로서 미래 의학교육 방향은 어떻게 가야한다고 생각하나, 또한 이를 위해 정부나 제도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

다가오는 미래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환경과 기술, 도덕적 기준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 의학교육의 방향은 사회변화와 사회의 요구, 그리고 의학의 진보를 반영하여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량중심의 의학교육, 연구중심의 의학교육, 학생중심의 의학교육, 의과대학과 전공의 수련의 연계,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교수학습방법 등이 미래교육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위한 의학교육에 정부의 지원이나 이해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의학교육은 여러 학문분야 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와 의학의 발전, 그리고 의료산업을 견인하는 인재양성의 최선봉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 이런 인식전환을 바탕으로 의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재정적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의학교육의 특수성에 대한 정부의 이해와 이에 따른 각 부처가 협조가 필수적이다. 교육부와 복지부의 이해상충이나 다른 기준으로 교육기관을 평가하는 것은 시급히 조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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