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 코로나 환자 전원 시 전원 병원 찾기‧이송차량 구하기 힘들어
응급실로 들어온 코로나 환자 경증이어도 전원 못해 중증 병상 차지

방역당국이 일상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의 체계 전환을 위해 코로나19 환자 증가에 대비한 의료체계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전원과 이송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중증환자가 경증단계에 들어서면 경증환자 진료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전원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원할 병원을 찾는 것도, 병원을 찾은 후 환자를 이송할 구급차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상 속 코로나 전환 후 급격한 환자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아직도 환자 이송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는 코로나19 환자 진료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실서 확진된 코로나 환자, 경증에도 중증병상 차지

코로나19 중증치료병상을 운영 중인 경기도 소재 모 대학병원은 최근 분통터지는 일을 경험했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실제 확진됐고 경증으로 판단돼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했지만 병월을 찾는 것도, 병원을 찾은 후 이송차량을 찾는 것도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 14일 오후 2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해 당일 오후 8시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를 경증으로 판단한 병원은 응급실 내 중증환자치료병상을 비우기 위해 관할 보건소에 환자 전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할 보건소에서 전원할 병원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환자가 입원한 다음날인 15일 오후 1시였다. 병원 측이 환자를 경증으로 판단해 이송을 요청한 지 24시간이 가까이 지나서야 전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전원 가능 병원을 찾은 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환자를 이송할 차량이 문제였다. 관할 보건소가 전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줬지만 환자 이동 수단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요청해야 했다.

병원 측은 다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이송 차량을 요청했고 시간이 흘러 15일 오후 7시경 차량이 없어 환자를 이송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코로나19 경증환자가 이송 차량이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 중증치료병상을 계속 차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이 환자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 배정한 차량이 아닌 환자가 전원할 병원 구급차를 불러 이송할 수 있었다. 방역당국에서 마련한 이송체계가 아닌 ‘병원들이 알아서’ 마련한 이송체계를 통해 응급실을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치료병원은 ‘환자 이송’이 스트레스

이같은 사태를 겪은 병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런 상황은 우리 병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다른 병원들도 다 그렇다”며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운영하는 병원 입장에서 환자 이송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 이송이 원활하게 돼야 중증에서 경증으로 판단되면 경증 치료 병원으로 보낼 수 있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관할 보건소에 환자 이송 요청 한번으로 해결됐으면 하는데 병상 배정과 환자 이송을 따로 요청해야 한다. 이송 병원이 결정돼야 차량 이송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송할 차량이 없다는 것은 진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확진된 후 이런 일이 생기면 경증환자가 응급실에 있는 음압격리실을 차지하게 된다”며 “응급실은 원칙상 환자에게 식사 제공도 안되는데 (전원에 이틀씩 걸리면) 코로나19로 죽기 전에 굶어죽을 걱정까지 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코로나19 환자 전원체계가 잘 돌아가는 것 같지만 현장 상황은 이렇다”며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넣어도 해결이 안된다. (전원체계 변화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내 전체 코로나19 환자 이송 전담 구급차 ‘35대’

환자를 전원시켜야 하는 의료기관은 이송 차량을 구하지 못해 답답하지만 이송 차량 요청을 받는 소방재난본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경기도 내에서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전담하고 있는 구급차는 35대"라며 "경기도 내 소방서가 35곳 있는데 한곳당 구급차 한대를 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전원 이송 요청이 와도 35대 중 한대가 배정된다”며 “원래 병원 간 이송은 119업무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업무를 맡게 돼 우리도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은 하루에 (코로나19 관련) 이송 요청만 50~60건 정도다. 코로나19 환자 이송은 일반환자와 다르게 이송 후 소독 등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의료기관도 답답하겠지만 (119 구급차 배정이 안됐을 때는) 자체적으로 여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설구급차 이용, 의료기관 자체 구급차 이용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 이송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면 의료기관에서 선택하기 힘든 방안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운영하는 구급차가 많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경증환자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들은 더하다”며 “사설구급차들은 코로나19 환자 특수성 때문에 아예 코로나19 환자 이송은 하지 않는다. 사실상 119 구급차 이용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장과 방역당국 소통도 여전히 ‘불통’

코로나19 대응 초기부터 나왔던 현장과 방역당국 간 소통창구 부재도 여전히 현장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경기도 소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부터 일상 속 코로나로 전환하고 당연히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할 것인데 이런 상황”이라며 “각 병원마다 상황이 많이 다르고 그나마 대형병원들은 방역수위도 높고 잘 관리되지만 준종합병원들은 역학 관련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현장의 답답함을 어디에 호소하고 싶어도 이야기할 창구가 없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등에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마찬가지”라며 “지침이 내려온 후 Q&A 자료가 나오고 해당 자료를 낸 곳에 문의해도 답변도 없다. 결국 답답해도 위에서 하라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역당국에서는 당장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한다고 난리인데 현장에서는 너무 답답하다”며 “이런 식이라면 위드 코로나 후 발생하는 환자는 그냥 일선 의료기관에 던지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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