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해답 제시한 ‘리얼 월드 데이터 활용의 정석’
메디데이터(Medidata)의 공동 창업자인 글렌 드 브리스
양질의 데이터 활용한 분산형 임상시험…“정밀의료 가능성 커져”
“더 많은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제공할 수 있는 방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진료 형태도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모아지는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시험이 시도되면서 정밀의료 구현을 앞당길지 모른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정밀의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실제임상데이터(Real World Data, RWD)’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과 임상시험 솔루션을 제공하는 메디데이터(Medidata)의 공동 창업자이자 다쏘시스템 라이프사이언스 및 헬스케어 부의장인 글렌 드 브리스(Glen de Vries)는 신간 ‘리얼 월드 데이터 활용의 정석’을 통해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냈다.

실제임상근거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다각도에서 연구하고 접근하면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정교한 치료법을 구조화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환자 방정식(The Patient Equation)’을 소개하고 다양한 데이터 셋 활용이 헬스 케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상세히 담아냈다.

글렌 드 브리스는 이 환자 방정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밀의학의 혁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들을 활용해 분석할수록 더 정교한 치료법을 도출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적시에 제공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렌 드 브리스는 카네기 멜론대학교에서 분자 생물학과 유전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컬럼비아대학교의 ‘프레스비테리안 메디컬센터(Presbyterian Medical Center)’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이밖에도 뉴욕대학교의 ‘쿠란트 수리과학연구소(Courant Institute of Mathematics)’에서 컴퓨터 과학을 연구했다.

- ‘리얼 월드 데이터 활용의 정석’을 출간했다. 어떤 책인지 소개해 달라.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생리학적인 데이터 뿐 아니라 인지 및 행동에 걸친 방대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에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며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의학적 근거의 발굴 및 개인에게 맞춤화 된 정밀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여년간 메디데이터를 이끌어 오며 직접 경험한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과 실패 및 성공사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환자들의 삶을 바꾸고 있는 데이터 중심 접근법의 성과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아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재조명된 헬스케어 및 임상시험의 맹점들, 비대면 진료 환경에서의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기기의 활용 가능성도 살펴보며 생명과학의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담아내고자 했다.

- 이 책의 원제는 ‘환자 방정식(The Patient Equation)’이다. 무엇을 의미하나.

환자 방정식은 임상시험 데이터, 커머셜 데이터, 실제임상자료(Real World Data, RWD)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다각도에서 연구하고 접근하면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정교한 치료법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는 수학을 배우는 방식과 동일하다. 더 다양한 접근법을 배울수록, 더 복잡한 방정식과 등식을 얻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기초적인 산수에서 미적분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더 깊이 파고들수록 그 등식이 정교해 오늘날 AI에 적용되는 머신러닝이나 알고리즘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할수록, 더 정교한 치료법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적시에 제공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 환자 치료에 다양한 데이터 셋을 활용한 사례가 있나. 또 환자 치료에 이를 활용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희귀질환인 특발성·다발성 캐슬만병(idiopathic Multicentric Castleman Disease, iMCD)을 앓고 있는 데이비드 파헨바움(Dr. David Fajgenbaum) 박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캐슬만병의 경우 기본적인 치료제는 표적항체치료제 ‘실툭시맙(siltuximab)’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파헨바움 박사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이후 파헨바움 박사는 메디데이터와 함께 오믹스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다각도로 활용해 캐슬만병의 6가지 서브그룹을 새롭게 발견했다. 각 그룹별로 기존 치료제인 실툭시맙에 대한 반응이 19~65%로 판이했고, 캐슬만병 환자들은 포유류라파마이신 표적(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mTOR)이라는 단백질 수치가 건강한 사람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이를 통해 파헨바움 박사는 자신에게 효과가 없었던 실툭시맙 대신 면역억제제인 ‘라파마이신’을 통해 병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질환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한 것은 물론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을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는 점이 다양한 데이터 셋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7,000여개에 달하는 희귀병 중 95%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단일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당 질환들에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약 1,500여개의 치료제가 존재하고 있다. 파헨바움 박사의 발견처럼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전 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다양한 데이터 셋을 활용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양질의 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 특히 헬스 케어 분야에서는 표준화가 가능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검증된’ 데이터를 양질의 데이터로 정의한다.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불문율처럼 전해지는 말이 있다. ‘Garbage in Garbage out’으로 좋은 데이터를 넣으면 좋은 값이 나오고, 의미 없는 데이터를 넣으면 의미 없는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그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바로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실제환자데이터(Real Patient Data)가 아닌 가상의 케이스(Hyphothetical cancer cases) 기반으로 구축돼 바람직하지 못한 치료법을 추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데이터 축적을 넘어 그 이상의 인사이트를 제공하지 못하고 실패한 거다. 얼마나 검증된 양질의 데이터를 표준화해서 축적하고 분석·활용하는지가 미래 헬스케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이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임상시험 및 헬스 케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술들이 앞으로 신약개발 및 진단·치료 단계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하면 병원을 방문하거나 비싼 의료기기를 활용하지 않고도 환자들을 임상시험에 참여시킬 수 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 원격으로 위기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듀센형 근위축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의 임상연구다. 듀센형 근위축증 관련 임상데이터를 FDA에 제출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걷는 정도를 병원에서 확인하는 ‘6분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테스트를 아예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해당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바일 및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할 경우, 환자의 상태가 좋은 날과 나쁜 날을 고려해 포괄적인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더 많은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유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더불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자신의 의료기록을 항상 손쉽게 전송할 수 있다는 편의성은 물론 기존에 수집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다양한 데이터 및 정확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어 데이터의 품질 면에서도 개선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진료환경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집 및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 신약개발 및 진단·치료 단계에서 정밀의료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방식의 경우 스마트 기기 등을 활용한 원격 또는 비대면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하이브리드’, ‘가상’, ‘원격’, ‘DtP(Direct to Patient, 임상심험 의약품 직배송)’ 시험으로도 알려졌는데, 스마트 기기 및 디지털 솔루션 등을 통해 임상시험의 일부 또는 전부를 원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대상자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와 진료를 받는 대신 ‘모바일 환자결과보고 솔루션(eCOA/ePRO)’을 통해 증상이나 전반적인 심리상태, 신체 기능 등의 데이터들을 즉각적으로 보고할 수 있다. 또 웨어러블 센서와 같은 기능을 사용하면 수면 패턴이나 바이탈 사인과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들도 자동으로 의료기관과 연구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집된 다양한 데이터 셋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고급 분석 기술들도 보편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10년 후에는 이 같은 임상시험 방식이 완전히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보다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다양한 데이터들의 유의미한 결합을 활용한다면 앞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포함한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나.

지금까지의 의학적 진단 및 치료는 ‘특정 변수’가 중심이 됐다. 예를 들어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180㎎/dL이 넘을 경우 환자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사후 조치로 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앞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방식이 대중화 된다면 생리학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걸음 수 등 행동 및 인지적인 요소들 역시 질병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변수들을 측정하고 데이터들의 유의미한 결합을 통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발병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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