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의대, 해부학 수업에 3차원 모델 활용
코로나19 유행으로 ‘하이브리드’ 방식 적용
이우영 교수 “우리도 3차원 모델 시스템 마련해야”

의과대학 수업 중 디지털이나 온라인과 가장 거리가 먼 분야는 해부학 실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국내 의대들은 해부학 실습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해부학 교육의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비대면 해부 실습’도 구현됐다. 미국 하와이대(University of Hawaii) 의대(John A. Burns School of Medicine)에서다.

가톨릭의대 이우영 교수
가톨릭의대 이우영 교수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이우영 교수는 지난 4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학술대회에서 ‘디지털 혁명 시대를 위한 해부학 교육 환경 구축’에 대해 발표하며 미국 하와이의대 사례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하와이의대에서 해부학 교육 과정 설계에 참여했다. 당시 하와이의대는 해부 실습에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교육 솔루션인 ‘지스페이스(zSpace)’를 활용하고 있었다. 실습실에 있는 컴퓨터에서 지스페이스를 이용하면 해부용 시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급격한 변화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시작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하와이가 ‘락다운(전면봉쇄)’되자 의대 수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그러다 락다운이 해제되고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비대면과 대면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이 수업에 적용됐다.

비대면 수업에는 3차원 자료 등 디지털 기술이 적극 활용됐다. 기증된 시신을 MRI로 촬영해 전문의들에게 보낸 뒤 소견서를 받았다. 이 교수는 전문의 소견서를 바탕으로 병소를 구역화했다. 3차원 조형은 그래픽 전문가가 구현했다. 이렇게 만든 3차원 해부 모델은 플랫폼 ‘Rad3d’를 통해 학생들과 공유된다.

출처: 이우영 교수 발표자료
출처: 이우영 교수 발표자료

실제 해부하는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으로 촬영해 해부한 시체와 거의 유사한 3차원 모델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해부한 부위의 공간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 모델’도 제공한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만든 3D 자료는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수업시간에도 활용된다. 해부 실습 자료로 활용되고 예습과 복습도 할 수 있다”며 “실제 해부했을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확대와 축소도 된다”고 말했다.

락다운이 해제되면서 해부학 수업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또 한 번 진화했다. 교수는 강의를 미리 녹화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실습은 '하이브리드 온라인 랩(Hybrid Online Labs)'에서 진행됐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미리 3차원 강의 자료를 제공해 이런 식으로 해부해보면 좋겠다고 알려준다. 또 구조물은 이런 것이라고 설명한다”며 “교수는 그린 스크린 앞에서 3차원 모델을 보여주거나 실제 시신을 놓고 수업을 한다”고 했다.

하와이의대 교수들이 '하이브리드 온라인 랩'에서 해부 실습에 대해 강의하는 모습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3차원 자료들(출처: 이우영 교수 발표자료)
하와이의대 교수들이 '하이브리드 온라인 랩'에서 해부 실습에 대해 강의하는 모습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3차원 자료들(출처: 이우영 교수 발표자료)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이 교수는 “하이브리드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며 “강의도 미리 녹화된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가장 싫어하는 방식은 슬라이드만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해부학은 실제 시신을 해부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학생들도 그렇게 얘기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다양한 해부학 지식을 축적하는 데에는 3차원 모델이 주는 효과가 있다. 학생들도 심도 있게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기존 대면 수업보다 하이브리드로 가는 게 교육효과도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부학에서 표본을 만들 때 포르말린에 담가 놓는데 앞으로는 3차원 모델이 표준화된 기본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의대들은 3차원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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