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연구 진행 중인 심평원…‘등재 체계 및 보상 방안’ 구체화 나서
올해 말 방향성 정립 후 오는 2022년까지 가이드라인 구축 계획
부가적인 환자 편익 및 현행 치료 대비 비용 절감 여부 등 고려
장준호 부장 “현장 목소리 자세히 들어가며 수가 개발 진행돼야”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수가 개발’이 꼽히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적정수가가 마련돼야 임상활용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로 불리는 디지털 치료기기 상용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위한 작업에 적극 나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3월 디지털 치료기기 수가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무 협업의 워킹그룹을 구성해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수가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는 물론 현장과의 소통도 지속하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 9월 외국의 디지털 치료기기 현황에 대해 파악한 1차 내부 연구 결과인 ‘디지털 치료기기 개념과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 검토’ 보고서를 공개했으며, 이 결과를 토대로 등재절차, 보상기준 마련 등 2차 연구에 돌입했다.

올해 말까지 2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수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오는 2022년 말까지는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현재 임상 단계에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의료 현장에서의 사용 경험을 청취하고,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등 신중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디지털 치료기기는 없으며, 4개 업체가 임상 단계에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치료제로서 공식 승인을 받는 등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는 WELT 등 4개 업체가 임상 단계에 있을 뿐 허가된 디지털 치료기기는 없다.

이에 디지털 치료기기 수가 개발 논의를 이끌고 있는 심평원 장준호 의료기술등재부장을 만나 디지털 치료기기 수가 개발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장 부장은 “새로운 유형의 치료제이고 제품들도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가며 수가 개발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1차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현재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된 제품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한 제품이 몇 개 있지만 아직 실체가 정확히 나오진 않았다. 임상시험이 끝나야 결과가 도출되고 이후 실질적인 허가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에 현재 개발 상황에 대한 정보만 갖고 있어 구체적인 건강보험 수가 적용 논의는 이제부터라고 볼 수 있다. 1차 연구는 외국의 디지털 치료기기 수가 정책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했고, 2차 연구에서는 건강보험에 적용해 어떤 체계로 갈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마련하고자 한다.

- 1차 연구에서 해외사례 검토를 마쳤다. 해외사례 중 우리나라 모델로 삼을 만한 곳이 있었나.

해외사례는 영국, 독일, 일본 등을 확인해 봤다. 영국의 경우 정신과 영역의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신청-패널심사-실사용 평가 순으로 진행해 정식 급여 여부를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IAPT 최종평가에서 보편적 급여를 하는 원칙이 디지털 치료가 현재 표준 치료와 비교해 최소한 동등한 임상 또는 보건의료시스템의 편익을 갖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자원소모가 적다는 충분한 확실성이 있는 경우로 이는 우리의 생각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독일의 경우 의약품의료기기관리기관(Bundesinstitut für Arzneimittel und Medizinprodukte, BfArM)이 등재 과정에서 주 평가 역할을 한다. 제품 요구사항을 우선 충족하면 제조업체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1년 동안 보험이 적용되고, 이후 의학적 효과나 환자 관련 구조 과정의 개선이 입증돼야 제조사와 보험사 간 협상을 통해 정식등재 및 가격을 정하게 된다. 다만 아직 정식 가격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에 대해 세부적으로 공개된 바가 없고 협상 사례가 확인되지 않아 좀 더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하는 혁신제품(Breakthrough Devices)이 ‘혁신급여 메디케어 지불보상’(Medicare Coverage of Innovative Technology, MCIT) 선등재를 통해 4년간 수가 지원이 논의되고 있었으나, 최근 미국 보험청(CMS)에서 제도 폐지에 대해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BTD 제품이 CMS의 보험적용 기준인 ‘reasonable and necessary’에 부합하다고 보기 어렵고, 메디케어 환자에게 편익이 있을지 평가 없이 보편적 보험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외에 국가에서 아직까지 급여 및 보상이 이뤄진 사례는 없었다. 여전히 보험권에서는 환자의 치료에 분명한 편익이 있어야 보상을 하고, 편익의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 보험을 적용하지 않거나 제한적 사용에서 검증을 하는 게 국제적 추세인 것 같다.

- 우리나라는 현재 정도 논의가 진행된 상황인가.

현재 정부 차원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치료기기를 왜 우리가 도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고민하는 거다.

산업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강점인 IT와 의료를 융합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있는 것 같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디지털 치료제가 되려면 환자의 치료에 분명한 편익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 측면에서는 질환 및 치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의료진도 환자 치료 경과를 보다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의료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실제 잘 사용할지는 아직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측면에서 디지털 치료제 도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고민해 봤을 때, 의료비용 절감 차원이 있을 것이다. 의약품 개발비용은 1조원 이상 들지만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20억~3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무형의 소프트웨어다 보니 한계비용도 낮은 상황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이 고민되는 건강보험 측면에서는 현재 치료에 더해 부가적인 환자 편익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추가적 비용 소모가 적거나 현재 치료를 대체하며 비용 절감이 있는 경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치료에 더해 부가적인 환자 편익을 제공하거나 기존 치료 대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도입의 큰 방향성을 두고 있다는 의미 같다. 앞으로 수가 개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나.

1차 연구에서는 외국 사례를 살펴보며 건강보험에 적용 가능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봤다면, 2차 연구는 실제 건강보험에서 어떻게 등재절차를 구성할지, 이후 보상기준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화하기 위해 9월부터 시작해 진행하고 있다. 연구를 완료하고 복지부와 협의해 올해 말까지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가 논의로 진전되려면 내년 초는 돼야 할 것 같다. 사실 가장 어려운 점은 아직 제품이 명확히 나오지 않아서 실무적으로 수가를 정해 놓다 하더라도 ‘피팅’이 어려운 상황이다. 임상결과라도 명확히 나와 있으면 참고할 수 있을 텐데 그 점이 가장 어렵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는 하지만 실제 써본 사람과 환자들이 어떻게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보니 적어도 사용해본 사람들이 있어야 그에 대한 실효성을 갖고 수가를 마련하는데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지털 치료기기 관련한 고민되는 점은 ‘환자가 얼마만큼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냐’다. 임상시험에서 사용한 만큼 순응도가 나올 것인지 그게 가장 고민된다.

- 새로운 유형의 수가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클 것 같다.

아직 임상시험 진행 초기거나 이제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제품들만 있는 상황으로 세부적인 임상시험 프로토콜과 그 결과를 알 수 없고 실제 제품을 사용해 본다거나, 현행 의료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가 없어 체계 구축에 어려움이 있다.

또 의료기술등재부의 경우 의료행위를 검토하는 부서인데 새롭게 도입되는 영역에 대해 많은 부분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식약처도 디지털 치료 관련 부서를 신설한다고 들었다. 심평원도 점점 수가에 대한 방향성이 나오면 실무 차원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고, 나아가 수가가 도입돼 검토하려면 점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디지털 치료기기 수가 개발에 대한 앞으로의 큰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향후 계획도 궁금하다.

2차 연구에서 건강보험 등재 체계 및 보상 방안을 구체화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우선 복지부와 협의해 연내 방향성을 수립하고 이후 세부 내용을 좀 더 준비해 내년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실제 제품을 보고 사용해 보는 것과, 의료 현장에서의 사용 경험을 듣고자 임상시험 기관을 방문하고, 향후 나올 임상시험 결과를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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