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학회 손상욱 회장, "TCS 없이 EASI75 70% 달성"
"대상포진 이상반응? 연령대 낮은 아토피 환자에선 문제 안돼"

중등증-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가 생물학적제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 등장에 이어 야누스 키나제(janus kinase, 이하 JAK) 억제제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등 JAK 억제제들은 다양한 3상 임상시험을 통해 뛰어난 피부 개선 효과와 가려움증 등 빠르게 증상을 해소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동일 기전 1세대 JAK 억제제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가 보여준 안전성 이슈로 인해 등장과 동시에 '안전성 해명'이란 과제를 떠안은 것도 사실이다.

그 중 애브비가 개발한 '린버크'는 아토피피부염의 병리, 징후, 증상을 유발하는 대부분의 핵심/주요 사이토카인들이 신호를 전달하는 JAK1 경로에만 선택적, 가역적으로 작용해 JAK 1/2를 동시 억제하는 타 제제와도 다소 상이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린버크의 주요 3상 임상시험에 직접 참여한 고대안산병원 피부과 손상욱 교수를 만나 국내 중등증-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 현황과 JAK 억제제의 도입 의의 및 '린버크'의 안전성 프로파일에 관한 피부과적 해석 등을 들었다.

손상욱 교수는 지난 13일 개최된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학술대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며, 오는 12월부터 학회를 이끌게 됐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손상욱 신임 회장(고대안산병원 피부과)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손상욱 신임 회장(고대안산병원 피부과)

-국내 중증-중등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유병률과 이들의 현재 치료 환경이 궁금하다.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수는 2018년 기준 95만3,361명으로 유병률이 매우 높은 질환 중 하나다. 한창 민감한 사춘기 시기인 10대 후반과 20~30대 등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의 중증 환자가 많다는 특성이 있다.

최근 들어 아토피피부염 약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제제가 아직 하나일 뿐더러, 건선에 비해서는 치료 달성률 면에서 차이가 많다. 아토피피부염이 건선보다는 발병 기전이 복잡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우리가 도전해야 하는 벽이 높은 만큼, 아직 새로운 치료제 개발 여지도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등증-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그림.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 알고리즘
그림.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 알고리즘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에서 만든 치료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경증일 때는 국소 면역조절제, 국소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기본으로 한다. 이후 EASI 16점 이상으로 정의되는 중등도 이상의 환자에게는 전신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전신 치료에는 자외선 요법(광선 치료)이 있지만, 환자별로 치료 효과는 일정치 않다. 이외에는 메토트렉세이트(MTX)나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조절제를 사용할 수 있고, 최근 들어서는 생물학적제제가 도입돼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JAK 억제제는 어떤 기전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효과를 보이나. 또 기존에 사용 중이던 치료제들과는 어떻게 다른가.

생물학적제제 '두필루맙'은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중 일부인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을 억제하는 치료제다. 반면 JAK 억제제는 특정 사이토카인 한두 개를 억제하는 것이 아닌 면역반응에서 주요한 축이 되는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전반적으로 억제한다. 그러다 보니 JAK 억제제는 부작용 이슈가 좀 더 생길 수 있지만,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는 다양한 핵심 사이토카인을 한꺼번에 억제하는 기전을 지겨 치료 효능 면에서는 강점이 있다.

-최근 출시된 '린버크'의 주요 임상시험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느낀 '린버크'의 효과는.

블라인드 처리된 연구라 연구 과정에서의 느낀 점은 말하기 힘들지만, 연구 결과로만 본다면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다. 깜짝 놀랄만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소 스테로이드(TCS)를 쓰지 않고도 EASI 75 달성률이 거의 70%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파다시티닙' 단독 투여 시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MEASURE UP 1, MEASURE UP 2 연구 결과에서 16주차 EASI 75 달성률은 15mg 투여군에서 60~70%, 30mg 투여군에서 73~80%였다(위약군 13~16%). EASI 90 달성률 역시 15mg 투여군에서 42~53%, 30mg 투여군에서 59~66%으로 나타나, 환자의 절반 가량이 16주차에 EASI 90을 달성했다(위약군 5~8%).

