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홍 IMDRF AIMD WG 국내위원회 팀장

지난 9월은 한국 의료기기산업에 의미 있는 한 달이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최초 표준을 한국 주도로 만들었고, 최종 제정을 위한 마지막 의견 수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이 표준이 글로벌 의료기기 규제 기관들의 협의체인 국제 의료기기 규제 당국자 포럼(IMDRF·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전종홍 IMDRF AIMD WG 국내위원회 팀장
전종홍 IMDRF AIMD WG 국내위원회 팀장

우리나라가 IMDRF에 가입한 것은 2011년 IMDRF가 출범하고 6년 뒤인 2017년이었고, 이때 미국 EU 캐나다 호주 일본 중국 브라질 러시아 싱가포르에 이어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당초 계획이었던 2021년 가입 계획에서 4년 앞당겨 가입했고, 그 이후 2021년 의장국 선임(2019년), 2020년 한국 제안으로 AIMD(Artificial Intelligence Medical Devices) 워킹그룹(WG) 신설(2020년)에 이어 올해 IMDRF 국제 공통 가이드라인 제정이라는 성과를 연속으로 얻었다는 점은 놀랍다.

물론 이런 결과를 만들기까지는 국내 의료 인공지능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온 식약처의 노력이 있었다. 식약처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사실상 세계 최초로 2017년 2종의 가이드라인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민원인 안내서)’과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의 임상 유효성 평가 가이드라인(민원인 안내서)’을 공표했다.

그 이후로도 7종 이상의 인공지능 의료기기 관련 가이드라인들을 개발하고 공표해왔다. 이런 노력은 약 90여건이 넘는 국내 인공지능 의료기기 인허가 등록 건수라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한국 주도로 이루어진 IMDRF AIMD WG 활동과 국제 가이드라인 개발이 갖는 국제적 의미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분야에서 국제 규제 조화의 기준과 출발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필요한 핵심 용어들을 정의하고, 변경 관리에서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인공지능 의료기기 공통 규제 기반을 제시했다.

둘째는 의료 인공지능 분야의 국제 표준화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표준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IEC TC 62, ISO/IEC JTC 1/SC 42, ISO TC 215, DICOM 등 다양한 표준화 기구에서 경쟁적으로 표준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IMDRF 중심으로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와 AIMD에 대한 규제·표준의 연계 방향을 제시하며,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의료기기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필요한 다양한 표준들을 효과적으로 코디네이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셋째는 좀 더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의 다층적인 협력의 기회를 만든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의료기기는 전통적인 의료기기와 달리 공정성(fairness), 투명성(transparency), 책임성(accountability), 포용성(inclusiveness), 편향(bias)이나 차별(discrimination)의 극복, 강건성(robustness),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인간중심(human-centered) 등과 같은 다양한 새로운 윤리적·사회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별·국제적으로 진행되는 인공지능 응용에 관한 법·제도·규제 체계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다층적인 협력 체계가 필요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IMDRF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최근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술 융합과 산업 융합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다양한 표준화 기구들에서 의료와 인공지능이 결합되는 표준 개발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MDRF AIMD WG의 핵심 목표가 인공지능 의료기기 관리에 필요한 글로벌 규제 조화(harmonization)에 있는 것처럼, IMDRF와 다른 표준화 기구와 조화와 협력을 좀더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 표준화를 추진하는 SC42가 수많은 표준화 기구들과 협력하고, 업체 중심의 사실 표준화 기구와 국가 중심의 공적 표준화 기구가 협력하는 것처럼, 규제 기관 협의체인 IMDRF가 표준화 기구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규제-표준-산업-기술로 이어지는 연계체계가 효과적으로 마련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계체계만이 빠르게 변화되는 기술과 산업 분야의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규제 조화로까지 이어지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이 AIMD WG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의료기기 분야에서 이런 변화를 선도하며 IMDRF의 역할과 중요성을 더욱 높여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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