-최근 '린버크' 등 JAK 억제제와 생물학적제제인 '두필루맙'과의 직접 비교(Head-to-Head) 연구도 발표됐다.

직접 비교 연구라 해도 사실상 회사 주도의 임상연구 데이터이고, 현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 임상에서 어떤 약이 더 좋다고 말하기보다는 주사제와 경구제에 따른 장단점은 얘기할 수 있다. 두필루맙과 같은 주사제는 규칙적으로 맞아야 하고, 휴대나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냉장보관 해야 하고, 여행 등 이동할 때 가지고 다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경구제는 휴대와 복약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사제는 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규칙적으로 맞아야 하는데, 경구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제의 용량을 조절하기가 수월하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서 나타난 결과이지만 '린버크'의 경우 다른 JAK 억제제 대비 '대상포진'에 대한 안전성 보고가 많았다.

대상포진이나 단순포진, 여드름, 뾰루지 발생 등 부작용 이슈가 있는데, 그런 부작용은 피부과 전문의들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또 대상포진의 경우 빈도가 아주 높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대상포진은 고령에게 훨씬 심하게 생기고 (증상이나) 부작용 등도 큰데,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연령대가 젊기 때문에 대상포진이 생겼다고 해도 심각하게 발전하는 사례는 없었을 것이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대상포진에 대한 안전성 프로파일이 더욱 부각되었을 수 있다.

원래 아토피피부염이 있으면 단순 포진이 더 잘 생긴다. 피부의 장벽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해서 바이러스가 쉽게 번지기 때문이다. 이론상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면 그런 포진이 덜 생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들은 (대상포진이나 단순포진 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늘어난 만큼, 환자별 처방 기준도 따로 있을 것 같다.

임상 현장에서는 보험급여 기준을 가장 먼저 보게 된다. 두필루맙의 경우에는 환자가 산정특례를 받지 못하면 맞기 어렵다. 때문에 산정특례 기준이 되느냐를 먼저 고려할 수 있고, 물론 산정특례 기준이 되는 환자라도 주사제와 경구제가 각각 가지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이런 부분을 다 설명한다.

일단 EASI 23이 넘는 '중증' 환자들에서는 산정특례를 받는 방향을 먼저 고려한다. 산정특례는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3개월 치료 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평가를 했는데 산정특례 기준을 충족하면 두필루맙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있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JAK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EASI 23이 넘는 중증 환자지만 주사제를 기피한다거나 해외 등 이동이 잦고, 최근 갑자기 증상이 나빠졌다면(빠르고 강력한 치료로 증상 완화가 중요한 경우) JAK 억제제를 먼저 권유해 볼 수도 있다.

또 중등도 환자에서도 기존에 자외선 치료, 싸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MTX) 등을 사용해도 (효과가 부족해)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중증'이지만 기준에 따르면 중증이 아닌 환자들 말이다. 당장 면접이나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학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들은 산정특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두필루맙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급여라도 JAK 억제제를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손상욱 신임 회장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손상욱 신임 회장

-아토피 치료 지침이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변화도 필요할 것 같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지난 2015년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처음 만들었고, 2019년도에 수정안을 내며 생물학적제제를 추가한 바 있다. 최근 도입된 JAK억제제는 아직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학회에서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고려하고 있으며, 전향적으로 JAK 억제제 반영도 고려되지 않을까 싶다.

아토피피부염 중증도 평가에 있어 환자의 입장을 좀 더 반영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의 평가 기준은 눈에 보이는 것 위주다. EASI 점수가 사실 눈에 보이는 부분을 평가하는 것인데, 환자에게는 가려움증, 수면의 질, 삶의 질 등도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그런 것들을 평가하고 반영하는 도구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학회도 그에 대해 관심이 높고, 관련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와 정부 등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피부 질환이 직접적으로 죽고 사는 질환은 아니지만, 병변이 외부로 드러나기 때문에 삶의 질과의 연관성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 더 높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은 얼굴이나 목, 손 등 노출 부위가 더 심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충이 크다. 정부도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보험이나 산정특례 등에 있어서 좀 더 고려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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